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연준 위원들이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3회 연속 인하했지만, 동결 소수의견이 나온데다 내년 금리 인하 예상치를 기존 100bp에서 50bp로 크게 줄이면서 간밤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금리는 한때 11bp 넘게 급등했고, S&P 500 지수는 3% 급락했다. 블룸버그 달러지수(BBDXY)는 1% 가까이 올라 2022년 11월래 고점을 경신했고, 달러-브라질 헤알 환율은 3.4%나 점프해 사상최고치를 다시 썼다. 달러-역외위안화 환율도 1년여래 고점으로 올랐고, 달러-원 차액결제선물환(NDF) 1개월물은 1457원을 찍기도 했다.
연준 기준금리 25bp 인하…내년은 2회 인하 시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현지시간 수요일 11대 1로 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를 4.25%~4.5% 범위로 25bp 인하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총재가 동결을 주장하며 소수의견을 냈다. 연준은 또한 오버나잇 역레포(RRP) 금리를 4.25%로 조정했다. 새로운 분기별 점도표에 따르면 몇몇 위원들은 지난 번에 비해 내년 금리 인하 예상폭을 줄여, 중앙값 기준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3.75%~ 4%로 25bp씩 2차례 인하를 내다봤다. 이보다 더 큰 폭의 인하를 선호한 연준 위원은 5명에 불과했다. 장기 금리 전망은 3%로 이전보다 높아졌다.
파월 연준의장은 “오늘 조치로 정책 금리가 정점에서 1%p 낮아졌고, 이제 정책 스탠스는 훨씬 덜 제약적”이라고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다. “따라서 우리는 정책 금리에 대한 추가 조정을 고려할 때 좀더 신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연준은 현재 “금리 조정 과정의 새로운 단계”에 있다며, 지금부터는 인플레이션 진전이 확인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립금리에 상당히 가까워진만큼 성명서는 금리 인하를 늦추거나 일시 멈춰야 할 지점에 와 있거나 그에 가깝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FOMC는 성명서에서 추가 금리 조정의 “폭과 시점”을 고려할 때 새로운 지표와 전망의 전개, 리스크 균형 등을 신중하게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파월 ‘비둘기의 옷을 입은 매’
파월은 또한 인플레이션이 다소 고집스러운 모습으로 아직 물가 안정을 위해 해야할 일이 남아 있고, 2% 목표 도달까지 1-2년이 걸릴 수도 있어 제약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Franklin Templeton Investment Solutions의 Max Gokhman은 파월 연준의장이 “비둘기의 옷을 입은 매”로 둔갑했다고 진단했고,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Whitney Watson은 연준이 1월 FOMC를 건너뛴 뒤 3월에 인하를 재개할 것으로 내다봤다.
Horizon Investments의 Scott Ladner는 “이미 매파적 기대가 있었음에도 점도표가 더 매파적으로 나왔다”면서, 3%로 추정되는 중립금리에 도달하는 시점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군드라흐는 내년 기껏해야 연준이 2번 인하에 그칠 전망이라며, 1월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CNBC 인터뷰에서 내다봤다. 또한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 경제에 있어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ABN AMRO 역시 1월 동결이 거의 확실해졌다면서도, 이 후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3개월 후 또 균형이 바뀔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트럼프 임시예산안 반대…美정부 셧다운?
트럼프가 임시 예산안에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폭스뉴스에 말했다고 “Fox and Friends” 프로그램 진행자인 Lawrence Jones가 현지시간 수요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트럼프는 또한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공동 성명을 내고 “부채 한도를 높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지만, 바이든의 임기 중에 하는 것이 낫다”며, “민주당이 지금 부채 한도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우리 행정부에서 6월에 협조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지금 이 논쟁을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의 재선에 큰 공헌을 세우며 정부 효율성부(DOGE)를 맡게 된 일론 머스크가 보수 강경파 진영에 동참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협상을 이끈 임시 예산안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시한은 금요일로, 머스크는 “이 법안이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고 X에 올렸다. 이에 따라 자칫 이르면 오는 토요일부터 연방정부가 부분 셧다운 될 가능성이 있다. 미 하원과 상원은 정부 자금 지원을 3월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지만, 여기에는 약 290억 달러의 재난 구호기금과 300억 달러가 넘는 농업 프로그램, 기타 재난 관련 지출이 포함되어 있어 긴축재정을 주장해 온 매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가 취임하는 1월 20일까지 연방정부가 셧다운 될 가능성에 “예스(YES)” 라고 답했고, 또 다른 게시물에서 그같은 셧다운이 “끔찍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英스태그플레이션 우려…내년 금리인하 2번도 힘들듯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8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서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빈약한 성장과 고질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해 새해를 맞이할 것이라는 우려를 더했다. 소비자 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비 기준 10월 2.3%에서 11월 2.6%로 가팔라졌으며, 이는 자동차 연료와 의류 가격 상승 탓이라고 영국 통계청이 밝혔다. 영란은행(BOE)이 주시하고 있는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5%로 BOE 전망치 4.9%를 상회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수석 영국 이코노미스트 Paul Dales는 “BOE가 내일 추가 금리 인하로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BOE가 당분간 인플레이션 걱정을 덜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은 목요일에 열리는 올해 마지막 BOE 회의에서의 금리 인하 기대를 사실상 접었다. 머니마켓에선 이번주 초만해도 3차례까지 가능할 것으로 봤던 2025년 인하 횟수를 한때 2회 미만으로 낮췄다. 이번 물가지표는 키어 스타머 총리에게 큰 골칫거리가 될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킨다. 노동당 정부는 G-7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를 확장하고 생활 수준을 높이겠다고 약속했지만 GDP는 두 달 연속 감소하고 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투자 디렉터 Tom Stevenson은 “최근 성장 둔화와 함께 영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질 재무장관 ‘헤알화, 투기적 세력 공격 있을 수도’
페르난도 하다드 브라질 재무장관은 헤알화에 대해 “투기적 세력의 공격”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환율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현지시간 수요일 브라질리아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투기적 공격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재무부의 업무는 펀더멘털을 다루는 것으로 그에 대해 판단을 내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의회에게 이성적으로 행동하라며 정부의 지출 삭감안에 더 이상 손대지 말라고 촉구했다.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억제하겠다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공약을 더 이상 투자자들이 믿지 못하면서 헤알화는 지난 4거래일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연초 대비로는 23% 가량 빠진 상태다. 하다드 장관의 발언이 전해진 뒤에도 달러-헤알 환율은 오름폭을 확대했고, 매파적 연준에 놀라 6.31까지 올랐다. 브라질 증시 벤치마크인 보베스파 지수는 장중 한때 3.4% 급락해 6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이번주 들어 4번째 외환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