(블룸버그) — 미국이 이번주 자국의 첨단기술 보호를 위해 투자 규제를 발표하고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다음주 대중 보복관세 시행에 돌입할 것으로 보여 무역전쟁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 회피가 짙어지고 있다. 다우존스 지수가 장중 500포인트 가까이 빠지는 등 아시아와 유럽에 이어 미 증시가 휘청이자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미국의 무역정책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투심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다. 므누신 미 재무장관 역시 투자제한 조치가 중국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중국과 유럽은 한목소리로 미국발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의 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채 7년-10년 일드커브는 다시 역전 가능성에 한발 가까워졌다.
한편,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를 위한 특정 요구사항이 담긴 시간표를 제시할 예정이며, 한국 정부는 6·12 북미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후속협상에 앞서 한미간에 고위급 협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앙일보는 북한의 비핵화와 미군 유해 송환 협상을 위해 미 당국자 6명이 평양에 체류하고 있으며,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일정을 사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무역전쟁 우려 확산에 강경파 나바로 진정 노력
미국이 7월부터 34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주 첨단기술 기업에 대한 중국의 대미 투자 규제마저 준비하고 있어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동일 규모와 강도의 보복 관세를 예고한 바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미국 무역 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진정시키려 애쓰며 투자 제한 조치가 경제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지 미국의 기술을 외부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증시 하락세가 과도하다며 미국 경제 성장률이 4%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므누신 미 재무장관 역시 월요일 아침 트위터를 통해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는 “가짜뉴스”라며 이번주 후반 발표될 제한 조치는 “중국을 특정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술을 훔치려는 모든 국가들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가능한 가장 포괄적인 법적 도구를 사용해 신에너지 차량, 로보틱스 및 항공우주산업 등 미국의 첨단기술 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경제 및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선언할 것이라고 사안에 정통한 8명의 소식통이 전했다. 므누신은 작년 12월부터 이 계획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비공식적으로 중국과 협상을 시도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결국 므누신은 미국이 중국 투자에 따른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직설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다른 백악관 고문들의 의견에 따르게 됐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中-EU 손잡고 美에 대항…중국내 미묘한 균열
중국과 유럽연합(EU)은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밝히고 일방주의적 조치가 세계 경제를 침체로 빠뜨릴 위험이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월요일 중국-EU 경제·무역 고위급 대화를 마친 후 류허 중국 부총리는 중국과 EU가 다자무역체제를 수호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류허 부총리의 발언은 카타이넨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과 가진 합동 기자 회견에서 나온 것으로 중국과 EU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류허 부총리는 “일방주의가 부상하고 있고 무역갈등이 주요 국가에서 나타났다”며 “중국과 EU는 무역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단호히 반대하며, 이것이 전세계 경제의 침체와 불안정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관세 위협이 모두 현실화될 경우 중국 경제성장률이 최대 0.5%p 가량 타격을 받을 수 있으며 미국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지적했다. G-2가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일부 관료와 학자들을 중심으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가 과연 지속적인 트럼프의 공격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중국 내부의 이례적인 미묘한 균열이 트럼프 위협에 맞대응을 공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강경노선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증시 약세장…위안화 매도 어디까지?
중국인민은행이 경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예상대로 지준율 인하를 단행했지만 중국 증시를 되살리는데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최근 고점에서 20% 가량 급락하며 약세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역외위안화는 9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이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스코샤뱅크 통화 스트래티지스트 Gao Qi는 무역 갈등 고조와 중국 통화 당국의 완화 정책이 맞물려 위안화를 압박하고 있다며 트레이더들이 역외 시장에서 위안화 매도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대규모 자본 유출은 막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기술주에 매도세가 집중된 가운데 나스닥 지수가 2% 넘게 빠졌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200일 이평선을 하회했다. S&P500 지수는 장중 2% 넘게 밀리며 4월초 이후 최대폭 하락해 50일 이평선 밑으로 후퇴했다. VIX는 장중 한때 42% 가량 급등해 2월 초 이후 가장 크게 흔들렸다.
미국채 금리 고점 지났나?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에 미국채 일드커브가 계속해서 플랫해지고 있다. 2년-10년 커브가 25일 연중 저점을 경신하면서 파월 연준 의장이 당혹스러운 문제라고 언급한 연준의 딜레마를 보여줬다. 미-중간 무역전쟁이 고조될 것이라는 새로운 신호에 위험자산에서 빠져 나온 투자자들이 안전한 미 정부채로 몰리면서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월요일 2.88%를 하회했고 2년-10년 금리 스프레드는 2007년 8월 이후 최소폭으로 축소됐다. 5년-30년 커브와 7년-10년 커브 스프레드도 수년래 저점 부근이다. 이같은 현실에 월가 전문가들은 연말 전망을 하향하거나 의문을 갖게 됐다.
모간스탠리는 미국채 10년 금리가 지난 5월 기록했던 3.12%가 고점이었다며, 2.9% 수준에서 미국채 10년물 매수를 권고했다. 달러 강세와 신흥국 증시 약세, 글로벌 무역 긴장 확대 가능성, 캐나다 경제 부진, 향후 2주간 미국채 장기물 듀레이션 공급 부족, 월말 매수, 7월 일본 투자자 수요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는 미국채 금리가 4%를 향할 것이라는 JP모간 및 프랭클린템플턴의 전망과 배치된다. 핌코는 올해 남은 기간동안 10년물 금리가 3~3.5%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미국 5월 신규주택 매매가 시장예상을 넘어 6개월래 최고치로 증가하고 6월 댈러스 연준 제조업 활동 지수 역시 36.5로 예상치과 전기치를 훌쩍 뛰어넘는 등 경기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견조한 고용시장과 감세 효과 등에 힘입어 부동산 수요가 증가하겠지만, 모기지 금리 및 집값 상승 속도가 임금 증가율을 넘어서고 있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로 바닥 확인?…신흥시장 ‘곰’ 동면에서 깨어나
유로가 쌍바닥을 치면서 반등 기대가 일고 있지만 최근 상관관계가 높아진 미국채 2-5년 일드커브를 보면 플래트닝이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유로화가 아직 바닥을 벗어나진 못한 듯 보인다. 유로-달러 환율은 3거래일 연속 올라 1.17달러 선을 회복했다. 께헤 유럽중앙은행 집행위원은 적어도 내년 여름까지 정책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로 지역 경제 성장이 견조한 편이지만 글로벌 무역 갈등과 금융시장 변동성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MSCI 신흥시장 주식 지수는 10개월래 저점으로 밀렸고, CBOE 신흥시장 ETF 변동성 지수는 13% 가량 급등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은 신흥시장 통화에 대한 베팅을 줄였고, 모간스탠리는 신흥시장 주식 비중을 줄이며 현금을 늘렸다. Rabobank의 통화 전략 헤드 Jane Foley는 “무역 긴장 악화 신호에 위험 회피가 나타났다”며 “무역전쟁 우려가 자금 유출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Sheila Patel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인터내셔널 CEO는 무역전쟁이 이제 말뿐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바뀌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EU가 서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져 투자자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UBS Global Wealth Management는 강달러와 금리 상승, 무역긴장 등의 악재가 서서히 잦아들면서 신흥시장 자산이 올해 하반기에 랠리를 펼칠 것이라며 15% 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서은경, 이경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