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英자본이탈 우려, 연준매파발언

(블룸버그) — 뛰는 차입 비용 탓에 영국 노동당 정부가 재정적자를 억제하는데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가중되면서 파운드가 1년여래 최약세로 급락함에 따라 자본이탈 우려까지 제기됐다. 길트 10년물 금리가 2008년 이래, 30년물이 1998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에 오르자 파운드는 최대 1% 밀린 1.2239달러로 2023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채 시장은 대규모 매도세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미셸 보우먼 등 연준 인사들이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반등 모멘텀이 제한되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증시는 ‘국가 애도의 날’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가 진행된 가운데 휴장했다. MSCI EM 주가지수는 미국 정책 불확실성과 중국 성장 우려 속에 10월초 고점에서 10% 하락해 조정에 들어갔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1월 20일 취임 직후 이민 정책 강화와 에너지 규제 완화, 연방정부 인력 관리 등을 내용으로 한 일련의 행정명령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한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 고위급 인사들과 연달아 화상면담을 실시하고, 한국 정치 상황 변화와 정부의 대응 방향을 설명했다고 기재부가 전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3사(S&P, 무디스, 피치)는 현재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 또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시장 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파운드로 옮겨붙는 英 채권시장 불안…자본이탈 우려

최근 몇달 동안 계속해서 악화되는 정부의 부채 부담과 끈질기게 높은 인플레이션에 짜증을 느꼈던 투자자들은 이번 주 글로벌 매도세가 가속화되자 앞다투어 영국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웠다. 2022년 리즈 트러스 총리 시절 재앙적인 미니 예산이 부추긴 시장 붕괴와 비교될 정도로 불안이 커지자, 레이첼 리브스 현 재무장관은 목요일 의회에서 길트시장이 “질서 있게” 작동하고 있다며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M&G 인베스트먼트의 펀드 매니저 Eva Sun-Wai는 “투자자들이 영국을 자산 투자처로 믿지 않게 됐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금리 급등에도 파운드가 하락한 사실은 자본 이탈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블룸버그 라디오에서 진단했다. 씨티그룹이 파운드를 변동성이 심한 신흥시장 통화에 빗대어 “그레이트 브리튼 페소”라고 부르는 등 런던 금융가 안팎에선 자조섞인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런던 소재 크레디아그리콜의 G10 전략 헤드 Valentin Marinov는 “파운드화는 영국 포트폴리오 전망을 걱정하는 불안한 투자자들이 계속 챙겨보는 압력 밸브가 될 수 있다”며 “현 시장은 상당히 불안정하다. FX 트레이더들은 외환 변동성 확대를 계속 ‘착취’할 것이다”고 말했다. 옵션시장에서도 달러와 유로 대비 파운드 헤지 비용이 미 대선 이후 가장 비싸졌고, 시장 포지셔닝과 심리의 척도인 리스크 리버설은 트레이더들이 파운드에 대해 2년여래 가장 비관적임을 시사한다. 웰스파고와 도이체방크 등은 앞으로 투자자들이 롱 포지션을 청산하고 영란은행도 금리를 내리면서 파운드가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즈는 헤지펀드들이 지난 며칠 동안 파운드 매도를 주도했다고 전했다.

보우먼 연준이사 ‘인플레 리스크 남아…신중한 접근 필요’

미셸 보우먼 연준이사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남아 있다며, 정책당국이 추가 금리 인하를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2023년 크게 하락했지만 작년에는 이러한 진전이 정체된 것으로 보이며, 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2% 목표를 웃돌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는 계속해서 신중하고 점진적인 정책 조정 방식을 선호한다”고 현지시간 목요일 캘리포니아은행협회 연설에서 밝혔다. “현재의 정책 기조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제약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 계속 우려스럽다”면서, “경제의 지속적인 강세를 감안할 때, 전반적인 금리와 차입 비용 수준이 의미 있는 제약을 제공하는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한 자신이 지난 12월 25bp 인하 결정에 찬성했던 이유는 인플레이션과 노동 시장의 냉각을 반영하기 위한 “정책 재조정의 최종 단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동결을 지지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올해 FOMC 금리 결정 투표에 참여하게 된 제프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총재는 경제가 강해 정책에 여유가 있다며, 기준금리가 장기적인 중립 수준에 가까워진 만큼 지표가 뒷받침할 경우 정책을 점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총재는 최근 장기 금리의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라기 보다는 리스크 프리미엄의 상승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더 많은 연방정부 채권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수요를 압도하고 있으며, 이것이 채권 금리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콜린스 연은총재 ‘불확실성에 금리인하 속도 늦춰야’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은총재는 미국 경제 전망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올해 금리 결정 투표권을 갖게 된 콜린스는 경제가 “양호한 상태”에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 둔화 과정이 올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시간 목요일 보스턴 행사 연설문에서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가 추진할 새로운 경제 정책 역시 경제의 궤적을 바꿀 수 있다면서, 다만 앞으로 어떻게 작용할지 정확히 예측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정책은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필요한대로 조정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인플레이션에 추가 진전이 거의 없다면 현 수준을 더 오래 유지하거나, 또는 필요시 더 빨리 완화할 수도 있다”고 콜린스는 덧붙였다.

