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트럼프 허니문 종료? 유가불안

(블룸버그) — 폭발적인 미국의 고용지표가 탄력적인 노동 시장에 대한 견해를 강화하고, 국제유가마저 수개월래 고점을 경신하면서 연준이 올해 아예 금리를 못내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며 시장 불안을 더했다. 일부 월가 은행들은 미국채 금리 전망을 높이고 추가 달러 강세를 점쳤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4.80%을 넘어 2023년 11월래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달러지수(DXY)는 0.5% 뛴 110.176까지 올라 2022년 11월 이후 고점을 기록했다. 파운드는 0.9% 가까이 추락했고, 달러-원 환율은 지난주에 이어 1475원을 재차 시도했다. 뉴욕증시는 ‘트럼프 허니문’이 끝났다는 진단이 나온 가운데 작년 11월 5일 미 대선 이래 최저치로 밀렸던 S&P 500 지수가 반등을 시도했다. 엔비디아는 미 행정부가 첨단 인공지능(AI)칩에 대한 새로운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장초 4.7% 급락했고, 애플은 작년 4분기 글로벌 아이폰 판매가 약 5% 줄었다는 소식에 주가가 한때 3% 빠졌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 조치 강화에 브렌트유는 지난 금요일 거의 4% 급등한 데 이어 월요일에도 장중 한때 2% 넘게 올라 배럴당 81.68달러로 8월래 고점을 경신했다. 서부텍사스산(WTI) 원유도 3% 넘게 올라 8월래 처음으로 79달러 상회를 시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를 휩쓸고 있는 대규모 산불로 보험업계 손실이 약 300억 달러로 예상되며, 전체 재산피해와 경제적 손실 추정치는 2500억~2750억 달러로 늘었다. 한편 최대 약 500억 달러에 달하는 달러 매도 물량으로 쏟아질 수 있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가 본격 출회되어, 한국시간 월요일 오후 들어 수억 달러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선물환 매도 물량이 시장에서 처음으로 관측됐다고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시장 참가자들이 전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올해 시장의 안정과 긍정적인 모멘텀을 유도하고 유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장 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 조치에 국제유가 점프

미국의 러시아 에너지 산업에 대한 새로운 제재 조치가 원유 공급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제유가가 수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에 올랐다. 이달 2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둔 가운데 퇴임 직전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주 대형 수출업체와 보험사, 150척 이상의 유조선 등을 대상으로 러시아 석유업계에 대해 가장 공격적인 제재를 가했다. 이에 정유사들이 대체 공급원을 모색해야 할 수도 있는 인도와 중국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인도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원유의 주요 구매자로 부상했으며,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국이다. 모간스탠리는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조치가 예상보다 더 강력하다”며, “이를 소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적어도 일정 기간 석유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했다.

트레이더들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의 정유업체들은 미국의 제재가 발표되었을 때 수송 중이던 원유를 인도할 수 있을지 파악하기 위해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인도에서는 정유업체 관계자들이 최대 6개월 동안 지속될 수 있는 대혼란에 대비하고 있다. 인도는 미국이 제재한 유조선을 인도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이번 제재로 이른바 러시아 그림자 선단의 최대 30%가 영향을 받아, 하루에 8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러시아가 원유 구매를 부추기기 위해 판매가를 더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 공급량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닉스 캐피털 그룹의 리서치 헤드 Harry Tchilinguirian은 인도 구매자들이 이제 중동에서 대체 공급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며, “2월에 적재하는 중동 선적 현황 등 실물 시장에서의 움직임이 흥미로울 것이다”고 내다봤다.

JP모간, 연준 인하전망 올 3회에서 2회로 축소

JP모간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금요일 발표된 견조한 작년 12월 미국 고용지표를 반영해 연준이 올해 6월과 9월에 각각 25bp씩 2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을 바꿨다. 앞서 올해 3차례 인하를 예상했던 JP모간은 1월 10일자 보고서에서 “3월까지 연준이 다시 완화를 시작하려면 고용이 매우 나쁘게 나와야 한다”며, “이제 다음 인하는 6월로 보고 9월엔 마지막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바클레이즈 역시 올해 단 한차례 인하로 전망을 바꿨다. 3월 인하콜은 철회하고 6월에야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며, 경제가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이 상반기에 하락하다가 하반기에 관세로 인해 물가상승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둔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나온 후에야 내년 6월쯤 다시 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뉴욕 연준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들의 3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로 이전치 2.6%에서 높아졌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로 이전치와 비슷했다.

