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7대 경합주’를 모두 석권해 깔끔한 승리를 거두면서 그의 차기 행정부 진용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지시간 금요일 파이낸셜타임즈(F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맡았던 중국 매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USTR 대표직을 제안받았고, 상무장관직은 린다 맥마흔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라이트하이저는 대표적 무역 보호주의자로 그를 다시 선임한다는 것은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의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달러(BBDXY)가 오름세를 확대해 장중 한때 0.8% 넘게 점프했고, 달러-역외위안화 환율은 0.9% 가까이 올라 7.2위안선을 다시 뛰어넘었다. CBS는 라이트하이저와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의 창업자인 스콧 베센트 등이 차기 재무장관 하마평에 올랐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골드만·바클레이즈 등 덜 공격적인 연준 인하로 전망 변경
골드만삭스가 연준의 내년 금리인하 시기 전망을 기존보다 늦추고 바클레이즈는 내년 인하 횟수를 종전보다 줄이는 등 연준의 금리인하 경로가 덜 공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견해가 늘고 있다. 골드만의 Jan Hatzius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은 연준이 올 12월에 이어 내년 1월과 3월, 6월, 9월에 25bp씩 금리를 인하해 최종금리가 3.25%~3.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기존 전망에서 5월이 빠지고 9월이 추가된 것으로, 이들은 “중앙은행이 더 신중하게 움직이길 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은 자사의 전망 변경이 정책금리가 ‘중립적이거나 중립에 가까운 수준에 접근함에 따라 제약적 통화정책을 되감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과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를 완화하는 것에 대한 그의 비유에 부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클레이즈는 11월 FOMC 리뷰 보고서에서 “미 대선 결과와 수입품 관세, 이민 규제 강화 가능성”을 근거로 연준의 내년 25bp 인하 전망 횟수를 이전 3회에서 2회로 축소했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Marc Giannoni 등은 여전히 12월 25bp 추가 인하를 예상하고 있지만 “인하가 중단될 위험이 높아지면서 인하 결정은 박빙일 것”으로 내다봤다. 바클레이스는 연준 전망 변경의 근거인 선거 결과에 기반해 인플레이션 전망을 높이고 GDP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들은 “관세에 따른 압박이 사라지고”난 뒤 2026년에는 두 번의 25bp로 금리 인하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TD증권은 2025년 상반기에 연준의 금리인하가 멈춰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총재는 강한 경제와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연준위원들이 향후 몇 개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앞서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폭으로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채 10년물 5%까지 상승 경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인한 채권 시장의 혼란 속에 증시 랠리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까지 미국채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고 JP모간자산운용이 경고했다.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글로벌 채권 헤드인 Bob Michele는 감세 및 관세와 같은 트럼프의 공약이 시행될 경우 현재 4.3% 부근인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재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아문디 CIO Vincent Mortier 역시 5%는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는 임계치라고 추정했고, Allspring Global Investments의 Janet Rilling도 5%를 내다봤다. Michele은 현지시간 목요일 한 행사에서 대선 캠페인에서 언급된 트럼프의 정책방안이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연준이 대응할 수 밖에 없다며, “따라서 금리가 실적 호조와 주식 밸류에이션이 흡수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까지 단기적으로 채권 투자자들이 저점매수에 나서면서 10년물 금리는 4% 부근에서 안정될 것으로 Michele은 예상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고 ‘합법적인 정책안’이 테이블 위에 올라오면 채권 매도세가 다시 불붙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의회와 새 행정부가 들어서고 이 모든 계획이 실현되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까지 채권 시장의 변동성은 사상 최고치인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 이후 법인세 인하 가능성에 대한 낙관론과 규제 완화 기조로 오히려 S&P 500 지수는 연일 신고점을 다시 쓰고 있다. JP모간자산운용의 글로벌 주식 헤드 Paul Quinsee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주식 리스크는 크지 않다며, 밸류에이션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 실적 호조가 증시를 계속 지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지방부채에 10조 위안 투입…나머지 총알은 트럼프 비상용
중국 당국이 심각한 지방정부의 부채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0조 위안(1.4조 달러)에 달하는 재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새로운 부양책은 내놓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예고한 무역전쟁에 대비해 나머지 총알을 아끼는 모습이다. 금요일 전인대 상무위원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란포안 재정부장은 직접적인 내수 진작 대책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내년에 “더욱 강력한” 재정 정책을 약속해 트럼프 취임 후 보다 대담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트럼프는 중국산 상품에 대해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해왔다. 지방부채의 리파이낸싱을 위해 지난달 발표했던 계획을 좀더 구체화해 향후 3년에 걸쳐 지방정부 특별부채 한도를 6조 위안 증액하고, 올해부터 5년 동안 추가 4조 위안의 특별지방채권 쿼터를 활용하기로 했다.
