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25bp 인상
연준은 시장 예상대로 벤치마크 금리인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4.5%-4.75%로 25bp 인상하고, 추가 긴축을 예고했다. 4차례 연속 공격적인 75bp 인상을 단행한 뒤 작년 12월 50bp로 보폭을 줄인데 이어 이젠 ‘베이비스텝’으로 감속한 셈이다.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루어졌다. 연준은 정책성명서에서 “시간에 걸쳐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에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 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목표 범위의 지속적인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기존 문구를 반복했다. 다만 긴축 주기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신호로 추가 금리 인상의 “속도(pace)” 대신 “정도(extent)”로 표현하고 그동안의 통화정책 긴축 등 여러 요인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전 성명서와 다르게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라고 진단해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피크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파월의 선물?
파월 연준의장은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물가 안정 의지가 여전히 강하다며 당분간 제약적 수준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 추이에 향후 2번 정도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 후 긴축을 멈출 생각임을 시사했다. 또한 금융여건 완화 분위기에 대해 지속적인 변화가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금리를 과도하게 긴축할 유인이나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아직 인플레이션에 대해 승리를 선언하기엔 갈 길이 멀기 때문에 경제가 대체로 연준 전망대로 갈 경우 연내 금리 인하는 적절하지 않겠지만, 만일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내려간다면 이를 정책 검토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서도 낙관했다. EQM Indexes는 월가가 연준의 ‘터프한 발언’은 무시한채 긴축의 끝이 보인다는 점에 환호했다며, 노동시장과 기업실적이 가파른 금리 인상을 잘 버텨낸 덕분에 경기침체를 피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뱅가드그룹의 Roger Hallam은 채권시장이 파월의 보다 균형적인 스탠스를 확대해석한 듯 보인다며, 이번 금요일 1월 고용보고서가 강하게 나올 경우 조만간 긴축을 중단할 것이란 기대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 고용과 생산
미국 ADP 집계 민간고용 증가가 1월 10만6000명으로 시장 예상치 18만명을 크게 하회하며 2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월치는 25만3000명으로 상향 수정됐다.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 Nela Richardson은 겨울폭풍과 홍수 등 조사 주간에 겹친 악천후 영향이 컸다며 1월 대부분의 기간은 작년 말과 비슷하게 고용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2월 3일 발표될 1월 비농업부문 고용 증가는 19만 명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 노동부의 구인이직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2월 구인건수는 시장 예상을 뒤엎고 1100만명을 약간 넘어서며 5개월래 최대치를 경신했다. 연준이 주목하는 실업자 1명당 구인건수 배율은 1.9로 사상 최고에 가까웠다. 팬데믹 이전에는 1.2 정도였다. 미국 ISM 제조업지수는 1월 47.4로 예상치 48을 하회하며 5개월 연속 하락해 2020년 5월래 최저 수준으로 후퇴했다. 금리 상승과 수요 둔화, 경제 불확실성이 제조업 생산에 부담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부채한도 상향을 놓고 워싱턴 정계의 대치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 재무부는 다음주 분기 리파이낸싱 입찰에서 11월과 같은 960억 달러 규모의 장기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후 부채한도 문제와 관련해 타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달러 약세 전망
핌코의 글로벌 스트래티지스트인 Gene Frieda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인플레이션이 후퇴함에 따라 안전자산 통화의 매력이 줄어들면서 달러 약세가 더 진행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연준의 긴축 중단이 시간문제인 만큼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가 개선되면서 달러가 “최종 안전자산”으로서 매력을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변동성이 후퇴함에 따라 리스크 프리미엄도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달러지수(BBDXY)는 이미 지난 9월 정점 이후 10% 넘게 하락했다. 오늘 FOMC에서 25bp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핌코는 추가 한차례 인상만 남았다며 그 결과 미국과 다른 국가와의 금리 격차가 좁혀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선 연준의 경우 올해 추가 60bp 인상을, 유럽중앙은행(ECB)은 150bp 정도 인상을 가격에 반영 중이다. ECB는 현지시간 목요일 기준금리를 50bp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Frieda는 중국의 리오프닝도 견조한 회복을 이끌어 달러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인플레이션 둔화
유로 지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둔화됨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얼마나 더 올려야 할지를 놓고 매파와 비둘기파 간에 논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작년 12월 9.2%에서 올 1월 8.5%로 크게 낮아졌다. 이코노미스트 추정치는 중앙값 기준 8.9%였다. 주로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영향으로,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사상최고치인 5.2%에 머물렀다. 이번 물가 지표는 긴축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ECB내 비둘기파 진영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시장에선 목요일 50bp 금리 인상이 거의 기정사실이다.
비둘기파는 온난한 겨울 날씨에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한데다 연준이 긴축 감속에 나서고 심지어 캐나다 중앙은행은 긴축을 중단한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매파 위원들은 임금 상승과 좀처럼 꺾이지 않는 근원 인플레이션을 지적해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아직 불확실성이 높아 ECB가 이번 지표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지만 작년 4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ECB는 기저 물가 압력이 여전히 높다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