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IMF 집계 韓 선물환 순매수, 2014년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
* 만기 1-3개월 구간의 선물환 매수포지션 급증
(블룸버그) — 지난해 11월부터 달러-원 환율이 연저점을 하향돌파하고 가파르게 하락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당국의 하락속도 관리 노력이 소극적이다’며 새 정부에 들어 스무딩 스탠스 자체가 바뀐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하지만 블룸버그 한글 뉴스팀이 확인한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 보유 선물환 누적 순매수 포지션의 증가세는 당국의 노력이 소극적이지만은 않았음을 보여준다. “당국이 나서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서도 소용이 없는 것”이라던 일부 시장 참여자들의 진단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당국 스무딩의 가늠자, IMF 선물환 순매수 포지션
IMF가 웹사이트에 공개하는 국제 외환보유액·외화유동성(IRFCL) 통계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기준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한국 통화당국과 중앙정부의 선물환 누적 순매수 포지션 규모’는 전월 대비 41억1200만 달러 늘어난 445억4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10월이후 최고치이며, 2014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월간 증가세다. 특히 만기 별로는 1개월에서 3개월까지 구간이 47억4900만달러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3개월에서 1년까지의 구간 역시 전월 대비 16억1700만 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개월 미만은 감소했다.
IMF 선물환 순매수 포지션 증감 추이가 보통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당국의 시장안정 조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통계자료로 인식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해당 자료는 작년 11월 이후 달러-원 환율의 급락, 특히 원화 FX 스왑시장의 가파른 하락세를 관리하기 위한 당국의 움직임을 시사한다.
참고: IMF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09년 9월 이후 해당 부문의 선물환 매도 포지션은 없는 상태.
현·선물 시장 안정을 위한 당국의 조치
삼성선물의 전승지 연구원은 이같은 선물환 매수 포지션 급증에 대해 “달러-원 현물환율의 하락 속도 조절 뿐 아니라, 스왑시장 역시 10월과 11월 다소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던 것을 고려할때 현·선물환 전반의 안정을 위한 당국의 조치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우리은행 민경원 이코노미스트는 전화통화에서 “작년 4분기만 달러-원 현물 환율이 75원 가량 하락했기 때문에 당국의 속도 조절이 없을 수 없었다고 보며, 이 영향이 IMF 통계에도 나타난 듯 하다”고 설명했다.
‘당국에 맞서지 마라’는 옛말?
11월 IMF 선물환 순매수 포지션이 큰 폭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과 원화 스왑시장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당국에 맞서지 말라’는 시장의 교훈이 무색하게 보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IMF 선물환 순매수 포지션이 큰 폭으로 증가했던 2014년 6월, 1000원 향해 급락하던 달러-원 환율은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 속에 1008원 선에서 하단이 지지됐고, 이후 상승반전한 뒤 단 한 차례도 같은 레벨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 달러-원 환율은 2014년래 최저 수준을 경신했고, 여느 때보다 1008원을 다시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술적 지표가 1008원을 가리키고, 시장 참여자들의 전망이 원화 강세쪽으로 모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1000원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작년 11월 당국이 소극적이지만은 않았던 점을 주목한다면, 올해 시장과 당국의 공방은 2014년 만큼이나 치열할 수 있다.
엄재현、김경진 기자 (송고: 01/05/2018)
참고: 블룸버그 기사 링크 {NSN P22BNP6S972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