월가, 미국채 금리 전망 상향

여러 월가 은행들이 예상보다 뜨거운 작년 12월 고용보고서에 연준 금리 인하 전망을 낮추고, 그에 따라 미국채 금리 전망치를 높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더 이상 금리 인하가 필요 없을 것으로 보고, 미국채 2년물의 연말 목표치를 기존 4%에서 4.5%로, 10년물은 4.25%에서 4.75%로 상향 조정했다. JP모간은 올 2차례 인하로 전망을 바꾸고, 연말 10년물 금리 목표치를 4.55%로 제시했다. 다만 2년물의 경우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까지 오른데다 연준의 반응 함수가 여전히 비둘기파적이라며, 2년물 롱 포지션 보유를 추천했다. 또한 헤지용으로 5s10s 플래트너도 권고했다.

RBC 캐피탈 마켓츠는 “1월 인하 가능성은 이제 죽었다”며, 연준의 이번 인하 주기가 현 4.25-4.50% 수준을 최종 금리로 이미 마무리되었다고 진단했다. 또한 “미국채 시장의 약세 기조가 당분간 사라지기 어려워 보여 이에 맞서 싸우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소시에테제네랄은 10년물 금리 5%면 매수 기회라며, 4.75% 접근시 2s10s 플래트너나 2s5s10s 또는 5s10s30s의 중기물 매수를 추천했다. TD증권은 미국채 10년물에 대해 4.30%을 목표로 4.74%에 롱 포지션에 진입했다며, 강한 경제지표에 연준이 인하를 쉬어가겠지만 인플레이션이 크게 타격을 입지 않는 한 인상은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도이체방크는 BEI가 아직 관세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진단했고, 골드만삭스는 시장이 금리 경로에 있어 상방 리스크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고 있는듯 보이지만 아직 자기 조정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 美경제 호조에 5% 이상 추가 달러 강세 전망

골드만삭스는 견고한 미국 경제와 금리인하를 늦출 가능성이 있는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정책을 근거로 약 2개월 만에 다시 달러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Kamakshya Trivedi 스트래티지스트 등은 “새로운 관세 부과와 미국의 지속적인 아웃퍼폼으로 달러는 향후 1년 동안 약 5%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에 더해 “추가 달러 강세 쪽으로 리스크가 기울어져 있다”고 경고했다. “FX 참여자들이 어느 정도의 관세 정책 변화를 분명히 예상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최근 움직임의 동인을 분리하기 어렵다. 당사는 달러 강세가 더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은 유로화가 6개월 안에 달러 대비 패리티를 밑돌아 0.97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1.05에서 전망을 낮춘 것이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에너지 위기가 촉발되고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던 당시에나 볼 수 있었던 수준이다. 블룸버그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의 투자자들의 달러 강세 포지션은 2019년 1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아문디 US와 TD 증권은 달러가 2022년 고점을 다시 테스트할 것으로 내다봤다.

ECB 렌 정책위원 ‘연준과 무관하게 ECB 추가 인하 필요’

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 연준이 어떤 조치를 취하든 간에 차입 비용을 계속 낮춰야 한다고 올리 렌 ECB 정책위원이 주장했다.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인 렌은 “디스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성장 전망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계속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방향은 분명하고, 금리 인하의 규모와 속도는 향후 지표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ECB가 “연방준비제도의 13번째 지역구(federal district)가 아니다”며, “우리는 유로존의 물가 안정이라는 우리의 임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린다”고 강조했다. 또한 늦어도 여름 중반이면 통화정책이 제약적 영역을 벗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보리스 부이치치 ECB 정책위원 겸 크로아티아 중앙은행 총재 역시 연준이나 다른 중앙은행으로부터 독립적임을 강조했다. 그는 Econostream 인터뷰에서 경제가 대체로 전망대로 움직이고 있는데다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점진적으로 움직이는 편이 낫다며, ECB가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이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월요일 한때 0.6% 넘게 밀려 2022년 11월래 최저치인 1.0178까지 하락했다. 도이체방크는 연준과 ECB 간의 정책 기대 확대로 유로화가 올해 달러 대비 0.95~1.05 범위에서 거래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사 관련 문의: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