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파월 ‘때가 왔다’, 달러 급락

김대도、서은경 기자
(블룸버그) —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지난 주말 잭슨홀 연설에서 금리를 내릴 때가 왔다고 말하면서 9월 인하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특히 노동시장 냉각에 대한 강조가 많은 시장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면서, 일각에서는 50bp 인하 가능성도 제기됐다. 뉴욕증시는 주요 주가지수가 1% 넘게 랠리를 펼쳤고, 미국채 2년물 금리는 한때 10bp나 빠졌다. 블룸버그 달러지수(BBDXY)는 1% 가량 급락해 1월래 최저 수준으로 밀렸고, 주간 기준으로는 4주 연속 하락해 작년 4월래 최장기간 약세를 기록했다. 이번주 발표될 미국의 7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전월비 0.2%로, 3개월 연율 환산시 2.1%로 내려와 연준의 2% 물가안정 목표에 바짝 다가서며 9월 인하에 확신을 보탤 전망이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급습해 헤즈볼라 미사일 발사대 수천대를 선제 공격하자 헤즈볼라는 지난달 고위 지휘관의 사망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대규모 공습으로 대응했다. 이스라엘은 48시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요 공항을 수시간 폐쇄했지만 피해가 제한적이라고 전했고, 적어도 현재로선 양측 모두 군사작전이 완료되었다고 밝히면서 당장 이란 등으로 확전될 위험은 피한 듯 보인다. 무엇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예정대로 일요일 카이로에서 진행되었다. 한편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캠프가 바이든의 용퇴 후 5억 달러 넘게 후원금을 모금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시장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잭슨홀에서 인하 못 박은 파월..‘정책 조정할 때가 왔다’

파월은 기준금리를 인하할 때가 왔다고 말하며, 다음 달부터 차입 비용을 낮추기 시작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를 확인시키고 노동시장의 추가 냉각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은 현지시간 금요일 잭슨홀 연설문에서 “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다”며, “이동 방향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는 향후 데이터와 변화하는 전망, 리스크의 균형에 달려 있다”는 단서를 달아 9월 후 구체적 정책 결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올해 초 주춤했던 인플레이션 개선세가 최근 몇 달 사이에 재개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 목표인 2%를 향해 “지속 가능한 경로를 밟고 있다는 확신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근접하자마자 고용 전선에 균열이 나타나면서 몇몇 연준 인사들은 고금리가 이제 경제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 시장을 뒤흔든 실망스러운 7월 고용 지표도 경고 신호로 작용했다. 파월은 “노동 시장 여건의 추가 냉각을 추구하거나 환영하지 않는다”며, 노동 시장 둔화가 “틀림 없는 사실”이라고 진단하고, 현재의 정책 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원치 않는 노동 시장의 추가 악화 등 어떤 리스크에도 연준이 대응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스왑 트레이더들은 9월 25bp 인하를 포함해 올해 말까지 약 102bp 인하 기대를 유지했고, 9월 50bp ‘빅컷’ 가능성은 24%로 소폭 높였다.

