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현지시간 금요일 자동차 관세가 4월 2일경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관세가 당장 시행되지 않는다는 안도감에 더해 우크라이나 종전 기대와 미국 소매판매 부진이 겹치면서 달러(BBDXY)는 연저점을 경신했다. 미국의 물가와 성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진단 속에 시장의 연준 금리 인하 기대도 올 12월에서 9월로 다시 앞당겨졌다.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지난 주말 달러-원 환율(BGN)은 전반적인 달러 약세 흐름에 한때 1436원까지 떨어진 뒤 1440원 부근에서 마감했다. 씨티그룹은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한 잠재적 관세를 비롯해 한국산 제품 전반에 부과될 수 있는 미국 상호 관세가 한국 경제 성장을 상당히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도, “트럼프 정부의 거래적인 접근 방식을 고려할 때 협상 여지는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시장 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트럼프-푸틴 정상회담 추진…우크라이나 평화협상 주목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정부인사들이 조만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기 위해 이르면 이달 말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의 핵심 광물 접근권과 관련해 안보 보장 및 투자와 연계되어야 한다며 미국이 제안한 협정 초안을 거부하고, 또한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그 어떤 거래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에서 유럽을 패싱하고 있다는 조짐 속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월요일 파리에서 긴급 유럽 정상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겠다는 트럼프의 위협이 유럽 대륙에 대한 “존재론적”인 문제라고 우려했다.
美 1월 소매판매 실망…댈러스 연은총재 ‘인하 신중’
지난달 미국의 소매판매가 혹한과 산불 영향으로 2023년 3월래 가장 큰 폭인 전월비 0.9% 급감했다. 자동차와 가구점 등의 판매 부진에 시장 예상치 0.2% 감소보다 크게 악화되었고, 국내총생산(GDP) 추계에 들어가는 관리 그룹 소매판매 역시 0.8% 위축되었다. 다만 작년 12월 소매판매는 0.7% 증가로 상향 조정됐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장기화에 가계부채 연체율이 작년 4분기 3.6%로 거의 5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소비에 경고등이 켜졌다.
TD증권은 이번 소매판매 보고서가 “경제성장 활동 가속화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진단했다. 파월 연준의장이 금리 인하에 서두르지 않을 생각임을 재차 강조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도 결국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로건 댈러스 연은총재는 향후 몇 달 동안 신중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 하락이 반드시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BofA, 인플레이션 가속되면 트럼프 관세 위협 줄어들 것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된다면 오히려 금융 시장에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주장했다. BofA의 마이클 하트넷은 이러한 물가 압박이 “전화위복”으로 작용해, “트럼프가 2차 인플레이션 파동을 막으려면 앞으로 몇 달 동안 관세와 이민에 대해 소극적으로 접근해야만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달 약 5%까지 올랐던 30년물 미국채 금리가 수년래 고점일 수도 있다며, 채권 매수를 권고했다. 또한 미국보다 다른 시장의 주식을 선호한다는 견해도 유지했다. 무역전쟁을 예고한 트럼프의 당선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커졌으나, 최근 관세 위협이 협상 도구일 뿐이라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시장에서 관세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줄어드는 분위기다.
옵션시장 美10년 5% 베팅…투자자들은 덜 비관적
옵션시장에서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2023년 이후 처음으로 5%까지 뛸 것이라는 베팅이 지난주 목격됐다. 금리가 현 수준인 4.5% 부근에서 50bp 정도 더 오르게 되면 프리미엄 대비 거의 열 배인 1000만 달러의 수익이 나는 거래가 금요일에 관측됐으며, 그에 앞서 수요일 CPI가 나오기 전에는 일주일 뒤 만기 도래하는 비슷한 베팅도 목격됐다. 시장의 물가 기대를 반영한 10년물 BEI 금리는 2년래 고점인 2.5% 부근으로 올랐다.
반면 금요일 발표된 BofA 설문조사에서 투자자들은 미국채에 대해 덜 비관적으로 바뀌어 올해 10년물 금리가 5%를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줄고 4%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늘었다. 응답자들은 확신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불확실한 거시 경제 전망을 보여준다. BofA와 도이체방크는 올해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 반면, 골드만삭스와 JP모간체이스는 25bp씩 최소 2차례 인하를 전망하는 등 월가내 견해도 크게 엇갈린 모습이다.
中헤지펀드, 트럼프의 비둘기 연준의장 지명 전망
작년에 76% 수익을 올린 카이펑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홍콩 CEO Gao Bin은 시장이 내년 연준 금리 인하의 잠재적 규모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무역전쟁 확대로 경기가 둔화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보다 비둘기파적인 연준의장을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광범위한 무역 갈등이 세계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을 위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2년물 미국채 금리가 1년짜리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있는 한 올해 금리 인하는 현실화되지 않겠지만 내년에는 인플레이션과 관계 없이 경제가 약화되면서 트럼프는 연준 인하를 분명히 압박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협상용 레버리지에 불과할지 불확실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경로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카이펑이 개선된 대내외 환경을 이유로 중국 위험 자산, 주로 주식에 대한 강세 베팅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