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미국의 견조한 고용지표에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후퇴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생산자물가(PPI) 상승률이 시장 예상과 달리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장초 뉴욕증시 반등을 이끌었다. Allianz Investment Management의 Charlie Ripley는 “PPI가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15일 나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트레이더들이 적극적 베팅을 꺼리면서 S&P 500 지수는 장중 등락을 반복하다 가까스로 0.1% 상승으로 마감했다. 미국채 30년물 금리가 다시 5% 돌파를 시도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LNG와 알루미늄에 대한 점진적 수입 금지를 새로운 제재조치로 고려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미국 생산자물가 안도…소기업 낙관↑
지난달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최종 수요 기준 전월비 0.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 예상치 0.4%를 하회했다. 식료품 가격이 0.1% 하락하고 서비스 비용이 오르지 않은 영향으로, 끈질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다소 잠재울 것으로 기대된다. 화요일 미 노동통계국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의 경우 전월비 변함이 없었지만, 전년비로는 3.5% 상승해 2023년 2월래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종수요 기준 PPI 상승률 역시 전년비 3.3%으로 시장 예상치 3.5%를 밑돌았지만 2023년래 최고 수준이다.
PPI를 구성하는 요소 중 여러 항목이 연준이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코노미스트들은 PPI 보고서를 꼼꼼히 살핀다. 이같은 항목 중에 병원 치료비는 변화가 없었고, 진료비와 포트폴리오 운용 수수료는 약간 올랐다. 반면 항공료는 2022년 3월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PPI 수치를 반영해 작년 12월 근원 PCE 상승률을 전월비 0.18%, 전년비 2.8%로 추정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우호적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전미자영업연맹(NFIB)의 작년 12월 소기업 경기낙관지수가 105.1로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 초점, 다시 美고용에서 물가로
최근 주식시장 움직임에 휘둘렸던 옵션 트레이더들은 수요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시작으로 앞으로 더 큰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싸여 있다. 채권 금리 급등과 고용지표 호조로 CPI에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씨티그룹은 등가격 콜 옵션과 풋 옵션을 토대로 15일 S&P 500지수가 어느 방향으로든 1% 가량 움직일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CPI 발표를 앞두고 2023년 3월 미국 지역은행 사태 이후 가장 큰 변동폭이 예상되는 셈이다. 향후 일정과 비교하면, 1월 29일 FOMC 금리 결정일의 잠재적 증시 변동폭이 유사하며, 다음 고용지표가 발표되는 2월 7일보다 더 크다.
이는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서 물가와 고용이라는 연준의 이중 책무 가운데 고용으로 시장의 초점이 이동했지만, 이제 옵션시장은 다시 한번 물가로 시선이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옵션 플랫폼 SpotGamma의 설립자 Brent Kochuba는 “높은 변동성을 감안할 때, 낮은 CPI 수치는 S&P 500 지수를 5900선 위로 빠르게 반등시킬 수 있다”며, 반면 “그 아래에서는 몇몇 대규모 풋 매수 포지션이 있기 때문에, CPI가 뜨겁게 나올 경우 S&P 500 하락세가 확대될 수 있고, 이는 VIX의 급등과 맞물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 대상 블룸버그 설문에 따르면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지난해 12월 근원 CPI는 전월대비 0.3%, 전년대비 3.3%로 11월 수치와 같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자지구 휴전 임박에 유가 4거래일만에 반락
