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와 이탈리아 사태가 일단락되고 미-중 무역갈등과 산유국 감산 논의가 이번 주말 G-20 회의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가 부각되며 위험선호가 되살아났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나치게 앞서가는 낙관론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는 WSJ 인터뷰에서 중국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기존의 대중 관세 계획을 재차 확인하면서 시진핑과의 담판을 앞두고 중국을 압박했다.
간밤 미 증시는 기술주와 소매업체 중심으로 반등해 나스닥 지수가 2% 급등했다. 국제유가(WTI)는 한때 3.6% 올라 금요일 폭락분을 절반 가량 되돌렸고, 골드만삭스는 최근 유가 급락이 지속되기 어렵다며 G-20이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월 연준의장 등 여러 연준 인사들의 발언과 의사록, 미국채 입찰이 이번주 일정을 빼곡히 채운 가운데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주여만에 처음 상승했다. JP모간 자산운용은 2019년 미국 경제 둔화를 점치며 채권 포트폴리오에 보다 “보수적 포지션”을 취하고 배당주에 집중하라고 권고했다.
이탈리아가 2019년 예산적자 목표치 하향 조정 시나리오를 검토함에 따라 이탈리아 FTSE MIB 지수가 2.8% 오르고 국채금리는 전구간에 걸쳐 10bp 넘게 하락했다. 파운드는 EU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통과된 후 소폭 상승했으나 향후 영국 의회 비준 불확실성에 이마저 시들해졌다. 트럼프가 불법이민자 행렬을 막기 위해 필요시 멕시코와의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경고한 후 달러-멕시코페소 환율은 1% 가량 상승하고 멕시코 증시 볼사 지수는 4% 넘게 하락했다. 한국 11월 소비자심리가 작년 2월래 최저치로 후퇴해 이번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결심에 제동을 걸지 주목된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트럼프-시진핑 휴전협상에 베팅하는 외환시장
외환 트레이더들은 이번 주말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담판에서 무역전쟁 휴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듯 보인다. 월요일 달러-위안화 1주일 리스크리버설이 6월래 최저 수준으로 밀리면서 시장이 G-20 정상회의의 긍정적 결과로 위안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에 포지션을 취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중간 무역 긴장 고조에 위안화는 올해 달러 대비 약 6%나 약세를 보이며 달러당 7위안선조차 위험해졌다. 달러-위안화 1주일 내재변동성이 연고점 대비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제프리스는 위안화 콜옵션 매수가 G-2간 휴전에 베팅하는 저렴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중 관계 개선시 호주달러 역시 수례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 사상최대 원유생산…트럼프 유가하락 압박
사우디가 일일 산유량을 이달 초 1080-1090만 배럴에서 사상최고 수준인 1120만 배럴로 늘렸다. 사우디의 공급 급증은 2019년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OPEC + 그룹의 비엔나 회동을 2주 앞둔 상태에서 나왔다. 협상은 이미 시작되었고, 아마도 이번 주말 사우디와 러시아 지도자 및 석유 장관들이 만날 예정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G-20 정상회담에서 더욱 속도를 낼 수도 있다. 브렌트유가 10월 초 이래 최대 33% 급락했지만, 트럼프는 일주일전 “사우디 아라비아에 감사한다. 하지만 더 아래로 내려 가자!”고 트위터에서 말해 추가 유가 하락을 압박했다. 이달 생산 급증은 사우디가 향후 감산을 위해 사실상 기준선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를 반영한다.
영국의회 브렉시트 비준 거부시 메이 총리의 복안은?
지난 주말 유럽연합과 브렉시트 타협안에 성공한 메이 영국 총리는 현재 영국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12월 11일 영국 의회는 해당 협정의 비준안을 가결할 예정이다. 만약 일부 예상대로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문을 거부할 경우 메이 총리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국은 ‘노딜’ 상태로 EU를 탈퇴하게 되어 충격이 불가피하다.
EU는 영국에게 더 나은 조건의 협상은 없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만약 이번에 영국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메이 총리는 총선을 다시 실시해 새로운 의회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 총선이 여러 면에서 2차 국민투표보다 훨씬 타당해보인다. 그러나 2017년 5월 조기 선거에서 메이의 도박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와 기대했던 압도적 승리는 커녕 다수당의 지위를 잃었던 점을 감안할 때 이 역시 리스크가 높다.
글로벌 경제 모멘텀 약해져…獨·日 지표 부진
연말로 들어서면서 글로벌 경제가 더욱 모멘텀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전망 변화가 연준과 ECB 등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긴축 경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11월 닛케이 제조업 PMI는 51.8로 2016년래 최저 수준으로 후퇴했고, 독일 11월 IFO 기업환경지수는 예상치를 하회한 102.0으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제전망 변화는 이달말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에서 주요 주제가 될 전망이다. 프레이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요일 “무역보호주의, 금융시장 변동성, 신흥시장 취약성 등과 관련된 요인들이 역풍을 만들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간스탠리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1%로 낮아지면서 연준이 내년 중반 긴축을 중단할 것으로 내다봤다.
ECB 드라기 ‘12월 순채권매입 종료 예상’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존 경기 둔화 중 적어도 일부는 “일시적”일 수 있다며, 12월 채권 매입 종료를 향한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12월 13일 ECB 정책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애널리스트들은 유로존 경기 모멘텀 약화와 이탈리아 혼란에 ECB가 부양책 회수 계획을 조정하거나 은행권 대상 신규 장기대출 프로그램 등 지원책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드라기는 월요일 유럽 의회에서 보호주의와 신흥시장, 금융 변동성 등에 따른 리스크가 여전히 “현저하게”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PMI와 독일 IFO 지표 실망에도 “최근 전개상황은 내수와 임금이 인플레이션을 이끌 것이라는 정책위원회의 전망을 확인시켜준다”며, 신규 채권 매입 종료가 부양책의 끝은 아님을 지적했다. 첫 금리 인상시기에 대해 Lautenschlaeger 집행위원은 내년 여름 또는 가을이 될 수 있다고 월요일 말했다. 노보트니 정책위원은 지나치게 오랫동안 금리를 낮게 유지할 경우 리스크가 촉발될 수 있다며 통화정책 정상화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