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트럼프 미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히면서 트럼프발 관세 이슈에 피로감을 느껴왔던 통화시장이 다소 안도했다. 다만 미국의 1월 인플레이션 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뜨겁게 나옴에 따라 미국채 금리가 중기물을 중심으로 10bp 가량 뛰었고 트레이더들은 올해 연준 인하 전망을 25bp 단 1번으로 축소했다.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간밤 달러-원 환율(BGN)은 전일 대비 약 1.2원 오른 1453원 부근에서 마감했다. 미국 CPI 서프라이즈에 일시적으로 1460원에 육박했지만,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DXY)는 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한 관세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원화에 우려를 낳을 수 있는 부분이다. 트럼프는 곧 상호관세에 서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장 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트럼프-푸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시작하기로 합의
트럼프는 푸틴과 대화를 나눴다며, 양측 팀이 “즉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과 상호 방문을 포함해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백만 명의 사망자를 막고 싶다. 푸틴 대통령은 심지어 ‘상식’이라는 나의 강력한 선거 슬로건을 사용하기도 했다. 우리 둘 다 이를 매우 강하게 믿는다”고 말했다.
Interfax에 따르면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이 트럼프를 모스크바로 초청했고 양국 정상이 중동 문제를 포함해 거의 1시간 30분 간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가 푸틴과의 대화 내용을 상세하게 공유했다며, 트럼프와 향후 회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미국의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국무장관이 금요일 젤렌스키와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美CPI 서프라이즈…“작년 상반기 연상”
연초 미국의 기저 물가가 작년 3월 이후 가장 많이 오르며 연준의 신중한 금리 인하 기조를 뒷받침했다. 올 1월 식료품과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월비 기준 0.4%로 이전치 0.2%에서 가팔라졌다. 전년비 역시 3.3%로 높아졌다. 시장 예상치를 모두 웃돈 결과로, 주로 처방약과 자동차 보험, 항공료가 올랐다. 헤드라인 CPI 상승률은 주거비와 달걀 가격이 뛰면서 전월비 0.5%로 2023년 8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피치 레이팅스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을 포함해 모두를 놀라게 했던 2024년 상반기를 연상시킨다고 우려했고,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연준이 당분간 ‘관망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찰스슈왑은 물가가 더 뜨거워지면 연준 인하를 가로막아 결과적으로 달러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달러 강세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일부 상쇄하고 미국채 보유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금리 상승 압력 역시 일부 완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금리 내려라’…파월 ‘인플레 진전 재개 필요’
트럼프는 수요일 연준에게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했지만, 파월 연준의장은 이번 CPI 지표가 연준이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며 인플레이션 진전이 재개되어야 하기 때문에 정책이 작동하도록 기다릴 여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은 “현재로서는 제약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싶다”며 당분간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는 기준금리를 조정하기 전에 무역과 이민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해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내년 초에 인플레이션이 약 2%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때 쯤이면 연준의 정책이 3%~3.5%로 추정되는 중립에 가까워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굴스비 시카고 연은총재는 이번 CPI 지표가 우려스럽다면서도 겨우 한달로 과대해석을 경계했다.
트럼프 관세 우려·美 CPI에 엔화 약세 가속
일본 정부의 요청에도 트럼프의 관세 계획에 일본이 면제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엔화 약세가 가팔라졌다. 달러-엔 환율은 3거래일 연속 올라 한때 1.5% 넘게 급등해 154.80엔까지 치솟았다. TD 증권은 “미국 최종 금리를 둘러싼 불확실성 범위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넓어 금리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번 주 155엔선을 시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일 금리 격차가 수년간 엔화에 부담을 준 가운데, 트럼프가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엔화 약세가 가속됐다. OCBC는 “엔화 약세는 상호 관세 불확실성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실질적 위험이 존재해 엔화 전망을 단기적으로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라 인터내셔널은 미국 CPI 서프라이즈로 투자자들이 달러-엔 숏 포지션을 더욱 줄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관세 공포에서 살아남는 팁..수요일에 주식 매수
불과 몇주 지나지 않은 2025년이지만 요일별로 보면 S&P 500지수는 수요일에 강하게 상승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 기회를 수요일에 포착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관세 정책에 따라 증시가 출렁이자 트레이더들은 주말 전에 이익 실현에 나서 ‘일단 팔자’ 모드로 대응했다. 카슨 그룹의 Ryan Detrick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요일의 수익률은 연율로 127%에 달하며, 월요일과 금요일은 40% 이상의 손실을 보였다.
Detrick은 “주말에 앞서 금요일에 불안감이 나타나는 것은 일반적으로 건강한 시장의 신호가 아니다”며, “관세부터 딥시크까지 많은 뉴스가 주말에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우유부단했다”고 진단했다. 트레이더들은 대개 무역 관련 이벤트가 예정된 경우 금요일 장에서 이익을 실현하고 포지션을 굳혔다. 헤지펀드 텔레메트리의 설립자 Thomas Thornton은 “시장은 관세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