러시아와 이란의 공급망에 대한 우려로 수개월래 고점으로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하마스-이스라엘 간의 휴전 협상 진전에 4거래일만에 반락했다. 지난 2거래일 사이에 6.6%나 급등했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화요일 장중 한때 1.8% 하락해 배럴당 77달러대 중반으로 후퇴했고, 브렌트유 역시 최대 1.4% 밀려 80달러선 아래를 시도했다. 중재에 나선 카타르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이 최종 단계에 도달했다며, 일부 세부 조건을 마무리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간 휴전 합의가 수일내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측은 네타냐후 총리의 협상팀이 하마스에 구체적 제안을 전달했다고 밝혔고, 하마스는 화요일 협상이 “최종 단계”라며 이번엔 “명확하고 포괄적인” 합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5개월 넘게 지속된 가자지구 전쟁이 완전한 종식으로 이어져 중동 지역의 주요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상대강도지수(RSI) 분석 상 원유 선물은 연초부터 대부분 과매수 상태로 가격 하락 신호를 보내고 있다. TD증권 상품 스트래티지스트 Daniel Ghali는 CTA라고 알려진 알고리즘 기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수 피로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유가가 더 오르려면 미국의 러시아 에너지 제재조치와 관련된 공급 리스크 프리미엄이 계속 상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ofA, 달러 랠리의 ‘비대칭적 위험’ 경고
12월 FOMC의 25bp 인하 이후 다른 나라와의 금리 차가 좁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달러 랠리가 나타난 점은 강세론자에 대한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진단했다. 통화 스트래티지스트 Alex Cohen 등은 화요일 투자자 메모에서 “포지셔닝이 붐비고 FX 심리는 점점 더 (일방향) 컨센서스가 되면서, 비대칭적 위험이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BofA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1y1y 금리 차이와 G-10 통화 대비 달러의 흐름이 12월 연준 회의 이후 무너졌다. BofA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채권 매도세 확대, 유럽중앙은행(ECB) 금리 기대 리프라이싱, 영국 재정 우려에 따른 파운드 부진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BofA는 달러가 “더 오르기 위해서는 다른 중앙은행들이 더 비둘기적으로 돌아서야할 할 정도로 미국외 다른 경제의 성장률이 더 낮아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의 통화경로 및 백악관의 광범위한 경제 정책 모두 추가 달러 상승 위험을 가리키고 있지만, BofA는 달러가 결국 약해질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화요일 통화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팀이 관세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와 예상보다 둔화된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지표에 달러 약세 및 신흥 통화 강세 흐름이 뚜렷했다. 달러지수(DXY)는 한때 0.6% 넘게 밀렸고, MSCI 신흥통화지수는 0.3% 상승했다. 신흥국 중에서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의 원화를 비롯해 남아공 랜드, 브라질 헤알화 등의 절상폭이 컸다.
PBOC 위안화 안정…UBS ‘점진적 관세 연준에 문제’
중국인민은행(PBOC)은 경기 침체로 인한 역풍 속에 역외위안화가 달러 대비 사상 최저치를 다시 시도하는 가운데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쉬안창넝 PBOC 부총재는 화요일 베이징 언론 브리핑에서 안정적인 통화 유지라는 목표를 달성할 자신이 있다며, 위안화가 달러 대비 탄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금리와 지준율 등 통화정책 수단을 동원해 유동성을 충분히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위안화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위협과 미-중간 금리 격차 확대로 최근 몇달 동안 약세 압력에 시달려왔다. 이에 중국 당국은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경고와 더불어 기업이 해외에서 더 많은 자금을 차입할 수 있도록 자본 통제 규정을 조정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위안화 약세 흐름을 뒤집기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UBS의 글로벌 경제 및 전략 리서치 헤드인 Arend Kapteyn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점진적으로 높일 예정이라는 보도에 대해 이는 인플레이션의 마지막 단계와 싸우고 있는 연준에 “문젯거리”가 될 전망이라고 경고했다. 관세가 일회성 물가 상승 요인으로 끝나지 않을 경우 팬데믹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충격이 계속 이어져 인플레이션 피크가 훨씬 높아질 수 있어 중앙은행이 대응하는데 훨씬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금융시장이 미국의 고관세 리스크를 아직 제대로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관세가 인플레이션과 성장에 심각한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만일 인플레이션이 올해 3% 부근에 머물 경우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