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파월 매파발언, ECB 75bp베팅

(블룸버그) —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최근 미국 경제가 “놀라울 정도로 양호하다”며, 연준이 신중한 속도로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는 우리가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만 한다는 그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고 있다”며,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경제의 강세는 우리의 결정에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한다”고 현지시간 목요일 댈러스 행사에서 말했다. 또한 “이 상황에서 우리가 조심하고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우리가 어느 정도 중립금리 범위에 도달하거나 가까워지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속도를 늦춰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 지표가 허용할 경우 금리 인하를 “약간 더 느리게” 진행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파월 발언에 트레이더들은 12월 25bp 인하 확률을 전일 80%에서 55% 정도로 낮췄고, 미국채 2년물 금리는 한때 8bp 가까이 뛰었다. CreditSights는 “파월 발언이 다소 매파적으로 향후 정책에 대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태도를 취했다”고 진단했고, LPL Financial은 연속적 금리 인하를 당연시 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보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이 12월을 건너뛰진 않더라도 내년부터 인하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뉴욕증시는 파월의 매파 발톱에 놀라 낙폭을 확대했다. 한편 트럼프 인수팀이 전기차(EV) 구매시 세액 공제 혜택을 폐지할 계획이라는 보도에 테슬라 주가가 한때 6% 하락했고, 리비안 역시 15% 급락했다. 보건부 장관에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지명되자 화이자 등 관련업종 주가도 하락했다. 미 재무부는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다음은 시장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달러 장기 상승 헤지 비용 증가 추세..EM통화 올해 상승분 거의 반납

유로, 파운드를 비롯해 위안화, 멕시코 페소, 원화 등을 담고 있는 블룸버그 달러지수(BBDXY)는 5거래일째 상승세를 지속했다. 옵션시장에서는 환율 노이즈가 단기 구간에 반영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환율 상승 헤지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 BBDXY 25델타 리스크리버설 1년물의 경우 오름세를 지속해 100bp선을 넘어 6월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1개월물은 다소 횡보하는 양상이다. 코메르츠방크의 FX 애널리스트 Michael Pfister는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차지하면서 트럼프의 계획을 실행하기가 쉬워졌고, 많은 주요 직책에 강경파가 포진하면서 달러는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신흥국(EM) 통화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에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마저 겹치면서 MSCI 신흥통화지수는 연준 인하 피봇에 따른 9월 반등분을 다 내주고 연초 수준 부근으로 밀렸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지난 5거래일에 걸쳐 23개 신흥통화는 달러 대비 모두 하락해, 5% 가까이 빠진 남아공 란드화를 필두로 멕시코 페소화 등의 낙폭이 눈에 띈다. 해당 기간 원화는 1% 밀렸다. 목요일에는 달러-원 환율이 1399원까지 내려왔다가 1410원 돌파를 시도하는 등 다소 큰 움직임을 보였다. 목요일 아침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긴급 거시경제 간담회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10배 수익내는 ECB의 75bp 인하 대담한 베팅 관측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에 대한 대담한 금리인하 베팅이 옵션시장에서 관측되고 있다. 익명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트레이더는 두 가지 시나리오에서 열 배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옵션에 62만5000 유로를 지불하며 시장 참가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첫번째는 ECB가 12월에 75bp 인하를 단행하는 경우고, 두번째는 12월 50bp 인하 후 1월 추가 인하를 시사하는 경우다. 이번주에는 내년 중반까지 ECB의 175bp 인하를 타겟으로 하는 유리보 콜 옵션 전략이 거래되기도 했다. 이러한 베팅은 도널드 트럼프 차기 정부가 유럽 경제를 압박해 ECB가 더 빨리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을 토대로 한다. 요아힘 나겔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트럼프의 관세 계획으로 독일 경제가 GDP의 1%를 잃고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시장은 이미 ECB의 보다 가파른 인하 가능성을 반영 중이다. 지난주 미국 선거 결과 이후 12월 50bp 인하 확률은 25%로 두 배 넘게 올랐다. ING의 매크로 리서치 글로벌 헤드 Carsten Brzeski는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의 위험이 더 커졌다”며, 이러한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와 미국 정책으로 인한 추가 성장률 하방 압력을 고려할 때 “12월 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ECB의 금리인하 여부가 아니라 인하 폭이 25bp가 될지, 50bp가 될지다”고 말했다. 한편, 목요일 공개된 10월 ECB 의사록은 “경제 활동 지표가 보여주는 둔화와 인플레이션의 하방 서프라이즈가 일시적인 것으로 판명된다면, 지금 금리 인하 결정은 사후적으로 12월 인하를 앞당긴 것에 불과할 수 있다”며 “따라서 금리가 제약적인 영역에 머물고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을 계속 지지할 것

