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5일 0시 48분경 국회 본회의에 보고됨에 따라 탄핵안 표결이 6일 0시 49분부터 가능해졌으며, 야당은 탄핵안 표결을 최대한 앞당긴다는 계획이라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재적 300명 중 국민의힘을 제외하고 무소속인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종민 의원을 포함하면 야당 의원은 192명으로 국민의힘에서 8명이 더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되는데,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고 연합은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5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국민 불안과 국내외적 혼란에 대해 사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겨레가 여권 중진의원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국이 당분간 주식, 채권, 단기자금, 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약속한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정치적 혼란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뉴욕증시는 파월 연준의장이 미국 경제에 자신감을 보이자 빅테크를 위주로 상승해 S&P 500 지수가 올들어 56번째 신고점을 경신했다. 파월은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말해 다소 매파적으로 해석됐지만, Evercore의 Krishna Guha는 시장의 12월 인하 기대를 꺾진 못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현재 게리 겐슬러가 맡고 있는 미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에 워싱턴내 보수파 금융계 거물인 폴 앳킨스를 낙점했고, 법무부 반독점국 수장에 밴스 부통령 당선인의 고문인 게일 슬레이터를 지명하면서 빅테크에 경고를 보냈다. 인수위는 국방장관 지명자를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피트 헤그세스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한편 연방 하원의원 선거 최종 결과 공화당이 220석으로 민주당의 215석을 앞서며 다수당 지위를 수성했지만 그 격차가 크지 않아 취임 100일 안에 주요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트럼프의 야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다음은 시장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계엄 충격 완화됐지만 당분간 시장 파장은 이어질 수도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령은 겨우 6시간 남짓에 불과했지만 아시아 지역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이어질 수도 있다. 화요일 밤 전격적으로 선포된 계엄령은 미국의 관세 인상 위협에 놓인 아시아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이 드리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원화 변동성도 다시 높아질 수 있다. 당시 장중 한때 40원 이상 폭등하며 1440원대에 이르렀던 달러-원 환율(REGN)은 수요일 가파르게 안정되면서 1410원대로 떨어졌고, 옵션시장에서 1개월물 내재 변동성도 다소 내려온 모습이다. 수요일 2% 이상 빠졌던 코스피 지수는 낙폭을 다소 만회했으며, 하루전 최대 7% 추락했던 미국장의 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RBC 캐피털 마켓의 Luis Estrada는 “연말까지 유동성이 적은데다 내년 초 트럼프의 대중 관세로 인한 전이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한국에 대한 신뢰가 즉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Sat Duhra는 “정치적 도박이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며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에 추가 투자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미 한국을 기피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은데, 이번 소식은 그런 생각을 더욱 강화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ING의 강민주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상황은 유동적이며 등급 전망이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뉴욕 소재 UBS 자산운용의 Shamaila Khan은 신용등급이 높은 한국물의 달러 채권 스프레드가 약간 확대되었을 뿐이라며, “일부 되돌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imCorp의 Olivier d’Assier는 계엄령은 단지 권력을 지키기 위한 윤 대통령의 절박한 시도일 뿐 한국이나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그렇지 않았다면 코스피가 하루만에 10% 폭락했을 거라고 진단했다.
프랑스 바르니에 총리 내각 붕괴…불신임안 국회 통과
극우파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이 좌파 진영과 손잡고 프랑스 미셸 바르니에 총리의 내각을 무너뜨렸다. 예산안을 둘러싼 정치적 교착 상태가 장기간의 혼란으로 이어져 자칫 투자자들의 불안을 증폭시킬 위험이 있다. 프랑스 국회에서 이제 겨우 3개월 된 미셸 바르니에 총리의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이 통과되면서 바르니에는 1958년 제5공화국이 수립된 이래 최단기간에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지난 여름 조기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결국 정부 붕괴까지 이끌어낸 르펜은 현지시간 수요일 국회의원들에게 “수명이 짧은 이번 정부의 종말”이라고 선언하면서, 정말로 “재앙적인 정책”은 정부가 내놓은 예산안을 막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진 않겠다며, “모두에게 수용가능한” 예산안을 마련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치 혼란에 투자자들이 최근 프랑스 국채를 던지면서 10년물 금리가 스페인이나 그리스 수준을 넘어섰다. 바르니에는 자신이 축출될 경우 금융 시장에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유로-달러 환율은 해당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락을 시도했다. 