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트럼프 미 대통령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간의 자존심 대결이 벼랑 끝으로 치달으면서, 미-중 관세전쟁에 이미 기력을 잃은 신흥시장은 물론 유럽계 은행의 터키 익스포저 우려에 유로화마저 볼모가 되었다. 미국은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두배로 올렸고, 에르도안은 ‘경제전쟁’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시장을 실망시켰다. 터키 리라는 금요일 달러 대비 17%나 폭락해 1998년과 2002년 당시 신흥시장 불안을 상기시켰고, 오늘 아침 스왑 거래 제한 조치 발표에 잠시 주춤했지만 매도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터키는 추가 시장안정대책을 월요일 내놓을 계획이다. 러시아 루블화 역시 급락세를 보이자 러시아 중앙은행이 적극 대응에 나섰다. 유로화는 1.15달러선이 무너지며 1년래 저점을 경신했다. 아르헨티나 페소와 남아공 란드 역시 국내 정치 불안에 큰 폭의 약세를 나타냈다. MSCI EM 통화 지수는 1년여래 최대폭 하락했다. 미 증시 역시 아시아와 유럽 증시를 강타한 매도세를 피하지 못했다. 미국채 금리는 미국 CPI 지표를 소화하며 안전선호 심리속 하락했다. 미 정부의 대두 재고 예상치가 시장 컨센서스를 넘어선 것으로 나오면서 대두 가격이 4% 넘게 급락했으며 다른 농산물 선물 가격 역시 크게 하락했다.
한편, 이탈리아 총리는 포퓰리스트 연정이 당장 요구하고 있는 기본소득과 단일세 공약을 완전히 시행하려면 5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일련의 구조개혁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CEO의 상장폐지 발언에 주가가 널뛰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가 지원병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터키, 러시아 등을 둘러싼 국제관계 및 금융시장 전개상황은 물론 이번주 발표될 중국의 7월 광공업생산과 신용 관련 데이터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Paul Selva 미 합참부의장은 북한이 최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있어서 마지막 두 단계를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남북한은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고위급회담을 열고 3차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한다. 외국인은 7월 한국 주식을 순매수로 전환했고, 채권은 순투자를 유지해 총 1.5조원이 순유입되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트럼프 vs 에르도안 국수주의 힘겨루기
터키의 미국인 목사 장기 억류를 둘러싸고 양국간 외교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트럼프 미 대통령은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두배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터키 리라는 또다시 신저점을 경신했고,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6월 말 이후 약 30% 가량 급락했다. 리라의 매매호가 스프레드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시장이 거의 마비상태에 이르렀고, CDS 프리미엄 역시 급등해 그리스를 뛰어 넘어 향후 5년내 디폴트에 처할 확률이 25%로 높아졌다.
트럼프는 현지시간 금요일 트위터에서 “터키와 관련해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율을 두배로 높이는 방안을 방금 승인했다. 터키 리라가 우리의 매우 강한 달러에 대해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알루미늄 관세는 이제 20%이며 철강은 50%다. 터키와의 관계는 현재 좋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측 변호사인 Sekulow는 백악관이 미국인 목사 석방과 관련해 해결에 거의 도달했다고 시사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금요일 연설에서 “경제 전쟁”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터키 국민들에게 집에 보관하고 있는 외환을 리라로 바꾸라고 촉구했다. “그들(미국)은 달러가 있지만 우리는 우리 국민과 권리, 알라신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했다. 또한, 터키는 현재 “인위적 금융 불안”에 처해 있으며 “금리 로비”는 터키를 끌어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모든 가능한 부정적 전개상황에 대해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일요일엔 미국과 결별하고 새로운 동맹을 찾겠다면서, 금리는 빈부격차를 악화시키는 착취의 수단으로 자신이 살아있는 한 금리의 덫에 빠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터키와의 결속을 다짐했다. Hurriyet 보도에 따르면 Albayrak 터키 재무장관은 시장 안정을 위한 액션 플랜이 이미 준비된 상태며 필요한 조치를 월요일 발표하겠다면서, 하지만 외화 예금을 환전하거나 동결하는 등 자본통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쿠웨이트를 방문했다고 Al Jarida가 보도했다.
터키은행규제감독당국은 스왑 거래 등을 은행 지분의 50%까지로 제한하기로 했다. UBS 증권의 글로벌 이머징 마켓 주식 전략 책임자인 Geoffrey Dennis는 터키 당국이 시장 혼란을 억제하기 위해 “첫 단계”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리라화 안정을 위해 300-400bp 정도 금리를 인상해야 하며, 보다 긴축적인 재정정책 역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터키 위기에 달러가 밀려 올라가 EM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달러가 안정될 때까지 EM에서 더 많은 돈이 빠져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터키 경제가 침체에 빠져 정말로 붕괴를 맞이한다면 터키에 수출하는 기업과 익스포저를 보유한 은행들에 대해 우려가 제기될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유로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리라의 자유낙하 원인 중 90%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발이 묶인 중앙은행 등으로 인한 부정적 심리 때문이며, 금요일 터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기껏해야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호소하며 외환자산을 세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리라로 바꾸라는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초인플레이션과 통화 급락, 기업 부도, 은행위기, 경기침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악순환 고리를 끊을 강력한 조치가 현재로선 요원해 보여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터키 위기, ECB와 연준 발목 잡나
터키의 경제위기가 신흥시장 전이 위험은 물론 유럽중앙은행(ECB)과 심지어 미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 경로에 베팅해온 투자자들은 금요일 신흥시장의 혼란에 허를 찔렸다.
