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미국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원 탈환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하원 다수당 지위마저 유지하는데 성공해 마침내 ‘트라이펙타(trifecta·3연승)’를 달성했다. 현지시간 수요일 CNN과 NBC뉴스는 연방하원의원 선거 결과 공화당이 전체 435석 중 최소 218석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공화당 싹쓸이(sweep) 결과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감세와 불법이민 규제 등 공약을 실현하는데 상당히 유리한 입지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하원으로부터 두 차례나 탄핵을 당했던 첫 임기 때와 달리 이제 민주당의 조사 위협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중국에 강경노선을 보여온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할 방침임을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선물’로 레바논 휴전안을 마련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美10월 근원 CPI 전월비 0.3% 상승…시장 예상 부합
지난달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월비 기준 3개월 연속 0.3%를 기록하며 기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년비로는 이전치와 같은 3.3%였다. 블룸버그 계산에 따르면 근원 CPI는 지난 3개월에 걸쳐 연율 3.6% 상승해 4월래 가장 가팔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일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4개월째 0.2%에 머물렀고, 전년비로는 2.6%로 3월 이후 처음으로 높아졌다. 이번 CPI 보고서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느리고 답답한 성격을 띠고 있으며, 때로는 횡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상품 가격이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한 뒤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주거비는 0.4% 상승해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웰스파고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 지표는 상당한 추가적인 진전을 보여주지 못했고, 선거 결과는 앞으로의 물가 상승 경로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통화정책 완화 속도를 늦춰 내년부터 FOMC 회의에서 두 번에 한 번씩은 인하를 건너뛸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자동차를 제외할 경우 상품 디스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광범위하다며, 트럼프가 예고한 관세 부과를 앞두고 선행적인 기업 활동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10월 CPI 보고서에서 연준의 12월 추가 금리 인하를 막을만한 내용은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카시카리 ‘인플레 자신감’..무살렘·로건 ‘신중해야’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총재는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가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2% 목표로 향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고 평가했다. 현지시간 수요일 해당 지표가 발표된 직후 블룸버그 TV에 출연한 카시카리는 시간이 없어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다면서도, 헤드라인 수치를 토대로 볼 때 인플레이션 궤적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확신하지만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며,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한 달에서 6주 정도 데이터를 분석할 시간이 있다”고 설명했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는 동안에는 정책을 “적당히 제약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통화정책이 현재 좋은 위치에 있어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할 때 새로 들어오는 경제 지표를 “신중하고 인내심을 갖고”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정보는 인플레이션이 하락세를 멈추거나 더 높아질 위험이 늘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총재 역시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의 통화 정책이 얼마나 제약적인지 불확실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책당국이 느린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시점에서는 신중하게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FOMC가 이번 여정을 마무리하려면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얼마나 많은 인하가 필요할지, 얼마나 빨리 이루어져야 할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올해 통화정책 투표권은 없지만 지금까지 금리 인하 결정을 지지했다고 밝힌 로건은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 가까워지더라도 자칫 수요 증가나 공급 충격, 미국채 금리 상승 등이 연준의 정책 경로에 있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립금리는 과거에 생각했던 것보다 높을 수 있다며, 정확한 계량화는 어렵지만 일부 기준에서 현재의 연방기금금리가 이에 근접했다고 판단했다. 제프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총재는“지금이 통화 정책의 제약 정도를 줄이기 시작할 때이긴 하지만, 금리가 얼마나 더 내려갈지 또 최종 지점이 어디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12월 인하 베팅↑…연준 내년은 다르다
서프라이즈가 없는 이번 CPI 보고서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월에 취임하기도 전에 벌써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멈춰설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일단 잠잠해지는 모습이다. CPI 데이터가 발표되기 전까지 트레이더들은 트럼프 공약이 미국채의 추가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베팅을 쌓고 있었다. 미국채 선물 미결제약정은 금리 상승에 대한 신규헤지가 늘어났음을 시사한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멀티섹터 채권 투자 헤드 Lindsay Rosner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대로 나오면서 당장 연준의 인하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약해지고 올 12월 인하 경로를 확인시켜줬다고 진단했다.