美 10월 PPI 전월비 0.2% 상승..실업수당 신청은 5월래 최저

지난달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시장 예상대로 전월비 0.2%를 기록하며 이전 수정치 0.1%에서 가팔라졌다. 전년비로는 2.4%로 7월래 가장 빠른 속도를 나타냈다. 목요일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PPI 상승률 역시 전년비 3.1%로 6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포트폴리오 운용수수료의 경우 3.6%나 치솟아 6개월래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함에 따라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최대 0.3%p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항공료 역시 2022년말 이래 가장 많이 올랐고 헬스케어 분야도 대부분 비용이 올랐다. LPL Financial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Jeffrey Roach는 “기업들이 관세 리스크에 공급망을 관리하면서 생산자 물가가 좀더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1월 9일 마감 주간에 시장 예상을 하회한 21만7000명으로 5월래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4주 이동 평균치 역시 22만1000명으로 5월래 최저치를 기록해 미국의 노동 시장이 허리케인과 보잉사 파업 여파에서 벗어나 견조한 모습을 되찾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보잉과 스텔란티스 등이 대규모 감원을 예고함에 따라 내년 1월이면 실업수당 신청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실업자가 일자리를 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은 노동시장이 점진적으로나마 확실히 식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쿠글러 연준이사 ‘물가 위험시 인하 일시 중지’…바킨 ‘고용 주시’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이사는 미국 중앙은행이 물가와 고용 모두 집중해야 한다며, 노동시장이 식고 있고 2% 인플레이션 목표를 향한 진전이 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스인플레이션의 지속적이지만 둔화되는 추세와 노동 시장 냉각의 조합은 우리가 우리의 양대 책무에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의미한다”고 현지시간 목요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연설에서 강조했다. “물가의 진전을 지연시키거나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정책 금리 인하를 일시 중지하는 것이 적절하다. 반면 노동 시장이 갑자기 둔화된다면 정책 금리를 점진적으로 계속 인하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총재는 인플레이션이 “큰 진전”을 이루었지만 아직 승리를 선언할 수는 없다고 목요일 발언에서 주장했다. 그는 최근 노동 시장의 냉각 추세가 “정상화인지 아니면 약화인지” 몇 개월 안에 알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더 높은 고용 환경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더 높은 해고 환경으로 갈지 알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자신은 주간 실업수당 신청건수와 해고 통지 같은 실시간 지표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기후 리스크 대응을 글로벌 은행 규제에 포함시키는 방안과 관련해 연준이 지지를 거부하고 있어 무기한 연기 시나리오에 대비 중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美 MMF 7조 달러 돌파…“금리인하 정당화할 데이터 거의 없다”

미국 머니마켓 펀드(MMF)가 7조 달러를 넘어서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머니마켓 및 뮤추얼 펀드 정보 회사인 Crane Data에 따르면 현지시간 13일까지 한 주 동안 약 910억 달러가 늘어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올 들어 7000억 달러 이상이 MMF에 유입된 셈이다. 연준이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앞으로 MMF가 계속 인기를 끌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과 달리 MMF 자산은 수개월째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9월 50bp와 11월 25bp 인하 이후에도 투자자들은 다른 상품, 특히 은행 예금에 비해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MMF로 몰리고 있다.

미국 경제의 회복탄력성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고려할 때 연준의 완화 사이클이 어느 정도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미 금리 전략 헤드 Subadra Rajappa는 강력한 성장과 끈질긴 인플레이션, 특히 관세 불확실성을 비롯해 증시 상승을 부채질하는 잠재적 규제 완화 등의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정당화할 만한 데이터는 거의 없다”며, “그렇다면 MMF에서 다른 자산으로 돈을 옮길 이유가 뭐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MMF는 은행에 비해 금리 인하 효과가 더디게 전달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기업 재무 담당자와 기관들은 금리 인하 기간 동안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해 현금 관리를 직접하기보다는 아웃소싱하려 한다.

기사 관련 문의: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