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유 방출 역효과?
미국은 한국, 중국, 일본, 인도, 영국 등 주요 석유 소비국들과 손을 잡고 유가 안정을 위해 비축유 공동 방출에 나서기로 했다. 전례없는 국제 공조로 OPEC+의 반발을 살 여지가 있다. 미국은 총 5000만 배럴을 방출할 계획이며, 앞으로 몇 달에 걸쳐 자국 전략적 비축유에서 3200만 배럴을 ‘교환’ 방식으로 풀고 1800만 배럴은 앞서 승인된 매각분에서 앞당길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화요일 발표했다. 또한 필요시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이르면 12월 중순이나 후반에 방출이 시작될 수 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한국은 방출물량 및 시기 등 구체적 사항은 향후 미국 등 우방국과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지만 과거 IEA 국제공조에 따른 방출 사례와 유사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1년 리비아 사태 당시 비축유의 약 4% 수준인 346만7000배럴 규모로 방출한 바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한때 1.9% 가량 밀렸으나 곧바로 반등해 장중 상승폭을 2.8%까지 확대했다. 트레이더들은 이번 미국의 방출이 상당 부분 교환 형태로 결국 언젠가는 전략적 비축유로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유가를 끌어내리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OPEC+의 힘이 워낙 막강해 미국 주도의 소비국 국제공조에 맞서 만일 월간 산유량을 더이상 늘리지 않거나 심지어 줄일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방출 결정으로 OPEC+가 증산 속도를 높일 인센티브가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강달러 시대
JP모간 스트래티지스트 Paul Meggyesi 등은 2022년 글로벌 FX 전략 보고서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이 다가오고 있다며, 연준이 보다 빨리 공격적으로 움직일 테일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내년 달러 강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파월 연준의장의 재지명으로 달러에 대한 “전술적 약세 리스크가 사라졌다”고 진단하고, 유로와 엔화 대비 달러 매수를 추천했다. 국가별로 중앙은행이 다른 경로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통화정책 차별화를 내년 주요 트레이딩 테마로 제시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현재로선 증시 조정시 주식 리스크를 확대해도 좋지만 연말로 가면서 저가매수가 다소 위험한 베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 중앙은행 긴축 등이 합쳐질 경우 주식시장은 정체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글로벌 매크로 호재에도 불구하고 11월 초부터 위험 선호가 다소 후퇴했다며, 투자자들에게 보다 선별적인 접근을 권고했다. 원자재 상품이나 서비스분야 회복과 관련된 기회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美 기대 인플레이션 후퇴
파월의 연준의장 연임으로 소비자물가(CPI) 상승세를 꺾는데 미국 중앙은행의 정책 여력이 커졌다는 기대가 높아지면서 채권 트레이더들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모습이다. 명목채와 물가채간 금리 차이인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 5년물은 지난주 3.25%까지 오르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으나 현지시간 화요일엔 한때 전일비 4bp 내린 2.97%까지 후퇴했다. 리차드 클라리다 연준부의장을 비롯해 여러 연준 위원들이 채권 매입 축소 속도를 앞당길 수 있음을 시사한데다 파월이 재임명이 확정되면서 내년 금리 인상 베팅이 다시 불붙은 영향이다. 게다가 뉴욕연은은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예정됐던 TIPS 매입을 하루 연기했다. BMO는 적어도 12월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가속화가 논의될 수 있다며, 조만간 나올 CPI와 고용지표가 그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열쇠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CB 매파들
유럽중앙은행(ECB)의 시장 책임자와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유로존 경제가 팬데믹 방역 규제를 이겨낼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위험을 강조하면서 긴급 부양책의 종료를 촉구했다. Isabel Schnabel ECB 집행이사와 Klaas Knot 정책위원 모두 ECB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에 대한 중대 결정을 불과 몇 주 앞두고 물가 급등세에 대한 경계 강화를 주문했다. Schnabel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상방 쪽으로 치우쳐 있다”며, 내년 3월 팬데믹 채권 매입 프로그램(PEPP)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이 “아직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매파적 발언에 투자자들은 내년 ECB 금리 인상 가능성에 베팅을 재개했다.
유로존은 코로나19 감염 재확산에 경제활동 둔화가 우려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기록적 수준으로 높아져 진퇴양난에 직면해 있다. ECB내 가장 매파적 인사 중 한 명인 Knot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공급 병목현상을 둘러싼 우려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실제로 더 모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역의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ECB의 PEPP 종료 방침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터키 리라 구하기
터키 리라화가 투매에 시달리며 또다시 신저점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Sahap Kavcioglu 중앙은행 총재를 만났다고 사안에 정통한 당국 관계자가 전했다. 달러-리라 환율은 한때 18% 넘게 급등해 13리라선을 훌쩍 뛰어넘었지만 에르도안이 중앙은행 총재를 만났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상승폭을 다소 줄였다. 벌써 11거래일 연속 올라 20년래 최장기 상승을 기록 중이다. 리라화 가치는 11월에만 거의 3분의 1이 사라졌다. 에르도안의 금리 인하 압박에 중앙은행이 굴복하자 물가가 급등하고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리라화는 자유낙하를 경험 중이다.
투자자들은 대통령의 영향력이 너무 막강해 통화정책이 더욱 비이성적이고 예측불가능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비난했다.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경제 회복에 인플레이션이 촉발되면서 긴축을 얘기하고 있는 반면 터키의 경우 기준금리를 9월 이후 400bp나 인하했다. Monex Europe은 “투자자들에게 에르도안의 발언은 인플레이션이 그들의 자산을 덮친다 해도 도와줄 이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에르도안의 발언은 신중함의 포기로 해석되어 시장에 완화 싸이클이 곧 끝나지 않을 것이란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안은 월요일 늦게 금리 인하 조치가 수출과 일자리 창출을 우선시하는 장기적 정책 전환의 일부라며 비난 여론에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