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자감세안 백지화
영국 정부가 금융시장 대혼란과 정치권 반발에 결국 항복해 부자감세안을 백지화했다. 이에 파운드는 장중 한때 달러 대비 1.5% 가까이 급등했고 길트채 2년물 금리는 28bp 넘게 급락해 4%를 하회하기도 했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은 “기업 지원과 저소득층 세부담 감면 등 우리의 성장 계획은 경제 번영을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시했다. 그러나 45% 세율 폐지가 영국이 직면한 도전을 극복하겠다는 우리의 최우선 사명에 대한 관심을 흐리게 만들었다”면서 “이에 따라 45% 세율 폐지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9월 23일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한 뒤 리즈 트러스 총리는 “유턴은 없다”면서 버텼고, 그 결과 채권 시장 붕괴 우려에 영란은행(BOE)이 한시적인 무제한 장기채 매입에 나서야만 했다. 콰텡은 BBC에 이번 이슈로 사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집권 보수당 내에서조차 총리와 재무장관 두 사람이 과연 버틸 수 있을지 말이 나오고 있다.
파운드가 사상 최약세를 벗어나 급반등했지만 시장은 아직 최악이 끝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모습이다. 리스크 리버설 1년물을 보면 파운드 약세 심리가 역대 최고를 나타내고 있고, 옵션 시장은 파운드-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1 패리티로 갈 확률을 24% 정도로 보고 있다. 라보뱅크의 Jane Foley는 파운드가 단지 시간을 벌었을 뿐이라며, 영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패리티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NZ는 이번 파운드의 변동성이 특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자산 가격 약세라는 현 상황에서 신뢰할만한 정책을 제시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고 진단했다. Catherine Mann BOE 정책위원은 파운드 약세와 영국 정부의 에너지 보조금 지원 방안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지난달 75bp 금리 인상을 주장했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11월 회의에서 100bp 또는 그 이상의 인상을 베팅하고 있다.
OPEC+ 감산
OPEC+ 에너지 장관들은 이번주 수요일 2년 만에 첫 대면회의를 개최해 하루 100만 배럴 이상 감산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대표단이 밝혔다. 예상보다 큰 폭의 감산은 세계 경제가 가파른 통화정책 긴축에 둔화되고 있다는 산유국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팬데믹 발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대규모 감산은 이미 에너지발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 또다른 충격을 안겨줄 위험이 있다. 이에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한때 6.4% 급등해 배럴당 84달러 위로 치솟았다. 유가 상승은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또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Energy Aspects의 Amrita Sen은 “OPEC+가 미국의 금리 상승과 그에 따른 신흥시장 수요 여파에 매우 주목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싶어한다고 진단했다. U.S. Bank Wealth Management의 Rob Haworth는 “재고가 아직 타이트한데다 OPEC+가 아직 생산 목표를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하루 100만 배럴 감소 논의는 시장에 서프라이즈”라면서도, 유가가 120달러대에서 80달러로 침체되자 OPEC+가 위협을 느꼈을 것으로 진단했다. 유가가 지난 3분기에 거의 25% 급락하며 2년여래 첫 분기 하락을 기록하면서 UBS Group과 JP모간 등은 OPEC+가 유가 안정을 위해 최소 하루 50만 배럴 감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100만 배럴 넘게 감산할 경우 투자자들이 다시 시장에 돌아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 긴축 시각차
연준 내에서 향후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시각차가 감지되고 있다.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총재와 같은 매파는 경기침체를 유발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해 공격적 인상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통화정책을 한동안 제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면서도 금리 상승에 따른 글로벌 금융 안정 리스크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총재 역시 과도한 긴축의 비용을 우려했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총재는 달러 강세가 세계 경제에 파장을 줄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연준은 미국 경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달러로 돈을 빌린 많은 나라들이 강달러로 차입 부담이 커지는 등 달러의 금융 전이 리스크가 우려되긴 하지만 연준의 책무는 미국 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돕는데 있기 때문에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위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바킨은 팬데믹 이후 나타난 현상들이 인플레이션 역풍으로 이어져 통화정책 긴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디플레이션 요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에너지 공급을 위협하고 인구 구조가 바뀌고 기업이 효율성보다 회복력을 우선시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려는 중앙은행의 노력이 과거보다 더 큰 폭의 긴축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총재 역시 팬데믹과 유럽에서의 전쟁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적시 생산 방식에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공급망 관리 전략으로 전환을 시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근본적 변화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CB 긴축 기대↓
유로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은 전년비 10%로 사상 처음 두자릿수를 기록했지만, 머니마켓은 연말까지 유럽중앙은행(ECB) 긴축 기대를 124bp로 9월 26일 148bp에서 낮췄다. Bostjan Vasle 정책위원은 ECB가 “다음 몇 번”의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2연속 75bp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Isabel Schnabel 집행이사는 유럽의 경제 둔화가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는데 역부족일 수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을 촉구했다. 반면 Ignazio Visco 정책위원은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정책을 움직일 경우 경기침체 위험이 높아진다며 빅스텝 인상을 경계했다. 또한 “ECB가 연준을 맹목적으로 뒤따를 것이란 가정은 심각한 오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에 몰린 유로존은 미국보다 물가 압력이 훨씬 심각해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에 따르면 1년후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5% 부근인 반면 미국은 3% 정도다.
브라질 대선
현지시간 2일 치러진 브라질 대통령 선거 1차전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직 대통령이 예상보다 선전하면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과반을 넘지 못해 10월 30일 결선에서 최종 승부를 가리게 됐다. 룰라가 결선에서 이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의 좌파적 스탠스를 타협할 것이란 기대가 일며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달러 대비 4% 넘게 오르고, 브라질 증시 벤치마크인 보베스파 지수는 5.5% 급등했다. 국영 석유업체인 페트로브라스 주가는 한때 9% 넘게 랠리를 펼쳤다. 바클레이즈와 JP모간은 두 후보간 격차가 좁혀진 점에 주목하고, 정치적 수사어구나 경제 어젠다 모두 극단에서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터키에선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비 83.5%로 1998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