불신임안 가결에도 현 내각이 당분간 관리인 역할을 계속할 예정으로 미국식의 ‘정부 셧다운’은 피할 전망이다. UBS Group의 유럽 금리 전략 책임자인 Reinout De Bock은 프랑스 정부 붕괴는 “역사적 순간”이지만, 채권 스프레드가 이미 이를 상당부분 반영한 상태로 현 수준에서 더 크게 벌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예산안과 차기 총리로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누가 총리가 되더라도 비슷한 상황이라 교착상태가 지속될 경우 정부 지출에 차질이 생겨 프랑스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월 연준의장 ‘금리 인하 신중 여유’…무살렘 인하 속도조절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통화 정책에 대해 연준위원들이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낮추면서 신중할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립금리란 경제를 자극하거나 억제하지 않는 수준을 말한다. 그의 발언에 미국채 2년물 금리는 낙폭을 다소 줄였다. 그는 현지시간 수요일 뉴욕의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아직 2% 목표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계속 개선되고 있다며, “놀라울 정도로 양호한” 미국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나는 경제와 통화정책의 현 상태에 대해 매우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12월 17-18일에 정책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파월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재무장관으로 지명한 스콧 베센트를 비롯해 차기 행정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확신했다. 연준 베이지북은 최근 몇달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미국의 경제 활동이 11월 들어 다소 늘었다며, 특히 미국 기업들이 수요 전망에 대해 보다 낙관적인 태도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를 여전히 상회하고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춰야 할 시점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금리를 계속 낮추는 것이 적절하겠지만, 너무 적게 완화할 때보다 너무 빨리 금리를 인하할 경우 리스크가 더 크다며 인내심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현지시간 수요일 사전 배포된 뉴욕 블룸버그 심포지움 연설에서 강조했다. “정책 선택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현재의 경제 환경과 새로 들어오는 정보, 전개되는 전망 등을 신중하게 평가하기 위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거나 일시 중지하는 것을 고려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 듯 하다”고 진단했다. ADP는 미국의 민간 고용이 11월에 14만6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15만 명을 밑도는 결과로, 이전치는 18만4000명으로 하향조정됐다. ISM 서비스 지수는 11월 52.1로 8월래 최저치를 기록해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이 모멘텀을 잃고 있음을 시사했다.
라가르드 ‘ECB 인플레이션 싸움 막바지’…렌 위원 ‘12월 인하’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승리를 거두진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거의 끝나가고 있지만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임무가 완수된 것도 아니다”고 현지시간 수요일 브뤼셀에서 말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조금 남아 있지만 목표에 근접해 있으며 지난 몇 년보다 더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로존 경제가 단기적으로 여전히 취약하다며,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하방 리스크를 지적했다. 12월 12일 정책회의에서 ECB가 기준금리를 또다시 25bp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책위원들과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통화정책을 얼마나 빨리, 또 어디까지 완화해야 할지를 놓고 논의가 한창이다.
비둘기파 정책위원들은 빠르게 금리를 내리고, 물가의 언더슈팅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 경제 성장을 자극할 수 있을 정도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매파들은 아직 리스크가 남아 있다며 인하를 너무 서두르거나 과도하게 단행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 겸 ECB 정책위원은 인플레이션 둔화와 성장 부진 등을 지적하며 12월 인하 근거가 늘었다고 Helsingin Sanomat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다만 12월 정책 결정시 25bp와 50bp 인하 중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또한 향후 몇 달 동안 통화정책 완화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리스 부이치치 크로아티아 중앙은행 총재는 Politico 인터뷰에서 “길이 미끄러우면 보폭을 좁게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바로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 총재는 ECB가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중립 수준까지 내릴 수는 있지만 그 밑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BOE 총재, 내년까지 4차례 금리 인하 시사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가 인플레이션이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하락했다고 발언하면서 BOE 정책위원들이 여전히 내년까지 25bp씩 4차례 금리 인하를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 행사를 위해 월요일 녹화된 인터뷰에서 베일리는 BOE의 11월 전망에서 본 시장 경로가 네 차례의 금리 인하를 조건으로 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이 발언 이후 트레이더들은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베팅을 늘렸다. 베일리는 “우리는 항상 시장 금리에 대한 전망과 관련하여 발표 내용을 조건부로 제시하기 때문에 여러분이 제대로 말했듯이 그것은 사실상 시장의 견해였다”고 말했다.
4차례의 금리 인하가 BOE의 중앙 계획 시나리오와 일치하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머니마켓은 2025년 말까지 금리 인하 기대를 베일리 발언 직전 82bp에서 한때 87bp로 높였다. 이는 투자자들이 3~4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파운드는 달러 대비 0.3% 넘게 밀렸다가 반등했다. 베일리는 또한 올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했다면서도, 정부 예산안과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무역 전쟁 위협으로 전망이 훨씬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