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시장
채권시장은 마침내 연준의 매파적 메시지를 받아들였지만 주식시장은 대체로 이를 무시하고 경기낙관론에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JP모간은 미국채 2년물의 가파른 리프라이싱이 나스닥 100 지수의 5%-10% 하락을 가져올 수 있으며 테크주는 더 큰 폭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BofA의 Michael Hartnett 스트래티지스트는 미국 경제가 올 상반기에 견조한 성장을 유지함에 따라 연준이 매파적 기조를 예상보다 더 오래 고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연준의 물가 안정 노력이 확실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결국 올해 후반기에 ‘경착륙’이 나타나 주식시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S&P 500 지수가 4200포인트 상단을 뚫지 못하면서 3월 8일까지 3800포인트로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모간스탠리는 미국 증시가 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을 너무 일찍 가격에 반영하면서 매도세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바클레이즈 역시 경직적 인플레이션이 주식 랠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웰스파고는 미국 주가가 단기적으로 3%-5% 밀릴 경우 저가매수 기회라고 주장했다.
3월 25bp vs 50bp
연준 매파인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총재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가 3월 50bp ‘빅스텝’ 인상 가능성의 문을 열었지만 25bp 속도를 유지하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총재는 이번달 FOMC 회의에서 25bp 인상을 지지했다며 앞으로도 그 속도로 가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금요일 기자들에게 새로운 지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준다는 점에서 “나는 25bp 경로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은 최종금리에 신속하게 도달한 뒤 멈추는 통화정책 운영 방식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그같은 경로는 정책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매우 높은 확신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미셸 보우만 연준이사는 여전히 “너무 높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연준이 계속해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의 경우 우리가 보고 있어야할 것이 보이지 않는다”며, “그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진전이 나타날 때까지 연방기금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여건의 지표가 상당히 일관적이지 않다며, 통화정책 긴축을 멈추려면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하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금리 인상은 아직 경제를 둔화시키 못했으며 차입비용이 충분히 제약적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을 물리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연준이 얼마나 금리를 더 높여야 할지, 다시 빅스텝으로 움직일지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연준 6월도 올린다
월가 트레이더들이 3월과 5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각각 25bp씩 인상될 가능성을 완전히 가격에 반영하고 최종금리 전망치를 5.31%까지 높였다. 6월에도 25bp 인상이 단행될 확률을 약 70% 정도로 보고 있는 셈이다. 스왑시장은 또한 올 12월 25bp 인하 가능성을 약 75%로 낮췄다. 연준은 작년 12월 점도표에서 금리가 올해 5.1%까지 오르고 인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TD증권의 글로벌 금리 전략 책임자인 Priya Misra는 2년물 금리가 작년 11월 고점인 4.8%를 재시도할 수 있다며, 다음주 나올 미국 1월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예상보다 좋은 경제지표에 연준의 금리 인상 행진이 더 오래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Michael Gapen 등 BofA 이코노미스트들은 2월 16일자 투자자노트에서 일부 계절적 요인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노동시장 모멘텀 강세를 무시하긴 어렵다며, 3월과 5월에 이어 6월에도 25bp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고 최종금리 전망치를 5.25%-5.5%로 높였다. 다만 내년 3월 첫 금리 인하 예상은 유지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보다 강한 성장과 인플레이션 뉴스”를 이유로 전망을 바꿔 6월 25bp 인상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최종금리 전망치는 5.25%-5.5%로 상향 조정됐다.
연준 정책효과 논란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물가 압력이 확대되고 있어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이 아직까지 제한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연준위원들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금리를 올려야만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연준이 브레이크를 밟고 있지만 제대로 정지가 안되는 것 같다. 브레이크를 매우 세게 밟아야만 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연준이 긴축 속도를 3월 50bp로 다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며, 아직도 미국 경제가 급정지(sudden stop)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명 경제학자인 모하메드 엘-에리안은 연준이 미국 경제를 “박살”내지 않고서는 2%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Gramercy Funds 회장인 엘-에리안은 “3%나 4%로 더 높은 안정적 인플레이션율이 필요하다”며, 에너지 전환과 팬데믹 기간 중 공급망의 변화, 타이트한 노동시장, 지정학적 이슈 등으로 이제 인플레이션 타겟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풍선…북한 ICMB
중국 외교라인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자국 풍선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찰’용이라 주장하며 격추를 명령해 긴장을 고조시킨데 대해 “이해할 수 없는 히스테리적”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왕이는 뮌헨안보회의에서 “이는 100% 군사력 남용으로 국제 규범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지시간 토요일 저녁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만남에서도 미국측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무력 남용에 따른 양국 관계에 끼친 손해를 복구하라고 주장했다. 블링컨은 중국 풍선의 자국 영토 침입이 절대 다시 일어나선 안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또한 중국에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대러시아 무기 지원을 경고했다. 한편 왕이는 중국과 유럽연합(EU) 지도자가 만나 글로벌 생산과 공급망 안정을 위해 서로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이 ‘전례없는 강력한 대응’을 경고한지 하루만인 18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백악관은 이를 강력 규탄하고 본국과 한국, 일본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성명서를 내고 미국이나 우방에 당장 위협이 되지는 않지만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시키고 해당 지역의 안보 상황을 불안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19일엔 한-미와 미-일 연합 공중 군사 훈련으로 북한 도발에 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