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발전, 이미 다양한 예측모델 장점 조합해 전망 근거 제시 단계
· 국내 금융시장도 AI관련 다양한 시도 나올 것
최환웅 기자
(블룸버그) — “금융인들 입장에서, 이제 단순한 걸로는 안될 겁니다”
최재식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투자은행 부문에서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골드만삭스처럼, 국내 금융권도 결국은 알고리듬과 인공지능이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는 “월스트리트와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말했다. 악명높은 한글의 언어장벽과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국내 투자문화 등을 감안해도 한국 금융시장이 동떨어진 방향으로 갈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AI 기반 시계열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그는 AI가 단순한 예측모델을 넘어 이미 수 많은 예측모델의 장점을 모으는 수준에 있다고 말한다. 사람의 영역인 글을 읽고 이해해 투자의사 결정에 반영하고 또 그 결과를 사람의 언어로 원인을 설명해주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정형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일에는 AI가 약한 면이 있지만, 데이터가 풍부하고 단순한 것들은 상대적으로 AI로 대체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다양한 시계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앞으로를 예측하고, 또 그 예측모델이 결과 뿐만아니라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함께 제공하는 프로그램 개발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AI 발전 수준
최 교수는 구글 트랜드상의 자주 언급되는 단어를 활용한 투자와 같은 단순한 정보추출 형태는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들어서는 문장으로 된 정보의 중요 부분을 파악해 반영하는 것으로 테이블로 표현되는 숫자 정보만 가지고 전망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트위터나 분기보고서 등 문자로 표현된 정보를 융합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분기보고서에 특정 분야의 부진이 일시적인지 펀더멘털적인 것인지 설명하는 내용이 나오면 해당 부분을 찾아 전망에 반영하는 등 문장의 의미적인 정보를 이해한다는 설명이다.
예측 결과와 함께 사람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제공하는 것도 UNIST에서 최 교수가 주도하고 있는 중요한 연구과제 중의 하나다. 대규모 자금집행이나 국방상의 의사결정 등 중차대한 결정을 내릴 때 AI를 통한 미래 예측이 도움이 되려면, 그 근거를 설명할 수 있어야 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책임 문제 등을 생각할 때 AI가 아무런 설명 없이 제공한 예측을 바탕으로 고객의 자금을 집행하거나 군인들의 생명이 걸린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본격 영향은 언제?
로보어드바이저처럼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성향 판단 및 조언 정도를 넘어서, 국내 금융권이 AI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게될 시기를 묻는 질문에 최 교수는 “월스트리트를 보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골드만삭스는 2015년 Lloyd Blankfein 최고경영자가 자사 정체성과 관련해 “테크놀로지 기업”이라고 지칭했고, 현재 3만6000명 가량의 직원 중 4분의 1 이상이 엔지니어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같이 이미 알고리듬에 잠식당하고 있는 월스트리트에 AI의 위협은 더 커질 전망이다. 컨설턴트 회사인 Opimas는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작년말 설문조사 결과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그리고 백오피스 인원 등 전세계 30만개의 자산운용 관련 일자리 가운데 9만개가 2025년이면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가 이미 지난해 6월 AI 관련 공동사업 등을 염두에 두고 5000억 원 규모의 상호 주식매입을 진행했고, 대신증권은 지난해부터 AI를 활용한 금융전문로봇을 활용한 대고객 상담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최 교수는 “국내 금융시장도 이 같은 과정을 거치는 첫걸음으로 AI와 관련된 다양한 시도가 나올 것”이라며 “그 결과 AI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알아가는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일
금융권에서 AI가 대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최 교수는 “비정형 데이터를 위해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일”이 될 것으로 봤다. 다시말해 AI와 ‘워렌 버펫’과의 싸움에서 아직까지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모아 상황에 따라 다른 요인을 적용해야 하는, 즉 패턴을 작성하기 어려운 것은 AI 보다는 결국 사람이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또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채권 강세장의 종료처럼 금융여건이 크게 달라지고 가격변수 사이의 상관관계가 변하거나, 또는 전쟁 발발과 같은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에도 해당 변화에 특화된 입력과정이 없는 한 AI의 대응능력은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반면 데이타가 풍부하면서 “많은 곳에 신경쓰지 않고 상대적으로 적은 특징들을 보면 되면서도, 단순한 예측 도구로는 대응이 되지 않고 손으로 모델을 작성하기는 어려운 분야”를 AI가 빛을 발할 곳으로 꼽았다. 또 양국 금리차 및 거시경제 변수들과 환율의 상관관계처럼 “전통적인 모델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경향은 잘 맞지만 세부적인 예측에 오류가 있는 분야”에는 AI가 효율적으로 보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미국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