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 인플레둔화, 무역보복전 가열

(블룸버그) —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신이 부과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에 맞서 유럽연합(EU)이 보복 조치를 내놓자 대응을 예고해 글로벌 무역 보복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 인플레이션이 4개월래 최저치로 둔화되며 연준 인하 기대를 뒷받침했지만,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물가 불안이 되살아날 수 있다. 월가에서 미국 주식에 대해 회의론이 늘고 있는 가운데 뉴욕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반등했다.

간밤 달러-원 환율(BGN)은 전일 대비 약 2원 내린 1451원 부근에서 마감했다. 무역전쟁과 경기침체 공포 속에 명확성이 결여된 상황이 이어지면서 블룸버그 터미널에서 “불확실성”이 언급된 횟수가 급증해 팬데믹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인용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기각될 확률도 40%에 이른다고 노무라는 진단했다. 다음은 시장 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 인플레이션 둔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월비 기준 1월 0.5%에서 2월 0.2%로 낮아졌다.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소위 근원 CPI 상승률도 0.2%로 둔화됐다. 시장 예상치는 헤드라인 및 근원 CPI 모두 0.3% 였다. Nationwide는 이번 CPI 보고서가 고무적이지만, 현재 디스인플레이션 모멘텀이 없고 트럼프 관세전쟁으로 인해 물가가 향후 몇달 안에 다소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및 성장 하방 리스크 증가의 조합은 연준이 추가 완화 쪽으로 더 가까워졌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모간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는 “예상보다 낮은 CPI 수치는 반가웠지만, 연준이 즉시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며, 무역 및 이민 정책이 경제에 미칠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금리를 내리려면 인플레이션 둔화가 좀더 진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캐나다와 EU의 관세 보복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를 강행하자 캐나다는 약 300억 캐나다달러(208억 미달러)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새로운 25%의 상계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캐나다의 보복 조치는 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은 물론 컴퓨터와 스포츠 용품과 같은 소비재도 대상으로 하며, 미국측 관세에 “액수 그대로” 매치해 뉴욕 시간 목요일 오전 12시 1분에 발효된다고 도미니크 르블랑 캐나다 재무장관이 밝혔다.

캐나다의 보복 조치로 총 126억 캐나다달러 상당의 철강 제품과 30억 캐나다달러 상당의 알루미늄, 142억 캐나다달러 상당의 기타 품목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미국의 관세가 “정당하지 않고 정당화될 수도 없다”며, 조만간 열릴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동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도 트럼프의 금속 관세에 맞서 최대 260억 유로(283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푸틴, 조건부 우크라이나 휴전 합의 가능성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휴전 합의 일정을 최대한 늦추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전했다. 푸틴은 결국 우크라이나와의 휴전에 동의할 공산이 크지만, 사전에 자신이 제시하는 조건이 포함되기를 바란다고 한 소식통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측이 수요일에 러시아측과 대화를 나눌 것이며, 이르면 이번 주에 자신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가 30일간 휴전하는 내용의 미국측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 인사들은 미국과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으며 현재의 딜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크렘린궁은 휴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한 소식통이 말했다. 러시아는 이전에 우크라이나가 중립 국가를 선언하고 군대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캐나다 금리 인하…ECB 무역전쟁 충격 우려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시장 예상대로 25bp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를 2022년 9월래 가장 낮은 2.75%로 내렸다. 맥클렘 BOC 총재는 무역 전쟁을 “새로운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미국 관세의 범위와 기간에 따라 경제적 영향이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추가적인 금리 변경을 “신중하게” 진행하고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과 수요 약화에 따른 하방 압력을 동시에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CIBC는 성장 리스크에 BOC가 6월까지 2차례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글로벌 무역 질서 및 유럽 방위 체제의 급격한 재편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ECB가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 분절화와 국방비 확대는 원칙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의 관세 부과는 EU 수출품에 대한 수요를 낮추고 중국의 과잉 생산이 대신 유럽으로 들어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美기업들 정책 확실성 촉구…달리오 1930년대 독일 소환

솔로몬 골드만삭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기업 대표들이 보다 명확한 정책 방향을 원하고 있다며, “불확실성 수준이 조금 더 높아져서 일부 사안은 옆으로 밀려났다. 향후 정책 의제에 대한 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자본 투자와 성장을 더 잘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일 트럼프는 월가와 재계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추가 관세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억만장자 투자자 레이 달리오는 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1930년대 독일을 예로 들며 트럼프발 무역 전쟁의 파장을 경고했다. 당시 독일의 부채 상각과 세수 증대를 위한 관세 인상, 국내 기반 구축 등을 지적하며 “민족주의, 보호주의, 군사주의”가 작동했다면서, 관세로 인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봐라. 분쟁이 일어나고 그 댓가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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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