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강세 끝?
1980년대 초에 시작된 미국채 장기물 강세장은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붕괴, 닷컴버블,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을 이겨냈지만 이제 팬데믹으로 마침내 막을 내린 모습이다. 만기 10년 이상을 추적하는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미국채 장기물 토탈리턴 지수는 작년 3월 정점을 찍은 후 22%나 무너져 소위 ‘약세장’에 진입했다. 해당 지수는 1981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4562% 올랐으며 그동안 20% 넘게 후퇴한 적은 없었다. 블랙록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 Rick Rieder는 “우리는 지금 #채권시장역사(BondMarketHistory)를 목격하고 있다”고 트윗을 날렸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목요일 1.75%로 2020년 1월래 고점을 터치했고, 30년물은 2.51%로 2019년 8월래 고점을 경신했다. 레이 달리오와 빌 그로스 등 저명한 투자가들이 추가 손실을 예고하는 등 미국채에 대한 심리가 극적으로 바뀌었지만 모두가 수십년간 지속된 랠리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달 구겐하임의 CIO Scott Minerd는 10년물 금리가 마이너스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 부양책에 따른 현금 보유 급증이 채권시장으로 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만기 1년 이상을 모두 포함하는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미국채 토탈리턴 지수는 8월 이후 약 6% 하락해 2009년래 최대폭 후퇴를 기록했다.
SLR 완화 연장 불발
연준은 월가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대형 은행들에 대한 자본규제 완화를 예정대로 이달말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은 팬데믹으로 작년 봄 시장이 대혼란을 겪자 소위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조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은행이 손실 대비 추가 자본을 확충하지 않고도 예금과 미국채를 늘릴 수 있도록 해줬다. 연준은 현지시간 금요일 성명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협은 1년 전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결론 내리고, 조만간 SLR과 관련해 새로운 변경 내용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재정 부양책에 따른 은행 지준의 급증 대응이 목적이다. “최근 미국채 발행 및 중앙은행 지준 공급 증가 때문에 연준은 경제 성장을 제약하고 금융 안정을 해칠 수 있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SLR의 설계와 측정 방식을 다뤄야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21조 달러 규모의 미국채 시장이 최근 변동성을 겪은 점을 감안할 때 적어도 몇달 정도 기한을 연장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은행과 채권 트레이더들은 실망할 것으로 보인다. 딜러들은 이번 연준의 결정에 앞서 지난 2주에 걸쳐 800억 달러 넘게 미국채를 팔아치웠다. 하지만 연준 관료들은 시장이 충분히 안정적이며 은행의 자본이 팬데믹 이전의 요건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높다는 판단이다. TD증권의 Priya Misra는 연준이 실수를 했다며, 시장이 아직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연준의 발표에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반등했고, 은행주는 하락해 JP모간체이스와 웰스파고 주가가 각각 1.6%, 2.9% 빠졌다.
새로운 인플레이션 시대
코로나19 봉쇄가 끝나면서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나 주식과 부동산, 채권에 이르기까지 투자의 세계가 모두 뒤바뀔 수 있다. 정책당국이 미국 경제가 당분간 달궈지도록 허용할 방침임을 시사하면서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십여년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골드만삭스는 원자재 상품이 장기간에 걸쳐 근성을 보였다고 주장했고, JP모간자산운용은 인프라와 같은 대체자산에 숨으라고 추천했다. 핌코는 시장의 인플레이션 집착이 지나치다며, 물가상승률이 향후 18개월간 중앙은행의 목표치를 상회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Algebris는 아직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지속될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출발이 좋다며 전환사채와 원자재 등을 통한 헤지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블루베이자산운용은 듀레이션 리스크를 줄이고 시장의 안이함에 대해 경고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미국의 거시경제정책이 40년래 가장 무책임하다며, 결국 수요 압력이 촉발되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확률이 3분의 1 정도라고 경고했다.
미-중 살벌한 상견례
바이든 취임 이후 가진 첫 상견례에서 미국측은 의견을 나눈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했지만 관세나 인권, 사이버공격 등 주요 현안들은 향후 경로를 정하지 못한 모습이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회담이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유용했다”고 말하면서도 “양측 간에 여전히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국은 자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수호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회담 후 발언이 20분에 걸친 폭탄급 모두발언보다 수위가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토요일 신화통신은 양측이 기후 변화와 관련해 공동 워킹그룹을 설립하고 양국 외교관의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대화를 갖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미국은 양국 합의 사항에 대해 공식적 언급이 없었다. 이번 회동은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이후 양국간 관계가 얼마나 악화되었는지, 또 양측 모두 관계 개선에 별다른 관심이나 능력이 없음을 시사한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Bonnie Glaser는 양국간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미 의회에서 중국 관련 법안이 더 나오고 미국에 중국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국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양제츠의 공개 발언이 오직 자국용으로 비공개 회담에서는 진전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엇보다 자국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 한 미국과의 협력에서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할 정도로 중국이 강대국이 되었다는 자신감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터키중앙은행 총재 경질…PBOC
Naci Agbal 터키중앙은행(CBRT) 총재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지난주 기준금리를 19%로 200bp 인상하며 시장 예상보다 큰 폭의 긴축을 단행하자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주말 그를 전격 해임했다. 이에 달러-터키리라 환율이 10% 넘게 급등하는 등 투자자들은 과도할 정도로 리라화 매도에 나섰다. CBRT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했던 Agbal이 저금리를 주창해 온 Sahap Kavcioglu로 교체됨에 따라 터키 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시험대 위에 올라섰다. 신임 총재는 일요일 영구적 물가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겠다고 약속하고, 기준금리 결정 회의는 기존 일정표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Coex Partners는 CBRT가 당분간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란 기대가 무너지면서 이제 리라화 강세론자들을 찾기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진단했고, 블루베이자산운용은 당국이 대규모 개입에 나서겠지만 리라화 방어에 성공할지 확신이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중국인민은행(PBOC) 이강 총재는 일요일 부채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경제에 유동성을 투입할 여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PBOC 통화정책위원회는 2명의 위원이 교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