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클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등 중국 매파가 대거 포진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월가 베테랑인 스콧 베센트가 재무장관으로 기용되며 극단적 긴장 고조를 피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소 안도하는 모습이다. 미국채 금리는 전 구간에 걸쳐 장중 10bp 넘게 하락했으며, 달러(BBDXY)는 한때 0.7% 넘게 빠져 2주여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휴전 협상이 미국 중재로 급물살을 타며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한편 유럽연합은 러시아 기업의 우크라이나 공격용 드론 개발을 도운 것으로 판단되는 중국계 기업들을 제재하자고 제안했다.
미국채 랠리…베센트 지명은 ‘극단적 시나리오 배제’
BMO 캐피탈 마케츠의 미 금리 전략 헤드 Ian Lyngen은 베센트의 지명이 무역 전쟁과 관세에 따른 부정적 여파를 완전히 없애주진 않겠지만, 일부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제거함으로써 채권시장 전망에 어느 정도 안도감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스코샤뱅크의 수석 외환 스트래티지스트 Shaun Osborne은 “베센트는 차기 행정부의 정책에 잠재적으로 온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로 여겨지고 있다”며 “예를 들어 그는 관세에 대한 점진주의를 선호한다”고 평가했다. 베센트는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다양한 감세 공약을 이행하는 동시에 지출을 줄이고 “세계 기축 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센트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연방정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재정증권(T-bill)을 과도하게 활용했다고 비판했지만, 씨티그룹의 Jason Williams는 앞으로도 재정증권 비중이 약 22%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ANZ 뱅킹 그룹의 Felix Ryan은 미국채 금리가 더 내려가면 달러가 단기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금요일 발표된 11월 PMI 지표가 보여주듯 미국의 견고한 성장세와 유럽 및 글로벌 경제 부진이 대조되는 펀더멘털 차이가 여전히 달러 강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판단했다.
베센트는 대중 온건파?…미-중 대화 기대
관세에 비교적 온건한 입장을 취해 온 스콧 베센트가 차기 미 재무장관에 지명되면서 일각에선 중국이 다소 협상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크로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의 창업자인 베센트는 트럼프가 위협한 중국 수입품에 대한 고관세에 대해 타협을 배제하고 최대한을 요구하는 “극대주의적 협상 포지션”이라고 묘사해 왔다. 그는 이달 초 CNBC 인터뷰에서 단계적 접근 방식을 주장하며, 관세를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중국 상무부에 자문을 해 온 John Gong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는 베센트의 지명이 “중국에 반가운 소식”이라며, “월가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고 진단했다. Albright Stonebridge Group의 Amy Celico 역시 베센트 지명이 주요 현안에 있어서 대화를 원하는 중국 정부에게 좋은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센트를 중국 정부와의 잠재적 협상 담당자 중 한 명으로 지명하면서 양측이 대화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다만 대화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의 Scott Kennedy는 결국 트럼프의 전략이 이행될 전망이라며, “개별 장관 지명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Derek Scissors도 재무장관이 관세에 권한을 가졌다고 믿는 것은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베센트는 위안화 가치에 불만을 표시하며, 위안화 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키스퀘어그룹 보고서를 인용했다. 지난 6월 한 컨퍼런스에서 베센트는 중국이 “대규모 내부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노동력을 줄이고 부동산 가치를 깎아내리는 등 2011-12년 유럽에서 발생했던 상황과 유사하다”며, “위안화와 달러의 관계를 조사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8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선 중국이 미국에게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리스크라고 규정했다.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 근접….유가 하락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 며칠 안에 휴전 협정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고 마이클 헤르초크 주미 이스라엘 대사가 현지시간 월요일 이스라엘 라디오에서 밝혔다. CNN 보도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원칙적’으로 승인했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휴전 협정 조건을 받아들였으며, 휴전 협정 초안에는 60일간의 과도기에 걸쳐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고 헤즈볼라는 중무기를 국경지대 리타니강의 북부로 옮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휴전 임박 소식에 국제유가가 하락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3.5% 급락했고, 브렌트유 역시 3.1% 빠졌다. 달러- 이스라엘 셰켈화 환율은 한때 2.1% 내려가 8월말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실 최근 몇 주 동안 이스라엘과 미국 관료들 사이에서 휴전임박설이 나돌았지만 헤즈볼라가 타협안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측의 사보타주와 공습, 남부 레바논에서의 지상 침공 등으로 세력이 상당히 약해졌지만 여전히 거의 매일 이스라엘에 로켓을 쏘고 이스라엘 지상군에 저항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연립정부 파트너인 극우파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이 휴전안에 반대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의 멸망을 이념적으로 추구하는 헤즈볼라를 없앨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며, 전쟁을 멈춰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벤그비르의 승인 없이도 내각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씨티 스트래티지스트 ‘12월 연준 동결’ vs 이코노미스트 ‘50bp 인하’
씨티그룹의 금리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연준이 금리 인하를 중단할 것이라며, 12월 50bp 인하 견해를 고수하고 있는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과 대조를 보였다. Jabaz Mathai 등은 12월 6일 발표 예정인 11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약하게 나오지 않는 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일시 중단할 것으로 본다”고 11월 22일자 보고서에서 전망했다. 일자리 증가세가 약하더라도 실업수당 청구건수 같은 다른 고용시장 지표로 회복탄력적인 노동시장을 증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투자자들에게 다음 달 연준의 동결 결정에 대비해 OIS(익일물 인덱스 스와프) 금리 페이를 권고했다. 다만 “지금은 비돌기파적 연준으로 (금리인하를) 건너 뛸 기준은 높다”고 경고했다.
반면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11월 고용지표가 약하게 나올 경우 연준이 12월 50bp 인하를 단행할 전망이라며, 다만 실업률이 4.1%에 머물 경우 25bp 인하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11월 비농업부문 고용 증가가 15만명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면서,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동결하려면 고용이 적어도 30만명은 늘어야 하며 11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전월비 0.35% 이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권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향후 12개월간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치를 약 73bp로 낮췄다. 10월 초만해도 1년후 기준금리가 3% 미만이 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제는 약 3.86%로 프라이싱 중이다.
골드만 트레이더 ‘미국 증시, 연말 랠리 기대’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더인 Scott Rubner는 연말 랠리가 이번 주에 시작되어 S&P 500 지수가 약 4% 상승해 6,200포인트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증시가 연중 최고의 계절적 트레이딩 패턴에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주식과 암호화폐 전반에 걸쳐 개인 투자자들의 흥분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 수요도 늘고 있어 며칠 안에 랠리가 시작될 여건을 더하고 있다고 그는 현지시간 금요일 투자자노트에서 지적했다.
미국 추수감사절인 이번 “목요일에 칠면조를 먹고 S&P를 공매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며, 지난주 나타났던 다지기 국면은 전형적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증시가 지난 3개월 동안 2021년 이래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데다가 11월은 아마도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S&P 500 지수는 11월 5일 미국 대선 투표 이후 3.2% 가량 상승했고, 소형주인 러셀 2000 지수는 6.5% 올랐다. 루브너는 선거가 있는 해에 대체로 1월까지 랠리가 지속되다가 대통령 취임식 직전에야 열기가 시들해진다고 지적했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