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이벤트로 꽉찬 ‘빅위크’는 일단 일본은행(BOJ)이 긴축발작 우려를 잠재우며 안도 속에 출발하는 모습이다. BOJ가 부양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장기물 중심으로 글로벌 채권 랠리가 펼쳐졌고, 달러-엔 환율은 숏커버가 몰리며 한때 0.8% 넘게 올라 7월 20일래 고점을 경신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대화 재개를 시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미증시가 상승하고 역외위안화가 강세로 돌아섰지만, 오늘 개장 전 미국이 예고했던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보다 높은 25%를 제안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와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분위기다.
유로-달러 환율은 독일 등 유로 지역 경제지표가 대체로 긍정적 흐름을 보인 가운데 오름폭을 확대했으나 IMF가 그리스에 암울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반락했다. 캐나다달러는 GDP 서프라이즈가 금리인상 기대를 더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애플이 시장 예상을 뛰어 넘는 분기 실적과 전망을 내놓으면서 장 마감후 거래에서 3% 가까이 상승해 시가총액 1조 달러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애플의 실적 기대에 힘입어 페이스북 등 다른 테크 대표주자들도 최근 급락세를 멈추고 반등했다. 유가는 트럼프가 이란 대통령에게 전제 조건 없이 만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가운데 공급과잉 및 수요 부진 우려 속에 WTI 최근월물 가격이 2% 가량 하락했다. 미국과 멕시코는 NAFTA 재협상과 관련해 자동차 부문에서 거의 합의에 이르렀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어제 장 마감후 공개된 7월 한국은행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명의 소수의견과 더불어 일부 금통위원이 인상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한국의 7월 CPI 상승률은 전년비 1.5%로 예상치 1.7%를 하회해 아직까지 물가 압력은 크지 않은 듯 보인다. 한국의 7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6.2% 증가한 518.8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예상치(7.4% 증가)를 하회하는 것.
오늘 유로존 7월 마킷 제조업 PMI, 미국 7월 ADP취업자 변동·7월 마킷 제조업 PMI·7월 ISM 제조업지수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제 시장은 한국시간으로 2일 새벽 발표될 FOMC 결정을 대기하고 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미-중 대화 재개 모색…중국, 성장에 주력
미국과 중국은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피하기 위해 대화 재개를 시도하고 있다고 해당 사안에 정통한 2명의 소식통이 전했다.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는 협상 재개의 길을 열기 위해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소식통이 밝혔다. 구체적 일정과 논의 사항 및 대화 형식 등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양국 대표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양측이 한치의 양보도 거부하며 힘겨루기에 나서면서 교착상태가 수주간 지속된 점을 감안할 때 긍정적 진전이지만, 유럽연합의 경우처럼 극적인 대타협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무역 정책과 관련해 이번주 고위급 미 관료들이 논의를 하고 있다. 미 재무부 관료는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며 미 증시가 상승하고 역외위안은 달러 대비 장중 0.8% 가까이 강세를 보였다. 미국은 추가로 16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이르면 수요일부터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한편, 중국 공산당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정치국은 화요일 정책 입안자들이 미국과의 무역 분쟁 및 디레버리징으로 인한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성장 지원에 더욱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25명의 최고위 공산당 위원들은 정치국 회의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레버리지 축소 노력을 신중한 속도로 지속하면서 동시에 올해 하반기 경제 정책을 보다 미래 지향적이고 유연하며 효과적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해당 회의를 보도하면서 외부 환경이 “크게 변화했다”고 평가하고, 중국은 주요 문제 해결을 위해 선별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긴장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은 감세에서 중앙은행 유동성 투입에 이르기까지 경제 성장을 부추기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아직까지 광범위한 재정 또는 통화 부양책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정치국은 성명서에서 내수 확대와 경제 구조조정을 위해 재정 정책의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중한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통화 공급을 통제하며, 유동성을 합리적이고 충분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애플 구세주…나스닥 4거래일만에 반등
3거래일 연속 1% 넘게 하락했던 나스닥지수가 애플의 실적 기대감에 반등에 성공했다. 애플은 7월-9월에 해당하는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아이폰 신제품 출시와 디지털 서비스 등에 힘입어 600-6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 설문 애널리스트 예상치는 평균값 기준 593.7억 달러였다. 4-6월 주당순이익은 2.34달러로 시장 예상치 2.18달러를 상회했다. 팀쿡 애플 CEO는 “대기 중인 신제품과 서비스에 매우 흥분한 상태”라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Cross Research의 Shannon Cross는 “이번 실적 결과와 가이던스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여줄 것”이라며 “애플의 대다수 제품 라인업이 강화되면서 단기 실적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NYSE Fang+ 지수의 경우 윌리엄스%R 분석상 일차트 기준 -80를 크게 하회해 과매도권에 진입한 상태로, 매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의 매도 콜에도 불구하고 ETF 투자자들은 FAANG 종목들을 사들이고 있다. State Street 의 Technology Select Sector SPDR Fund(XLK)에 지난 주 7억 2500만 달러가 몰려 2017년 1월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XLK는 아마존이나 넷플릭스 주식은 갖고 있지 않지만 포트폴리오의 17.5%가 페이스북과 구글이다. 오펜하이머의 John Stoltzfus는 약세론자들이 최근의 기술주 급락에 대해 연초와는 다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펀더멘털이 크게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주에 대해 지나치게 약세로 가는 것은 꺼려진다”고 말했다. 한편 FAANG 보유 비중이 훨씬 큰 Invesco QQQ Trust Series 1 ETF의 경우 지난 주 14억 달러 이상이 빠져나갔다.
