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정부와의 연례협의 후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지난 1월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에서 제시했던 3%로 유지하고 물가상승률을 3.1%로 전망했다. 또한 통화정책 정상화와 더불어 가계 부채 부실을 막기 위한 거시건전성 대책 강화를 지지했다. 한국의 3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103.2로 전월 103.1에서 개선되었고,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로 전월대비 0.2%p 상승했다. 이창용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최근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대외여건 변화가 성장, 물가, 금융안정에 주는 영향을 균형있게 고려하면서 금융통화위원들과 함께 통화정책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엔화 추락
일본은행(BOJ)이 공격적인 통화정책 완화를 고수하며 보다 매파적인 연준과 더욱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달러-엔 환율이 월요일 한때 2020년 3월래 최대폭인 2.5% 급등해 125.09엔까지 오르며 2015년 8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BOJ는 글로벌 채권 매도세 속에 금리가 오름폭을 확대하자 10년만기 국채에 대해 무제한 매입을 발표했다. 구로다 BOJ 총재가 부양책 지속을 약속하면서 일본과 미국채 10년물간 금리 격차가 225bp까지 벌어지며 2019년래 최대폭을 기록했다. 옵션시장 포지션닝 지표인 1개월 리스크 리버설은 엔화에 대해 2015년래 가장 약세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월요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달러-엔 환율이 130엔 선을 넘을 경우 일본 당국이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거나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엔화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7% 넘게 가치가 하락해 주요국 통화 중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미-일간 금리 격차 확대로 엔화 약세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일본은 에너지 순수입국으로 유가 상승에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회피에도 불구하고 엔화는 안전자산으로서 방패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Saxo Bank A/S의 John Hardy는 “글로벌 금리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BOJ가 채권시장에 무제한 지원을 약속하는 한 엔화 약세 압력은 지속될 것”이라며, “달러-엔 환율 차트에서 다음 주요 저항선은 2015년 고점인 125.86엔”이라고 진단했다.
연준 최종금리 3%?
유로달러 선물 계약 프라이싱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이 연준의 최종금리 전망을 2월초 약 2%에서 최근 3% 부근까지 높이면서 미국채 장기물 금리마저 들썩이는 모습이다. TD증권은 “시장이 퍼펙스스톰을 가격에 반영하면서 최종금리가 3%까지 올랐다”며,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올해말 2.65%, 내년 3월엔 2.75%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이 꽤 오랫동안 연준의 목표를 웃돌면서 연준이 중립금리 수준을 오버슈팅 해야 할 것으로 시장이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은 파월 연준의장이 50bp 인상을 정당화하기 위해 가파른 단기물 일드커브에 의존하면서 경기 침체 리스크를 경고하는 포워드 커브의 역전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채권상환
러시아 재무부가 4월 4일 만기가 돌아오는 20억 달러의 달러표시 채권에 대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예정임을 국가예탁결제원(NSD)에 공시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적 금융 제재조치가 가동된 이래 만기가 돌아온 최대 규모의 채권 상환이다. 또한 2042년 4월 만기 채권에 대한 쿠폰이자 지급도 공고했다. 이에 따라 해당 채권 보유자들은 4월 4일 8400만 달러의 이자를 받게 된다. NSD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해외채 이자를 수령해 투자자들에게 전달한다. 한편 지난주 룩셈부르크 소재 클리어스트림이 러시아 NSD 계좌를 차단하며 러시아의 달러채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차단 해제 여부는 룩셈부르크 당국의 검토에 달려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연이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부는 아직까지 디폴트를 모면해왔다. 그러나 납입 과정이 불확실하고, 지난주 30억 달러 유로본드에 대한 6600만 달러의 이자 지급이 지연되는 등 불안은 여전하다. Pictet Asset Management의 Guido Chamorro는 “잠재적인 결제 이슈가 아직 남아있는 데다가, 전쟁이 장기화 될수록 러시아 경제는 장기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러나 지금까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그 지역에서 대규모 디폴트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증세
바이든 미 대통령이 5.8조 달러 규모의 2023 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사상 최대 증세를 통해 재정적자를 축소하고, 8130억 달러 규모의 국방 관련 지출을 통해 역사적 규모의 국가 안보 투자를 약속했다. 하원이 ‘더 나은 미국 재건 법안(Build Back Better)’에서 제시한 약 1.5조 달러의 증세에 더해 부유층과 대기업을 상대로 향후 10년에 걸쳐 2.5조 달러 이상의 세금 인상을 제안했다. 1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지닌 부유층을 대상으로 소득은 물론 주식·채권 같은 자산의 미실현 이익에 최소 20%의 세율을 적용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소위 ‘억만장자세’도 포함되었다. 백악관은 의회 승인을 얻는데 필수적인 조 맨친 상원의원 등 중도파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새로운 사회지출 프로젝트에 대한 협상 여지도 남겨 두었다. 이번 예산안은 11월 전망을 토대로 한 것으로, 올해 성장률 3.8%와 인플레이션 4.7%를 전제로 했다. 내년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차질이 해소되며 2.3%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도 7.9%로 급등했던 점을 감안할 때 현실과 동떨어진 전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채권 매도와 주식시장
글로벌 채권 매도세가 속도를 내자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은 투자자들에게 미국채 일드커브 역전을 아직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안심시켰다. JP모간은 “경기 침체는 일반적으로 일드커브 역전보다 먼저 시작하지 않으며, 대개 그 시차가 2년 정도까지 매우 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주식은 채권을 훨씬 능가하곤 했다”면서, 주식시장의 정점은 역사적으로 일드커브 역전 후 약 1년 후에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 수석 글로벌 주식 스트래티지스트는 “리스크가 인플레이션 쪽으로 기울면서 주식은 적어도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이며 실제 자산인데다 배당금 또한 인플레이션과 함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찰스슈왑의 Jeffrey Kleintop은 대개 연준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려 할 때 금융여건이 타이트해져 대출과 성장을 억제해 주식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다. 미국을 포함해 주요 국에서 금융 여건은 사실 완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가지수가 채권 약세를 이미 상당부분 가격에 반영했다고 베팅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늘고 있는 가운 BofA의 Bull & Bear 지수는 2020년 3월 팬데믹 발발 이래 처음으로 주식에 대해 매수 신호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