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우려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설욕전은 없었다. 이에 어제 아시아 증시와 통화는 위험선호로 화답했다. 전면전으로 치닫는 듯 보였던 미-중 무역 갈등에 한 줄기 희망이 비치면서 미 증시 역시 금요일 급락분을 거의 회복했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 코헨의 압수수색 관련 추가 소식이 전해졌지만 시장은 다시 글로벌 경제 동반성장과 기업 실적 발표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유가가 급등했고, 유로화는 노보트니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의 매파적 발언에 장중 0.5% 가까이 강세를 보였다.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미국이 한국 정부에 외환시장 개입 내역의 주기적 공개뿐 아니라 구체적인 달러 매도·매수액과 시점 공개까지 요구했다는 한국경제신문의 보도에 대해 10일 기획재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해명자료에서 밝혔다. 한국 3월 계절조정 실업률은 예상치와 전기치를 크게 웃돌은 4.0%로, 2010년 2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취업자수 증가는 두달 연속 10만명 대에 머물러, 일자리 창출에 정책을 집중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내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에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은 경제전망 수정치와 만장일치 여부, 이주열 총재의 환율 관련 발언 등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 일본, 중국, 미국 등이 인플레이션 지표를 줄지어 발표한다. 한국시간으로 내일 새벽 발표되는 미 FOMC 3월 회의 의사록 역시 주목된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오늘 최고인민회의 제13기 6차 회의를 개최한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오늘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시진핑 유화적 메시지에 트럼프 ‘매우 고맙다’…협상은 일단 결렬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일 무역전쟁의 공격 수위를 높이며 중국을 압박했지만, 일부 우려와 달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어제 보아오 포럼 연설에서 개혁·개방 청사진을 재차 강조하며 자동차 관세 인하와 금융 규제 완화 등을 약속했다.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장중 1% 가까이 상승했고, 원화 등 아시아 통화는 달러 대비 강세로 전환했다. 달러-역외위안 환율은 2주여래 최대폭 내려 6.3위안을 하회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진핑의 “관세와 자동차 장벽에 대한 친절한 발언”을 치켜세우며 “매우 고맙다. 우리는 함께 큰 진전을 이룰 것이다”라고 답했다.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매우 좋은 신호”라면서도 중국의 구체적인 조치와 행동을 촉구했다.
KGI Securities의 Ken Chen는 시 주석의 수입 및 시장접근 확대 발언은 미국과의 무역 마찰을 완화시키려는 “회유의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이 실제 행동으로 보여줄 때까지 미국측은 보호주의 기조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지난주 결렬됐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이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측에 최첨단 산업 지원 축소를 요청했기 때문으로 타협안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류허 중국 부총리는 지난 5일 미국이 “중국제조 2025″ 관련 산업에 대한 보조금 중단을 요청했지만 중국 당국이 이를 거부했다고 정부 관료들에게 밝혔다. 미국은 중국이 로봇과 항공우주, 인공지능과 같은 분야에서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액화천연가스(LNG)와 농산품, 반도체, 고가품 수입을 늘려 대미 무역적자를 500억 달러 축소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여기에는 금융부문 개방 가속과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 대한 미국 기업의 접근 확대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류허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원한다면 시진핑 주석이 이에 반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한 중국이 미국과의 대화에 열려있지만 현재의 조건하에서 이를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유가 3%대 급등…미 재고증가 주목
런던장에서 브렌트 기준 국제 유가는 증시 랠리, 무역관련 중국측의 유화적 기조,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유가 추진 등에 힘입어 한 때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8개월래 일중 최대폭 상승했던 유가는 석유업계 보고서에 미국의 깜짝 재고 증가가 나왔다고 전해진 이후 오름폭을 줄였다. 미국석유협회(API)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가 176만 배럴 깜짝 증가해 125만 배럴 감소를 전망한 블룸버그 설문과 대조를 보였다.