BOJ 긴축발작 없었다…글로벌 채권 랠리
일본은행(BOJ)이 10년 만기 국채 금리 목표를 변경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차입 비용을 매우 낮게 유지하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한 이후 글로벌 채권이 장기물 중심으로 랠리를 펼쳤다.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예상을 상회하고 미-중 무역 협상 재개 시도 보도가 전해지면서 채권 강세폭은 일부 줄었으나, 프랑스와 미국을 포함해 주요 선진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보다 낮아졌다. BOJ가 인플레이션 전망을 낮추고 채권 금리 움직임에 대해 좀더 유연한 자세를 시사하면서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201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엔화는 달러 대비 0.7% 넘게 밀리며 G-10 통화 중 가장 약세를 보였다.
BOJ가 80조엔 규모의 채권 매입 목표를 철회할 수 있다는 추측 속에 지난 주 선진국 채권 금리가 오르고 커브가 가팔라지는 등 BOJ 회의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긴장이 극에 달하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구로다 BOJ 총재의 통화 부양책 덕분에 일본의 자금이 전세계 고수익 자산으로 흘러 들어가 유로존을 비롯한 기타 지역의 채권이 지지되었기 때문이다.
미즈호 인터내셔널의 Peter Chatwell는 “일본 국채시장이 각오했던 매파적 BOJ는 없었다”며 그 결과 일본을 비롯해 다른 이자율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BOJ는 장기 금리 타겟을 0%에 유지하면서 금리 허용 범위를 0.10%에서 0.2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일드 커브 플래트닝이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BNP 파리바의 Laurence Mutkin는 진단했다. “일드커브 플래트닝은 BOJ 회의 전 목격했던 스티프닝의 되돌리기에 불과하다”며 “일본 국채가 추가 스티프닝될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FOMC 대기…파월 계란세례 받을까?
지난 6월 올해 들어 두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올 하반기 2차례 추가 인상을 전망했던 연준 위원들은 이번주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기술주 투매세에 놀란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더욱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버냉키 전 연준의장은 2007년 3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제한될” 것이라며 미 의회의원들을 안심시켰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전이되면서 상당한 비난을 받았다. 이제 파월 현 의장이 계란세례를 받을 수도 있다. 그는 이달 초 금융시장에서 “아무 것도 빨간불이 깜박거리지 않는다”고 의회에서 증언했다. 이달 초 연준의 반기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면서 파월은 금융 안정성에 대한 리스크를 설명하며 “노멀”이란 새로운 단어를 사용했다. 그는 기업 레버리지가 “약간” 높은 편이지만, 은행의 자본구조가 좋고 가계 금융이 지나친 압력을 받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많은 금융자산 가격이 올랐지만 “버블이란 단어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근 페이스북과 트위터 주가가 급락하자 밸류에이션이 확대된 상황에서 시장의 인내력이 쉽게 테스트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재차 부각되었다. 문제는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경제로부터 유동성을 거둬들이고 있어 이같은 고통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Martin Feldstein 하버드대 교수는 “10년간 매우 매우 낮은 이자율의 시대 이후 우리는 매우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가가 역사적 추세를 크게 상회함에 따라 연준이 자산 버블을 피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4%까지 올려야 한다며, 그럴 경우 자산 버블이 터질 위험이 있지만 연준은 조짐이 나타나는 경기 침체에 맞설 화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Gluskin Sheff & Associate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David Rosenberg는 30일자 보고서에서 최근 페이스북을 비롯한 거대 테크 기업들의 실적 실망은 2000년 나스닥이 고점에 이른 후 그 다음해 경기 침체가 찾아왔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한은 의사록 …노무라 ‘매파 4명 vs 비둘기 3명’
어제 공개된 7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이일형 금통위원의 소수의견과 함께 한 위원이 “늦지 않은 시기에 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일형 위원은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다소 축소할 시기가 됐다고 생각되기에 기준금리를 현 1.50%에서 1.75%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노무라는 의사록 리뷰 보고서에서 7월 금통위가 소수의견을 낸 이일형 위원을 포함해 4명의 매파와 3명의 비둘기파로 나눠졌다며, 한은은 심리가 개선되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경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25bp 금리 인상 확률은 8월 31일 금통위의 경우 10%, 10월 18일은 40%, 11월 30일은 50% 정도로 추정했다. 최근 소비자 및 기업의 심리 악화를 고려할 때 8월 금리인상 확률은 낮으며, 한은이 내년도 한국 예산안과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할 수 있어 10월보다는 11월에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서은경 기자 (송고 2018/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