지난 6월 연준이 점도표에서 시사한대로 올해 2차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연방기금선물 내재확률은 54% 부근으로, 7월 1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화는 트럼프와 에르도안의 힘겨루기에 십자포화의 한가운데 놓이며 1년여래 저점을 경신했다. 달러 대비 올해 약 5% 하락한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ECB는 BBVA와 우니크레디트, BNP파리바 등 유럽계 은행의 터키 익스포저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미국과 터키간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탈리아 재정 리스크까지 겹친 상태에서 유로화는 계속 약세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다음 지지선으로 200WMA인 1.1367달러를 제시했다. Fidelity Investments의 글로벌 매크로 담당 Jurrien Timmer는 중국이나 터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그동안 개별적 이벤트로 설명되어 왔지만 이제 확실히 상황이 한단계 악화되었으며, 이제는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될지, 또 유럽은행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터키에 일부 익스포저가 있는 남부 유럽 은행들이 걱정이며, 결국 ECB가 QE와 마이너스 금리로부터 빠져 나오려는 계획은 물론 연준의 정상화 속도마저 늦춰질지가 주목된다. 이미 2016년 EM 시스템 전이 발생시 숨을 고른 바 있던 연준은 그전만큼 긴축주기를 늦출 수 있는 유연성이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기술적으로 볼 때 EM은 과매도 상태로 가고 있지만 결국 연준과 ECB간 정책 차별화가 사라져야 매수 타이밍이 돌아올텐데, 이는 향후 몇개월 안에 불가능해 보여 EM에 대해 좀더 인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러시아 루블 추락에 중앙은행 개입…월가, 러시아 자산 처분 권고
터키 위기로 인한 전이 위험이 제기된 가운데 러시아 루블화가 지난주 달러 대비 6% 넘게 하락하자 러시아 중앙은행이 외환시장 개입 의지를 밝히면서 대응에 나섰다. 일부 월가 대형 은행들은 미국의 고통스런 제재조치 리스트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투자자들에게 러시아 자산을 처분하라고 조언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최근 워싱턴에서 통과된 법안으로, 미국은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에 대한 처벌 차원에서 은행 거래와 신규 러시아 국채 발행에 제재를 가하려 하고 있다. 러시아 재무장관은 미국의 제재조치에 대응해 미국 증권에 대한 투자를 계속 줄여갈 생각이며, 중앙은행은 러시아 은행권에 유동성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모간스탠리는 루블화에 대해 약세 의견으로 전환했고, UBS 그룹은 러시아 통화 매수 추천을 종료했다. 두 곳 모두 목요일 보고서에서 루블화 보유로 인한 리스크가 보상을 뛰어 넘는다고 지적했다. JP모간 자산운용의 Diana Amoa는 러시아 국채에 제재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최대 50%라고 분석했다.Amoa는 “지정학적 요인이 우리 모두를 잠못들게 하고 있다”며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많은 제재조치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내정간섭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재 가능성으로 인한 테일 리스크가 워낙 커서 러시아 자산 보유 비중을 줄였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채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조치는 러시아 국채 금리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7월 1일 기준 러시아 루블화 채권 중 약 28%를 외국인이 들고 있다.
PBOC, 위안화 무역전쟁 무기화 안해…골드만 ‘위안화 약세 거의 끝’
중국인민은행(PBOC)은 환율을 무역 긴장을 비롯한 대외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강력한” 경기 부양책도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PBOC는 금요일 밤 베이징에서 공개한 분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홍수 관개(flood-irrigation)”식의 부양책을 시행할 계획이 없으며, 신중한 통화정책은 중립성을 유지하고 “긴축과 완화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3개월 전과 비교해 약간 완화적 기조를 시사한다.
PBOC는 중국의 부실채권 증가를 억누르면서 동시에 기업들이 투자와 성장 지속을 위해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 왔다. 최근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중국 경제 둔화세로 인해 더욱 어깨가 무거워졌다. PBOC는 다양한 통화정책 수단을 조합해 유연하게 대처하고 거시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급과 경쟁 확대를 통해 금융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PBOC는 무역 긴장 고조와 신흥 시장 변동성 및 글로벌 금융 취약성 등을 리스크로 지적하면서도, 위안화를 경쟁적으로 평가절하 하거나 무역 긴장과 같은 외부 환경 변화에대처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페트로차이나는 미-중 관세전쟁 여파를 피하기 위해 겨울까지 미국산 LNG 현물 구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도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FX 및 EM 전략 공동 책임자인 Zach Pandl은 미-중간 무역전쟁으로 인한 위안화 약세 행진이 이제 거의 끝나가는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등 “역사를 보면 보호주의는 달러 약세와 어울려 왔음을 분명히 알수 있다”며 “교역 상대국들은 관세 인상에 참여하기 보다는 자국 통화 평가절상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터키 위기로 인한 EM 전이 우려에 대해 자체 분석상 “펀더멘털 측면에서 볼 때 추가 스필오버(spillovers)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펀더멘털이 견조한 시장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근원 인플레이션 2008년래 최고
미국 7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동월비 2.4%로 2008년 9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 전문가 설문조사 예측치는 중앙값 기준 2.3%였다. 헤드라인 CPI는 전년비 +2.9%, 전월비 +0.2%로 모두 예상치에 부합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이번 물가 지표는 연준이 선호하는 근원 PCE 디플레이터가 조만간 연준의 목표치 2%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에 부합한다. 그러나 임금쪽 증가가 보다 강화되지 않는한 견조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아직 의문이다. 또한, 수입물가 인플레이션이 이미 둔화되기 시작하고 있는데다 달러 강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이같은 추세가 단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지표 덕분에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확률이 더 높아지겠지만,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기 시작하면 4분기 금리인상은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
한편, 미국의 7월 실질평균 시간당 임금은 전년대비 0.2% 하락했다. 실질임금의 정체 현상은 11월 중간선거를 향해 달려가는 공화당과 민주당에게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 서은경 기자 (송고: 2018/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