에너지 리서치기업 WTRG Economics의 James Williams 사장은 “가끔 원유가격과 S&P 500 지수가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를 보일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런 시기 중 하나인 듯 하다”며 수요일, 특히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재고 관련 확인이 나오면 조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의 추락 어디까지…위안화 절하?
달러는 유로화와 파운드, 호주달러 등 대부분의 주요 통화 대비 추가 약세를 나타냈다. 블룸버그 달러지수는 지난 금요일부터 연일 0.2% 넘게 내렸다. 작년 9% 가량 약세를 보인데 이어 올해 들어 약 3.3% 추가 하락 중이다. 한편, 러시아 루블화는 미국의 추가 제재 충격에 연이틀 달러 대비 4% 이상 급락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은 달러 약세를 의미한다고 도이치은행은 지적했다. 무역 불균형을 축소하면서 동시에 대규모 재정부양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양립할 수 없는” 목표가 1970년대 브레튼우즈 협정 파기 이후 국제 통화시스템에 가장 큰 도전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충되는 목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달러 약세라고 진단했다.
한편, 중국이 무역 갈등의 대항 차원에서 위안화 절하에 나설 것이란 보도에도 불구하고 환율 선도시장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현재 선도시장에서는 1년내 단지 1% 정도의 위안화 약세를 전망해 이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며 미-중 간 무역긴장이 고조되기 한달 전에는 이 전망치의 절반에 불과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위안화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JP모간은 6일자 보고서에서 미국이 이번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위험이 다시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미국채 입찰 첫타자…ECB 노보트니 ‘금리 올려도 문제 없다’
이번주 대규모 미국채 입찰이 예정된 가운데 첫 타자인 3년물 발행은 비교적 무난히 진행되었다. 미 재무부의 300억 달러 규모 3년물 입찰에서 낙찰금리가 2.450%로 2007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입찰 직전 유통금리(2.449%)를 소폭 상회했다. 국채전문딜러(PD)에게 돌아간 물량 비율은 40.9%로 이전보다 늘었고, 간접 매수자는 47.6%, 직접 매수자는 11.6%였다. 응찰률은 2.85배로 작년 11월 이후 가장 낮았고 이전 6번 평균 2.97배 보다 낮았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이 노보트니 ECB 정책위원의 금리 인상 관련 발언을 두고 정책위원회의 견해가 아닌 그의 개인적 전망이라고 해명한 이후 분트 선물 가격은 거래량 급증과 더불어 낙폭을 만회했다. 노보트니 ECB 정책위원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ECB가 기준금리를 올려도 문제 없을 것이라며 금리 정상화의 첫 걸음으로 예금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2월 초 확대되는 듯 했던 미국채 2년-10년 금리 스프레드가 다시 축소되며 2007년래 최소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JP모간 스트래티지스트들은 단기 자금시장 선도금리에서 이미 소폭 역전이 나타났고, 이제 전체 커브가 뒤집히기까지 “시간 문제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카플란 댈러스 연은총재는 채권 일드커브가 플래트닝되는 모습은 GDP 성장 전망이 부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드커브 역전의 역사가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움직임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일드커브 역전 이후 평균 5분기 정도 후에 경기 침체가 뒤따랐다.
‘대가’ 치르는 푸틴…루블 급락, 치솟는 금리에 국채 입찰까지 취소
미국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시리아정부 지원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추가제재 조치를 단행한 이후 그 충격에 러시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루블화 가치는 9-10일에 걸쳐 이틀간 8.5% 급락해 2014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주식시장 벤치마크인 MOEX 러시아 지수는 전일 8% 넘게 급락 후 절반 가량을 되돌렸다.
채권시장도 충격을 피하진 못했다. 금리가 급등하자 러시아 재무부와 러시아 최대 국영은행이 채권 발행 계획을 취소했다. 러시아 정부가 국채 입찰을 취소한 것은 2014년과 2015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서방세계와의 관계 악화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남미 순방 일정을 취소하면서까지 최근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과 관련해 대응을 준비하면서 러시아가 배후에 있을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긴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