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와 인플레
11월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비 5.7% 올라 1982년래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했다. 전월비로는 0.6% 상승해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10월 0.7% 증가를 보였던 실질 개인소비는 11월 정체한 것으로 나타나 인플레이션 급등세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가오름세를 감안하지 않은 개인소비 지수는 전월비 0.6% 상승했다. 공급차질에 많은 미국인들이 연말 쇼핑을 평소보다 일찍 시작한 탓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실질 개인소비가 오미크론이 강타하기 전인 11월에 보합을 기록한 점은 인플레이션이 소비 탄력성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한편 11월 미국 신규주택매매는 전월비 12.4% 늘어난 연율 74만4000건으로 7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낮은 대출금리와 팬데믹발 재택근무로 인해 강한 주택수요가 지속되는 분위기다. 내구재 주문의 경우 전월에 비해 2.5%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 1.8%를 뛰어 넘은 6개월래 최대폭 증가로, 내년 초까지 산업생산 증가세를 뒷받침할 전망이다. 12월 18일 마감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20만5000명으로 이전 수정치와 동일했으며 예상치에도 부합했다.
서머스의 경고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미국 경제가 향후 몇년 안에 시험을 거치게 될 전망이라며, 조만간 경기 침체에 빠지고 뒤이어 구조적 장기불황(secular stagnation)이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인터뷰에서 서머스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너무 늦게 감지했다며, 물가를 제때 잡지 못해 결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경제를 뜨겁게 달궈진 채로 유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1970년대 경험했듯이 경기 과열의 결과는 단순히 높아진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상승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불안한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이 리라화 방어를 위해 예금 보호라는 특단의 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터키가 보유한 순외화자산이 이번주 초 59억 달러 가량 감소했다. 블룸버그가 통화당국의 일일 대차대조표를 이용해 계산한 결과 순외화자산 잔고는 지난 금요일 8억1700만 달러에서 화요일 마이너스 51억 달러로 바닥난 상태다. 당국은 개입설을 부인했지만 2018년 10월 당시 국영은행들을 통해 달러를 풀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몰래 시장에 개입한 듯 보인다.
에르도안의 발표 후 리라화 가치는 월요일 한때 달러 대비 25% 반등했고 이번주에만 40% 넘게 올라 표면적으로는 외환시장이 다소 진정된 듯 보이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은 여전한 모습이다. 월요일 급등세는 1983년래 최대폭으로 국영은행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4명의 소식통이 전했다. 민간은행 최소 한 곳도 이에 동참했으며, 은행권의 달러 매도는 화요일에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 등은 터키 중앙은행이 리라화의 무질서한 평가절하를 막기 위해 작년에만 외환보유액을 1000억 달러 이상 쓴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에르도안은 2019년과 2020년에 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고 중 1650억 달러를 투입했다며, 필요하다면 다시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유럽 에너지난 해결 나선 미국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현지시간 목요일 20% 넘게 급락했다. 미국이 적극적인 공급에 나선데다가 일부 트레이더들이 연말 연휴를 앞두고 포지션을 정리한 영향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LNG를 실은 최소 10척의 선박이 유럽을 향하고 있다. 다른 20척은 대서양을 건너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아직 최종 목적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의 LNG 공급은 유럽의 에너지난 해소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유럽의 최대 공급처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긴장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공급을 제한하면서 유럽내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 들어 6배 이상 뛰었다. 경제 재개로 인한 수요 확대와 보수 작업 지연 및 발전소 가동 중단 등도 에너지난을 부추겼다. 유럽의 가스 가격은 미국에 비해 13배나 높은 편이다. Inspired Energy는 시장 유동성이 줄어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중압박…인텔 사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상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한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에 현지시간 목요일 서명했다. 이제 기업들은 강제노동으로 생산되지 않았음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로부터 수입이 불가능해진다. 해당 조치는 위구르 무슬림 탄압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신장 지역은 글로벌 공급 체인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이에 의존하는 많은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
바이든이 서명하기 전부터 이미 파장은 시작되었다. 인텔은 인권 문제를 이유로 신장 지역의 노동력과 제품을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공급업체들에게 서한을 보냈다가 중국내 비판 여론이 들끓자 서둘러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게다가 신장은 면화와 태양광 패널의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의 주요 산지다. 전 세계가 지구온난화와 급격한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 퇴출을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태양광이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어 이번 조치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은 강제노동 혐의를 부인하고 해당 법안이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미-중간 긴장이 고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