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취임식까지 아직 한 달이나 남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벌써부터 벼랑끝 전술로 워싱턴 정계를 뒤흔들었다. 의회에서 타협한 임시예산안에 퇴짜를 놓고, 당장 이번 주말 정부 기능이 멈출 수도 있는 ‘셧다운’을 협상 무기 삼아 아예 이참에 부채한도를 없애자며 의회를 압박했다. 결국 공화당이 막판 합의안을 내놓으며 부채한도를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뉴욕증시는 전일 매파적 연준발 충격에 따른 투매에서 벗어나 반등을 시도했으나 혼조세로 마감했다. 달러-원 환율(BGN)은 목요일 장중 한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1453.77원을 찍었으나, 1450원 부근으로 추정되는 국민연금(NPS)의 전략적 환헤지 레벨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간밤 1442원으로 일중 저점을 낮췄다.
원화 환율, NPS 전략적 환헤지 레벨 진입
달러-원 환율이 약 500억 달러 규모의 달러 매도 물량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국민연금(NPS)의 전략적 환헤지 레벨에 진입했다고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말했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산식 자료에 따르면, 달러-원이 20년 이상 장기 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극단적 영역에 들어서면 국민연금은 외화자산의 최대 10% 환헤지를 단행한다. 수요일까지 기준으로 블룸버그가 계산한 환헤지 발동 레벨은 1450원 부근으로, 5영업일 평균 종가 환율이 약 1450원을 웃돌 경우 국민연금은 전략적 환헤지를 실행한다. 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번 개시된 전략적 환헤지는 환율 레벨이 매우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계속된다.
따라서 9월말 기준 국민연금의 외화자산 4855.1억 달러를 고려하면 485.5억 달러의 선물환 매도 물량이 앞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제프리스의 Brad Bechtel은 국민연금의 환헤지 트리거 수준이 현실화된다면 상당한 규모의 연금 흐름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매월 20~30억 달러의 외화를 조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연금은 총 달러 매수 규모보다 매도 규모가 더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가장 큰 손인 연금의 수요가 사라진다면 수급 측면에서 원화 약세 재료가 크게 감소하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에 따른 혼란과 글로벌 달러 강세 충격에 비틀거리면서 올해 원화는 달러 대비 10% 넘게 빠지며 아시아 통화 가운데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부채한도 해결 안되면 정부 셧다운’
트럼프는 같은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합의한 3월 중순까지의 임시예산안을 사실상 거부한 데 이어 부채 한도를 폐지하거나 높이지 않는다면 연방 정부가 셧다운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BC 뉴스 기자가 전했다. NBC에는 부채 한도 폐지가 의회가 할 수 있는 “가장 똑똑한 일”이라며,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퇴짜에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서둘러 새로운 합의안을 마련해 현지시간 목요일 늦게 표결에 부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미국인을 위한 매우 훌륭한 딜”이라고 치켜세우며, 재난 피해자와 농민을 위한 지원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인 하킴 제프리스는 “극단적 MAGA 공화당원들이 우리를 정부 셧다운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공화당의 합의안이 “심각하지 않고 웃기다”고 말해 반대 입장임을 시사했다. 임시예산안이 제때 통과되지 못할 경우 이르면 현지시간 토요일 연방정부의 부분 셧다운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전일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가 취임하는 1월 20일까지 연방정부가 셧다운 될 가능성에 “예스(YES)” 라고 답했고, 또 다른 게시물에서 그같은 셧다운이 “끔찍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합의안에 대해서는 “훨씬 낫다”며, 민주당이 이를 거부해 정부가 셧다운되면 중간선거에서 큰 패배를 각오하라고 압박했다.
미국채 2-10년 스프레드, 2022년래 최대
연준위원들이 전일 FOMC에서 “매파적”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내년 인하 예상치를 기존 100bp에서 50bp로 크게 줄인 뒤에 미국채 일드커브의 스티프닝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현지시간 목요일 미국채 2년-10년물 금리 스프레드는 장중 한때 12bp 가량 더 벌어진 28bp로 2022년 6월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진전이 정체되고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투자자들은 장기 국채 보유를 꺼리고 있다. 목요일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미국의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3.1%로 잠정치 2.8%에서 상향 조정됐다.
Nationwide의 Oren Klachkin은 연말까지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내년에는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더 큰 도전에 직면할 수 있어 연준이 완화 기조를 버리진 않더라도 향후 추가 금리 인하에는 좀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BMO Capital Markets의 Ian Lyngen은 매파적 연준과 발행 물량 우려 등에 장기물 쪽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일드커브 스티프닝 추세가 연말까지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파월 연준의장이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다며 일축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재정적자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일부 트레이더들은 긴축으로의 선회 리스크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옵션시장에서는 내년 금리 인상에 대비한 거래마저 감지됐다.
JP모간자산운용 CIO ‘내년 미국채 시장 조용할 것’
JP모간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밥 미셸은 투자자들이 내년을 위해 아직 완전히 준비하지 못한 시나리오가 하나 있다며, 10년 만에 가장 조용한 미국채 시장을 예상했다. 연준이 내년 “별로 할 일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채 금리가 8년 만에 가장 좁은 범위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있어 10년물의 경우 3.9%~4.65%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시장이 현재 그러한 궤적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향후 12개월에 걸쳐 발생할 확률이 3분의 1 이상인 5개의 “현실적인 서프라이즈 예측”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워싱턴에서 나올 정책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며, 세금, 이민, 규제 완화, 관세 등을 주시하고 있다고 현지시간 수요일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 모든 것을 통과시키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1년 이후의 얘기로 그동안 시장은 제자리 걸음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매도세에 시달린 신흥시장(EM)의 경우 내년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관세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일부 EM 채권과 통화는 두자릿수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다고 낙관했다.
BOE ‘비둘기파적’ 금리 동결…시장 다시 인하베팅
영란은행(BOE)이 기준금리를 4.75%로 동결했지만, 3명의 정책위원이 이에 반대해 25bp 인하를 주장하고 대다수가 내년 추가 인하를 전망하면서 트레이더들은 다시 인하 베팅을 높였다. 앤드류 베일리(BOE) 총재는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점진적인 접근 방식이 여전히 옳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져서 내년에 언제, 얼마나 금리를 인하할지에 대해 약속할 수 없다”고 성명서에서 말했다. 그는 이후 인터뷰에서 내년 2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고민이 “합리적인 출발점”이라며, “경로는 아래 쪽이라고 생각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특정 움직임이 언제 얼마나 일어날지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임금 증가율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연이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내년 BOE 금리 인하 기대는 3차례에서 2차례 미만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이제 머니마켓은 3번째 인하 확률을 다시 높게 프라이싱 중이다. 이에 파운드-달러 환율이 반락해 한때 전일비 0.6% 넘게 내리고 길트채 2년물 금리도 한때 4bp 가량 하락했다. 바로 공개된 의사록에 따르면 이번 금리 동결에 손을 든 한 정책위원은 “행동주의 전략”을 말하며 물가가 진정되었다는 확신이 들면 더 큰 폭의 인하도 가능함을 시사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월부터 시작해 내년 총 100bp 인하를 전망했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