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보복
이란은 자국의 군부실세를 암살한 미국에 대해 보복할 13가지 가능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술레이마니 이란 사령관의 장례식에 수십만명의 추모 군중이 몰리며 수십명이 압사당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자 이란 당국은 안장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Fars 통신에 따르면 Ali Shamkhani 이란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13가지의 보복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 중 가장 약한 것조차 미국인들에게 “역사적 악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발언은 후에 국가안보회의가 부인했지만 잠시 시장을 흔들었다. 이란 당국자들은 앞서 중동에 주둔한 미군이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의회는 화요일 미국 국방부와 관련 기업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미국은 이란이 미국의 해상 이익에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에 중동 지역내 화물선에 경고를 발동했다고 AP가 보도했다.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이 정하는 시점과 장소에서 미국에 보복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동에서 미국을 퇴출시키기 위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며, 중동이 계속해서 미국에 의존할 경우 수세대에 걸친 전쟁을 경고했다.
이란發 연준 인하?
미국과 이란이 충돌로 치달으면서 연준이 금리를 변경하려면 전망에 “중대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파월 연준의장의 기존 발언에 새로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대답은 그같은 조건을 만족하려면 상당한 트리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일단 이란의 대응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정책 입안자들은 올해 금리를 동결할 생각임을 시사해왔고, 지난 금요일 미군의 공습소식이 전해진 후에도 미국 경제의 탄력성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2019년에 단행된 3차례의 금리 인하가 예상치 못한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한 “보험”적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가 여전히 사상최고치 부근인데다 유가 역시 최근 몇년간의 거래 범위에 머물고 있어 당장 전망에 대해 상당한 재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을 듯 하다. 반면 연방기금선물시장은 2020년 말까지 한 번의 25bp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분명한 경제적 충격이 수반되지 않는 한 지정학적 이벤트에 연준이 반응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총재는 이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펀더멘털상 미국 경제는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에반스 시카고 연은총재 역시 기존 금리 인하가 “리스크 관리” 차원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모간스탠리는 유가가 배럴당 20~30달러 더 오른다면 “글로벌 거시 전망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국내 원유 생산이 늘고 있어 과거보다 유가 충격에 덜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월가의 시나리오
이란 군부실세 암살 소식에 요동쳤던 시장은 다소 진정된 모습이지만, 월가는 대리전에서 보복의 악순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상하느라 바쁘다. Pramerica Sgr Spa는 “시장이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증시가 통화와 재정 부양, 경제 회복, 정치적 안정이라는 완벽한 배열을 반영하고 있음을 잊고 있다. 이라크에서 일어난 사건은 상황이 완벽하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블랙록은 기본 시나리오로 이란이 보복할 가능성이 있으며, 중동 지역의 에너지 인프라가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모간스탠리 자산운용은 긴장이 고조된 상태지만 이란과 미국은 확전을 억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의 단기적 보복으로 헤즈볼라를 이용한 이스라엘 공격, 이라크 북부지역에서의 대리전 확대, 사이버공격 등이 가능하지만, 이란은 보다 공격적 전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무라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이란이 보복에 나서겠지만 미국과의 전면전을 초래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확전으로 번지지 않을 확률이 80% 정도라고 추정했다. 10월 이후 주요 통화가 유가와 글로벌 주가 움직임에 보인 반응을 고려할 때 리스크오프 기간에 유가가 상승한다면 엔화가 절상될 수 있다며, 따라서 단기적으로 엔화 매수 포지션이 중동 상황 악화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美무역적자 2016년래 최저
작년 11월 미국의 무역적자가 3년래 최저 수준으로 축소됐다. 중국과의 화해 무드 속 수출이 늘어난 반면, 수입은 2017년래 최저치로 감소했다. 상품과 서비스 분야를 모두 포함한 전체 무역 적자는 11월 431억 달러로 이전치 469억 달러에서 줄었다. 블룸버그 설문서 전문가들의 추정치 중앙값은 436억 달러였다. 이에 따라 무역적자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축소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부과에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크게 줄어든데다 미국이 석유 순수출국으로 전환한 영향이다. 무역적자폭 축소는 자신의 무역 정책이 효과가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수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은 불확실성을 초래해 제조업과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을 초래했다. 중국과의 상품 무역적자는 계절조정 256억 달러로 2013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대중 수출은 14억 달러 늘었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6개월 연속 줄어 일년 넘게 지속된 관세의 충격을 반영했다. 한편 미국 ISM 비제조업지수는 12월 55.0으로 예상치 54.5를 상회하며 4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반등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헤드라인 수치만큼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신규 주문이 3개월래 최저로 하락한데다 서비스 고용지수 역시 소폭 후퇴했다.
핌코의 전망과 전략
중국과의 무역 긴장이 완화되고 중앙은행들이 추가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는 후퇴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상반기에 성장이 둔화될 전망이라고 핌코가 주장했다. Joachim Fels 글로벌 경제 고문과 Andrew Balls 채권 최고투자책임자는 글로벌 성장이 올해 미국보다 더 빨리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8년 12월 핌코는 향후 12개월에 걸쳐 경기침체가 나타날 확률을 30%로 점쳤었다. 이번 보고서의 경우 유사한 확률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만일 불황이 닥칠 경우 중앙은행의 통화부양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실질 GDP 성장률은 2019년 약 2.3%에서 2020년 1.5%~2%로 둔화될 전망이며, 하반기에 성장세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대선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은, 특히 세금 인상과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진보적 성향의 민주당이 모멘텀을 잡을 경우, “야성적 충동”을 억누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전략으로 미달러와 유로 대비 EM 통화 바스켓 비중확대를 권고하고, 저렴한 밸류에이션과 매수 포지션의 리스크오프 성격을 감안해 엔화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또한 중앙은행들이 디플레이션보다는 인플레이션을 선호하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지역에서 일드커브 스티프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