시장 전문가들의 ‘파월 피봇’ 평가

‘파월 피봇’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다양한 견해를 내놓았다. Principal Asset Management의 Seema Shah는 “파월이 금리 인하 주기의 시작을 알리는 종을 울렸다”며, “50bp 인하를 약속하진 않았지만 만일 노동 시장이 더욱 냉각되는 조짐을 보인다면 연준은 확신을 가지고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vercore의 Krishna Guha는 파월이 인플레이션의 추가 진전을 이루면서 노동 시장이 강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강경한 비둘기파적” 기조를 전달했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고용 측면의 리스크 균형이 악화되기 전에 연준이 필요한 경우 50bp까지 열려있음을 확인했다고 해석했다. Allianz Investment Management는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노동 시장 여건이 더 냉각될 조짐을 보이면 연준이 좀더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Lombard Odier Investment Managers는 현재로서는 연준이 50bp를 인하할 이유가 희박해 보인다며, 파월 연설에서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대체로 기대에 부응했다고 평가했다. GDS Wealth Management는 현 시점에서 9월 금리 인하는 사실상 기정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일회성에 그칠지 아니면 본격적인 인하 주기의 시작이 될지 여부로, 이는 향후 2~3개월 동안의 경제지표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향후 12개월 동안 여러 차례의 인하를 예상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과거 금리 인하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던 전례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Renaissance Macro Research는 파월 연설에서 “점진적(gradual)”이라는 단어가 빠졌다는데 주목하고, 그가 정책 조정에 있어 큰 폭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선택권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제 인플레이션 상승보다 실업률 상승의 리스크가 더 커졌기 때문에 연준이 노동시장 지지에 나서면서 전설적인 ‘파월 풋’의 행사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BOE 총재 ‘지속적인 인플레 위험 후퇴’…추가 인하 자신감 시사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경고하면서도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위험은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 자신감이 보다 커졌음을 시사했다. 잭슨홀 심포지엄에 참석한 베일리는 현지시간 금요일 사전 배포한 연설문에서 “2차 인플레이션 효과가 예상보다 작아 보인다”며 “인플레이션의 내재적 지속성에 대한 평가가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이달초 금리를 25bp 인하한 BOE가 인플레이션 전망에 점점 더 편안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베일리 총재는 9월에 두 번째 인하를 단행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투자자들은 11월 25bp 추가 인하를 내다보고 있으며 9월 25bp 인하 확률은 5분의 1 정도로 가격에 반영 중이다. 그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드는 경제적 비용(생산량 감소와 실업률 증가 관련 비용)은 과거보다 적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경기 침체로 인한 디스인플레이션 과정보다는 연착륙에 더욱 부합하는 안정된 디스인플레이션 과정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2022년말 11.1%까지 치솟았던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5월에 목표치인 2%로 떨어졌고 6월에도 그 수준을 유지했다. 7월에는 2.2%로 상승했으며, BOE는 에너지 요금 상승으로 인해 12월까는 2.8%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CB 레인 ‘2% 인플레이션 목표 복귀 아직 확실치 않다’

필립 레인 유럽중앙은행(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한 싸움에서 아직 승리하지 못했다며, 경제에 과도한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책 금리를 필요한 만큼 높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지시간 토요일 잭슨홀 심포지엄 패널에서 “목표치로의 복귀는 아직 확실치 않다”며, “특히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을 적시에 목표치로 복귀시키는데 필요한 만큼 통화 정책 스탠스는 제약적인 영역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나치게 긴축적인 정책은 모멘텀을 잃고 있는 유로존 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목표치로의 복귀는 지속 가능해야 한다. 너무 오랫동안 너무 높은 금리 경로는 중기적 차원에서 만성적으로 목표보다 낮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생산과 고용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측면에서 비효율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 ECB 정책회의에서 6월에 이어 두 번째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지지하는 ECB 정책위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는 여기에 더해 올해 1-2 차례 추가 인하마저 가능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번엔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 주목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최근 엔화 가치 급반등에 놀라 무너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이 주목을 끌고 있다. RBC는 중국인민은행(PBOC)이 비둘기파적 통화정책 기조를 고수함에 따라 저금리인 위안화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트레이드 기법이 좀더 회복탄력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Macquarie Group 자료에 따르면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는 주로 투기세력이 아닌 수출업체와 다국적 기업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와는 차이가 있다. RBC의 아시아 통화 전략 책임자인 Alvin T. Tan은 “중앙은행이 정책을 완화하려고 할 때 위안화 강세를 허용하는 것은 모순이므로 신흥시장 통화 바스켓 대비 위안화를 매도하는 것이 여전히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PBOC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정책을 정책을 추가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실제로 그같은 신호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위안화로 빌려 8개 신흥시장 통화로 구성된 바스켓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률은 이번 분기 0.5%를 기록한 반면 엔 캐리 트레이드는 약 -7%였다. BNY의 Wee Khoon Chong은 역외 위안화 유동성이 풍부해 시장 변동성이 잠잠해지면 투자자들이 다시 캐리 트레이드로 몰려 들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PBOC가 과도한 투기적 포지션 구축을 막기 위한 수단이 충분하기 때문에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의 총 규모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씨티그룹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옵션 시장에서 위안화 및 엔화 대비 멕시코 페소와 브라질 헤알에 투자할 것을 권고했고, 골드만삭스와 노무라 역시 중국의 거시경제적 역풍과 미 달러화 약세를 배경으로 다른 통화로 구성된 무역 가중치 바스켓 대비 위안화 숏 포지션을 추천했다. 

기사 관련 문의: 김대도(서울),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