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가 올해부터 해외채권 투자분에 대한 환헤지 전략을 일부분 오픈하기로 변경하고, 이미 이에 대한 절차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두번째로 자산규모가 큰 연기금이 FX스왑 물량 줄이기에 나서면서 스왑 시장내 달러 수요가 감소하고 동시에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 매수도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채권의 환오픈 비중을 작년말 0%에서 2025년까지 대략 30%까지 높인다는 계획 아래 올해는 우선 5~10% 정도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우정사업본부 홍보담당부서가 블룸버그 질의에 확인해줬다. 해당 본부는 보험자금운용 자산 가운데 13조 원에 달하는 해외채권을 운영중이며, 해외주식은 이미 상당부분이 환에 오픈돼 있는 상황이라고 복수의 우정사업본부 소식통이 익명을 전제로 밝혔다.
이들 소식통에 따르면 기존 자산을 고려하면 올해 스팟 시장에 유입될 매수 규모는 대략 1조 원 안팎으로 볼 수 있다.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은 실제로 최근 현물환 시장에서 우본의 모습이 목격되고 있으며 일정 수준의 달러를 매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써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이 100% 환오픈 전략을 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130조 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우체국금융도 이같은 방향성에 동참한 것이다. 우정사업본부의 해외 채권 규모는 가장 최근 공개 자료인 2019년 현황기준 12.6조원이며 해외주식 규모는 약 1.4조원 수준이다.
우정사업본부에는 예금사업단과 보험사업단 등이 있다. 예금사업단의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은 1년 내외로 짧고,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환헤지가 대부분 진행된다. 반면 보험사업단은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이 중장기며, 국민연금처럼 환오픈이 가능한 구조로 볼 수 있다.
개략적인 환헤지 오픈 매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FX스왑이나 외환스왑을 활용한 환헤지 후의 해외투자는 ‘달러를 빌려서 투자하는 것’이고 환오픈 해외투자는 원화를 주고 ‘달러를 사서 투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FX스왑레이트는 국내 투자자가 환헤지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이자수익을 나타낸다. 기존의 환헤지 투자를 환오픈으로 전환하는 것은 빌려온 달러를 상환하면서 맡겨둔 원화를 받은 다음, 그 돈으로 달러를 사서 투자하는 셈이다.
따라서 FX스왑레이트가 마이너스로 가면서 달러 조달시 비용을 내야하며, 그리고 달러-원 현물환율이 장기평균보다 낮아 달러를 상대적으로 싼 값에 살 수 있는 시기에는 환오픈 투자로 전환해야 할 유인이 강해지게 된다.
환오픈 포지션을 도입하는 과정은 스왑비용이 크게 증가한 뒤 내려진 전략적인 결정이었다고 이들 소식통은 말했다. 달러-원 스왑 과정에서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는 기간에는 100% 환헤지를 추구하며 거래이익을 추구하고, 디스카운트 기간에는 일정 부분 환오픈하며 헤지비용을 줄인다는 방안이다. 또 스왑 여건 뿐만아니라 환율 전망치 및 장기평균대비 현재 레벨을 함께 고려한 정량화된 시스템을 활용한다.
우정사업본부의 관계자는 “최근 수년동안 스왑 비용이 크게 증가한 이후 환헤지 전략을 꾸준히 준비하고 실행해 왔다”며 “FX스왑 레이트가 -1% 수준에 이를 때 2025년까지 최대 30% 정도 오픈을 할 계획이다”고 이번주 블룸버그와의 소셜미디어 대화를 통해 밝혔다. 이는 헤지거래의 만기관리 등 환헤지 비용을 고려한 적정 헤지 전략을 통해 전체 투자자산의 위험 대비 기대 수익률울 제고할 수 있다는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내외금리차 역전이 심했던 2018년~2019년 당시 해외 자산에 투자한 국내기관들은 환헤지 과정에서만 연 1%가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보험연구원은 2019년 보고서에서 2018년 말 기준 보험사들이 해외투자 141조 원에 대한 환헤지 비용으로만 연간 2조 원 내외를 지불해야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환헤지 비용은 평균에 비해 높은 변동성을 가질 뿐만아니라 손실가능성이 이득 가능성보다 높고 극단적인 손실가능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우본 등 연기금의 이러한 환헤지 정책 변화는 당국의 외환정책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구조적으로 달러 수요 우위인 스왑 시장에서 우본은 큰 손으로 군림하고 있는데, 우본의 수요가 감소하면 달러 수급 불안정을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외환시장의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시기를 가정하면, 우본의 대규모 환헤지 수요로 인해 시장의 전반적인 달러 조달 비용이 크게 올라갈 수 있는 우려가 줄어들며 기존에 사놓은 달러 자산을 매도해 환율 안정에도 기여할 여지가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일 전화통화에서 기관투자자들의 환오픈 전략에 대해 “외채 증가 문제가 없고 순대외자산이 늘어나게 된다”며 “전체 거시적 차원의 외환건전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기사 문의: 김대도 기자 dkim640@bloomberg.net, 최환웅 기자 wchoi70@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