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글로벌 무역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연준에 이어 영란은행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반면 스위스 중앙은행은 환율 변동성에 대비해 선제적 인하를 단행했고, 튀르키예는 초단기 대출금리 긴급 인상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다. 전일 연준발 안도랠리를 펼쳤던 뉴욕증시는 4.5조 달러 규모의 트리플위칭을 하루 앞두고 약세로 돌아섰다.

영란은행, 8대 1로 금리동결..신중으로 돌아선 비둘기
영란은행(BOE)이 글로벌 경제 불안 속에 8대 1로 기준금리를 현 4.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시장 예상보다 많은 정책위원들이 신중한 스탠스를 취하자 트레이더들은 금리 인하 베팅을 소폭 줄였다. 스왑시장은 5월 25bp 인하 가능성을 금리 동결 결정 전 70%에서 60%로 낮췄다. 지난 2월 50bp 인하 의견으로 시장을 놀라게 했던 캐서린 만 위원도 이번 회의에서 동결 표를 던졌다.
미즈호은행은 “8대 1의 결과는 7대 2를 기대했던 시장 전망보다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베일리 BOE 총재는 “현재 많은 경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우리는 여전히 금리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고 본다”며 “세계와 국내 경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파운드는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약세를 유지했고, 길트금리는 단기물이 주로 올랐다.
서머스 ‘연준 QT 조절은 부채 취약성에 대한 경고’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연준의 양적긴축(QT) 조정에 대해 시장의 장기 국채 수요에 대한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경고했다. 전일 FOMC는 4월부터 보유 중인 미국채의 월간 감축 한도를 기존 25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줄이기로 했다. 파월 연준의장은 연방정부 부채 한도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번 결정은 QT 프로그램의 적절한 속도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논의를 반영한다.
서머스는 “이는 경종을 울리는 사건으로 사람들이 주목해야 한다”며, 연준 위원들이 “장기 채권 시장에서 이를 흡수할 능력이 제한적”임을 판단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는 연준이 2022년 트러스 영국 총리가 재원 없는 감세 계획으로 위기를 촉발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취한 조치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영란은행은 붕괴를 막기 위해 채권 시장에 개입해야만 했다. 한편 군드라흐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50%~60% 라고 경고했다.
EU, 미국 위스키에 50% 관세 부과 연기..추가 협상 가능
유럽연합(EU)이 미국산 위스키에 대한 50% 관세 부과를 4월 중순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에 광범위하게 대응하려는 조치의 일환이다. EU 집행위원회의 대변인은 당초 4월 1일부터 발효 예정이었던 관세 부과 시기가 변경됨에 따라 미국측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 주류업체들은 EU의 관세 부과에 대비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은 업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유럽으로 최대한 많은 제품을 운송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 조치로 모든 EU산 주류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EU 집행위원회는 “EU는 두 경제 모두 불필요한 피해를 피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과 건설적인 대화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이란 연계 혐의로 中정유공장 제재…유가 급등
트럼프가 이란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기 위해 새로운 합의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중국 정유공장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미 재무부는 중국 산둥성 소재 소규모 민간 정유업체인 Shandong Shouguang Luqing Petrochemical이 약 5억 달러 상당의 이란산 원유를 구입했으며, 후티 반군과 연계된 과거 제재를 받았던 선박을 통해 이를 인도받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란 원유 수출 압박 노력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에 브렌트유는 2% 급등했다. 중국 정유사가 미국 제재를 받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인 Wang Xueqing는 물론 중국내 터미널도 이란산 원유를 저장했다며 제재 대상에 올랐다. Rystad Energy는 아직 ‘최대 압박’과는 거리가 멀지만 미 행정부가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했다.
튀르키예, 적극 시장안정화 조치…스위스 금리인하
전일 정국 혼란에 투매세가 촉발되자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긴급 정책회의를 열고 하루짜리 오버나잇 대출 금리를 46%로 2%p 깜짝 인상했다. 다만 기준금리인 1주일 레포 금리는 42.5%로 유지했다. 이는 자국 통화를 방어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달러-튀르키예 리라 환율은 이에 반응해 1% 급락했지만 바로 반등을 시도했다. 앞서 중앙은행은 리라 결제 선물환 매각도 발표했다.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기준금리를 2022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0.25%로 인하한 뒤, 당분간 추가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SNB의 이번 인하는 작년 12월 50bp 깜짝 인하에 이은 것으로, 변동성에 대비해 외환 정책에 버팀목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술레겔 총재는 “필요시 외환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할 의지가 있다”며, “글로벌 경제와 인플레이션 전개에 있어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