전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콜린스는 올해 금리 인하에 대해 몇 달 전 예상했던 것보다 더 적은 횟수를 선호한다며, 12월 점도표 중앙값 전망치인 총 50bp 인하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한편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총재는 목요일 발언에서 올해 추가 금리 인하를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그 시기는 경제 상황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하커는 “여전히 우리가 금리 인하 경로를 따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내 앞에 놓인 모든 것을 고려할 때, 나는 이 경로를 벗어나거나 방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로를 따라가는 정확한 속도는 전적으로 향후 입수되는 지표에 의존한다”고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 산불 통제불가…5명 사망, 18만명 대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규모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현지시간 수요일 기준 최소 5명이 숨지고 목요일엔 대피 명령을 받은 주민들이 18만명으로 급증하는 등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 카렌 바스 LA 시장이 “이는 확실히 전례없는 역사적인 화재폭풍(firestorm)”이라고 목요일 밝힌 가운데 AccuWeather는 이번 재해로 인한 재산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520억~570억 달러로 추산했다. 캘리포니아를 대규모 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지원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강한 바람으로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만9000에이커(1만1736헥타르)가 불에 탔고, 할리우드 힐스에서는 밤새 새로운 산불이 발생했다. 화재 범위가 가장 큰 두 지역은 완전히 통제불가로, 패서디나와 부유한 해안 지역인 퍼시픽 팰리세이즈를 폐허로 만들었다. 미국 폭풍예측센터에 따르면 위험한 강풍은 적어도 금요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로버트 루나 LA카운티 보안관은 추가로 20만 명의 주민들에게 대피 경고가 내려졌으며, 사망자 집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목요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천 개의 건물 구조물이 파괴되었다.

AI 업무 대체로 월가 일자리 20만개 사라질수도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업무 영역을 잠식함에 따라 글로벌 은행들은 향후 3~5년 동안 최대 20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감축할 전망이다. BI 설문에 참여한 IT(정보기술) 담당 최고 책임자들은 자신들의 부서 인력이 평균 3%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자 93명 중 거의 4분의 1은 전체 인원의 5%~10%에 달하는 가파른 감소를 예상했다. BI 수석 애널리스트 Tomasz Noetzel는 백 오피스와 미들 오피스, 오퍼레이션 부서가 가장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동화된 봇(bot)으로 고객 서비스에 변화가 생길 수 있으며, 고객확인(KYC) 업무 영역도 위태로울 수 있다. 그는 “루틴화되고 반복적인 작업과 관련된 모든 일들이 위험하다”며, “다만 AI가 이러한 일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고, 오히려 AI는 인력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변화는 수익 개선 기대로 이어졌다. AI로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은행들의 세전 이익은 2027년 12%~17%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응답자 10명 중 8명은 향후 3~5년래 생성형 AI가 생산성과 수익 창출을 5% 이상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 위기 이후 프로세스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수년간 IT 시스템 현대화에 주력해 온 은행들은 이제 차세대 AI 기술로 몰려들고 있다. 씨티는 6월 보고서에서 AI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은행업계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씨티는 은행업 전반에 걸쳐 약 54%의 일자리가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은 AI가 인력을 완전 대체하기 보다는 역할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JP모간에서 AI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Teresa Heitsenrether는 생성형 AI 방식 도입으로 적어도 지금까지는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11월에 밝혔다.

 

기사 관련 문의: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