모닝스타의 Preston Caldwell는 12월 인하 공산이 높지만 연준이 인하를 건너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11월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전월 대비 0.3%에 근접하고 노동 시장이 계속 견조한 모습을 보인다면 연준의 스킵(건너뛰기)에 강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Regan Capital의 Skyler Weinand는 이번 CPI가 기대엔 부합했지만 아직 2% 물가 목표를 크게 웃돌고 있어 연준이 12월에 한번 더 금리를 내린 후 당분간 쉬어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거 이후 주식시장의 놀라운 랠리로 금융여건이 완화된데다 트럼프 2기의 재정 부양책까지 더해질 경우 연준은 조만간 멈춰 서서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모간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Ellen Zentner 역시 관세 등 트럼프의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내년은 얘기가 다르다”며, “시장은 이미 연준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2025년에 더 적은 횟수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이르면 1월에 중지 버튼을 누를 가능성을 가늠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화의 DXY 추종 경향 역사상 최고
2년래 처음으로 1410원을 찍었던 달러-원(REGN) 환율은 연준 금리 인하 기대와 중국의 위안화 방어 노력에 간밤 1400원을 하회하기도 했다. 원화가 이처럼 대외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아니지만, 그 정도가 최근에 더욱 뚜렷해진 양상이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달러지수(DXY)와 달러-원의 90일 상관계수는 0.7로 데이터가 집계된 198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올랐다. 위안화와 싱가포르 달러 등 전통적으로 원화와 상관관계가 강했던 통화들과도 밀접하게 움직이는 정도가 도드라지고 있다. 7월부터 달러-원 거래시간이 연장되면서 서울 야간 시간대에서도 글로벌 움직임을 반영하고 있는 데다, 미 대선 전후의 트럼프 트레이드가 부각되며 달러 강세 테마가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영향으로 볼 수 있다.
JP모간의 글로벌 주식 전략 헤드 Mislav Matejka는 “중국에서 의미있는 재정정책이 더 나오지 않는다면, 특히 무역과 관세 불확실성이 신흥국에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에 신흥통화가 뒤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맥쿼리 퓨처스의 글로벌 통화 담당 이사이자 금리 스트레티지스트인 Thierry Wizman은 “달러를 매수하며 시장이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 포지션을 취했으나 그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며, 그 결과 “일부 달러 매도가 진행되고 있지만 반드시 지속되진 않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한편 중국인민은행은 기준환율을 예상보다 위안화 강세 방향으로 고시한 가운데 국영은행 등이 달러를 매도하면서 위안화 약세를 막아섰다. Credit Agricole CIB의 Eddie Cheung은 “중국 당국이 고시환율을 통해 최근 달러-역내위안화의 상승을 다소 용인할 수 없다는 첫 신호를 보낸 셈”이라고 진단했다.
공화당 싹쓸이…바이든-시진핑 회동
공화당의 싹쓸이 승리는 외교 정책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한 미국의 지속적인 원조에 의구심을 더할 수 있다. 많은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에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공화당이 하원의 과반수를 겨우 넘긴데다 과거 경험을 볼때 당내 분열과 이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화당은 상원 원내대표로 일론 머스크의 추천을 받은 릭 스콧 대신 자유무역을 신봉하는 사우스다코타 주의 존 튠(John Thune) 의원을 선출했다. 한편 트럼프가 국방장관에 폭스뉴스 진행자인 피트 헤그세스를 임명함에 따라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유럽 국방 관료는 군이나 정부에서 고위직을 맡은 적이 없는 사람을 그처럼 중요한 자리에 앉힌 것은 이례적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주 토요일 페루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전했다. 두 정상은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포럼 참석을 위해 페루 리마를 방문하며, 이번 면담은 바이든 재임 기간 중 세번째 회동이지만 바이든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시진핑 입장에선 무역전쟁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더 관심을 가질 전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페루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바이든 및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