중국이 당면한 3대 “주요 경제·금융 리스크” 중 하나로 지적된 지방정부 부채는 주로 인프라 투자를 위해 LGFV라는 특수기구를 통해 조달된 것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들 기관은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국자들은 기자회견에서 작년말 기준 소위 “숨겨진” 부채가 14.3조 위안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국제통화기금의 추정치인 약 60조 위안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Pantheon Macroeconomics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인 Duncan Wrigley는 “미국 대선 이후 시장 반응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으로 나타나면서 중국 당국자들은 어쩌면 트럼프의 취임 전에 강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며, “내년은 다르겠지만 그 때가 되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중국인민은행(PBOC)는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약속을 강화하고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보장하겠다고 금요일 분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밝혔다.
中헤지펀드, 트럼프 리스크에 이례적 환매 권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으로 중국 경제와 시장의 리스크가 높아짐에 따라 중국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퍼시버런스자산운용(Perseverance Asset Management)이 일부 고객에게 이익 실현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블룸버그가 확인한 공지에 따르면 1000억 위안(140억 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상하이 소재 퍼시버런스는 스타급 펀드매니저 Deng Xiaofeng가 이끄는 다양한 상품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그동안 수익률이 좋았다며 미국 선거 결과에 따른 리스크를 고려할 때 환매를 생각해 보라고 제안했다. 환매 신청 기한은 11월 13일까지로, 중국 수출에 대한 압력이 커지면서 환율 변동성과 더불어 “복잡한 환경”이 조성되고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그에 따라 자산 배분 재조정을 고려할 수 있다고 퍼시버런스는 설명했다.
가능한 한 운용 자산 규모를 키우려는 헤지펀드 업계에서 환매를 권고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만큼 트럼프 관련 리스크는 중국 투자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한편 중국은 트럼프 당선자와 합의를 원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중국 외교부의 고문인 Wu Xinbo 상하이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소장이 진단했다. 그는 “중국 입장에서는 합의가 바람직하다. 우리는 무역 전쟁을 원치 않는다”며, “우리는 모두 트럼프의 스타일을 잘 안다. 그는 자신의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중국을 계속 압박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합의에) 시간이 걸리고 양측이 씨름을 해야만 할 것”이라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내다봤다.
트럼프 임기 첫날 정책 가이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두번째 임기는 미국 근대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정권 이양이 될 전망이다. 공화당이 상원은 물론 하원 장악까지 노리고 있는데다 지난 1기 때와 달리 자신의 열렬한 지지자들로 백악관을 채우게 될 트럼프는 막강한 권력으로 급격한 정책 전환을 시도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 1기 고문을 지냈던 Mike McKenna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무엇이 가능할지에 대한 모든 이들의 인식을 넓혀주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에서 취임 첫날 불법 체류 이민자를 대상으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는 이민자에 크게 의존하는 건설업과 숙박업, 소매업 등 경제 분야에 즉각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현지시간 목요일엔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금액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해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들어도 대규모 추방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임을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또한 모든 외국산 상품에 20%, 중국산 상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관세의 경우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고 의회와 협의할 필요가 없다. 1977년 제정된 법률에 따라 대통령은 국가 안보, 외교 정책 또는 미국 경제에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이 발생할 경우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일부 트럼프 측근들은 그의 관세 위협이 협상용 카드일 뿐이라며 결국 보편적 관세는 철회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트럼프가 이번엔 국제무역 규정의 재편에 진심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트럼프는 관세가 대규모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채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웰스파고는 “관세 위협을 문자 그대로는 아니라 하더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트럼프는 당선 직후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의 정상들과 통화를 하는 등 벌써부터 외교정책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가 바이든보다 훨씬 강경할 것이란 인식 덕분에 취임도 하기 전에 바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고 전 트럼프 행정부 관료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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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