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탑 후폭풍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현지시간 29일 최근 불거진 증시 광풍 현상에 있어서 위반행위 가능성을 파악하고 개미투자자들의 거래를 제한했던 증권사들의 조치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성명서에서 밝혔다. SEC는 트레이더들에게 불법 주가 조작 가담에 대해 경고하는 동시에 다른 규제당국들과 협력해 잠재적 위법행위를 확인하고 추적하고 있다면서, 특히 “규제 대상 기관들이 최근 취한 조치가 투자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특정 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능력을 부당하게 막았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의 초점은 개인투자자 보호에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SNS를 통해 게임스탑,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 등 공매도가 몰린 종목의 주가를 띄우며 헤지펀드들을 숏스퀴즈로 몰고가자 로빈후드 등 증권사들이 일부 폭등 종목의 매수를 차단했다. 개미군단과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 등 정치권이 헤지펀드에 유리한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자 로빈후드는 한발 후퇴했지만 규제당국의 조사와 의회 청문회 등이 예고되면서 여파가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스티브 코헨 뉴욕 메츠 구단주는 메츠와 관련없는 잘못된 정보가 장악하고 가족이 협박당하는 등 공격을 받았다며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닫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헨은 Point72 자산운용을 설립한 억만장자 투자가로 Point72는 최근 레딧 개미군단에게 밀려 손해를 본 헤지펀드 중 하나다. 멜빈캐피탈은 게임스탑 등 투자 실패로 1월 53% 손실을 기록했다고 다우존스가 보도했다.
공매도 악몽 제한적
게임스탑발 공매도 악몽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위험은 낮다고 바클레이즈가 진단했다. 바클레이즈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공매도 규모는 증시 랠리 덕분에 전체 시가총액 대비 적어도 2008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올해 들어 공매도가 가장 많이 몰려 데이트레이더들의 집중 공격을 받아온 종목들의 경우 숏 포지션 규모가 전체 43조 달러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001%에도 미치지 못한다. 레딧에서 촉발된 주가 폭등 사태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지만 강세장을 완전히 사로잡을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Front Barnett Associates의 최고투자책임자인 Marshall Front는 “거의 전례없는 투기적 활동이 관측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영향력이 별로 없는 소수 종목만의 이야기”라며, “경제 펀더멘털이 강한데다 연준의 매우 공격적이며 완화적 정책이 여전히 유효해 주식시장 상승을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들은 공매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거의 사상 최대 규모로 시장에서 돈을 빼갔다. 골드만삭스 바스켓에 따르면 공매도 과열 종목은 지난주 14% 올라 지난 4월 이래 공매도 세력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 바이든의 경제 고문인 제러드 번스타인은 시장에서 투기와 변동성은 늘 있어왔던 일이라며, 규제당국의 임무는 금융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부양책
바이든 미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하며 1.9조 달러의 코로나19 구제 패키지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지만 초당적 지지에 대한 기대감은 후퇴하는 분위기다. 바이든이 지난 월요일 “협상할 용의가 있다”며 운을 띄웠지만 공화당 반응은 차가왔다. 그러자 민주당 의회 지도부는 민주당 단독으로 부양책 처리를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이번주 단순 다수결로 예산을 처리할 수 있는 소위 ‘예산 조정(reconciliation)’ 절차에 돌입할 방침이다. 공화당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초당적 접근방식을 거부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현지시간 금요일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왜 부양책을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며 일갈했다. 바이든은 금요일 “가능하다면 공화당의 지지를 받는 코로나19 구제책의 의회 승인을 원한다”면서도, “코로나19 구제책은 어쨌든 통과되어야만 한다. 만약에, 그리고, 하지만 등등 그 어떤 조건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제책이 실패해 학교 수업이 제대로 재개되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의 경제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요일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는 경기 회복의 취약성과 재정 지원의 효과를 잘 보여줬다. 12월 개인소비지출 증가율은 전월비 -0.2%로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개인소득은 12월 통과된 9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책 덕분에 0.6% 증가했다. 한편 10명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현지시간 일요일 약 6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미국채 분기 리펀딩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현지시간 2월 3일 발표할 미국채 분기 리펀딩 규모를 거의 늘리지 않을 것으로 대부분의 월가 딜러들이 점치고 있다. 지난 세 분기에 걸쳐 펜데믹 구제에 필요한 자금 충당을 위해 장기물 입찰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린 덕분에 잠시 쉬어갈 여유가 생겼다는 판단이다. 정부의 현금 잔고는 약 1.6조 달러에 달한다. 이에 따라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2021년 예상하고 있는 미국채 금리 상승 압력이 어느 정도 완화될 전망이다. NatWest Markets는 재무부가 현재 자금이 충분한 상태라며, 거의 작년 내내 공격적인 쿠폰채 발행 홍수에서 숨을 돌릴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의 1.9조 달러부양책 패키지 중 실제로 언제 얼마만큼 실현될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제프리스, UBS Group, 크레디트스위스 등은 월가의 컨센서스대로 재무부가 명목 재정증권과 채권 입찰 규모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클레이즈와 모간스탠리 등 소수만이 증액을 예상했다. TD Securities는 재무부가 이번엔 상황 점검을 위해 현상 유지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금이 넘쳐 어쨌든 현금 잔고를 줄여야 하는데다 추가 부양책이 나올 수 있어 유연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채권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경제 회복과 연준의 초완화 정책에 힘입어 장기물 금리가 올해 상승하겠지만 그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설문 결과 애널리스트 전망치 중앙값 기준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현재 1.07%에서 올 4분기 1.3%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팬데믹이 시장을 뒤흔들기 전인 작년초 보다 낮은 수준이다.
달러 3개월 리보 사상최저
미달러 단기 차입 시장에 현금이 넘쳐나면서 지난 금요일 3개월 달러 리보금리가 0.20188%로 11월 20일 기록했던 최저치 0.20488%를 하향 돌파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Jonathan Cohn은 “풍부한 유동성과 더불어 1.6조 달러가 넘는 미 재무부 현금 잔고가 향후 몇달 동안 줄어들 수 있다는 리스크가 겹치면서 단기물쪽 금리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재무부 현금잔고는 작년 펜데믹 구제를 위해 단기 재정증권 발행이 크게 늘면서 증가했다. 이를 줄이려면 올해 발행 물량을 조절해야 하며, 이같은 공급 축소 전망이 단기물 금리를 억누르고 있다. 의회가 부채 한도를 높여주지 않는 한 재무부 현금잔고는 향후 몇달에 걸쳐 상당히 줄여야 한다. Futures First의 Rishi Mishra는 단기 재정증권 발행 축소로 인한 공백은 금리가 낮은 기업어음(CP)이 채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3개월 벤치마크 금리가 6월이면 0.10%~0.11%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로달러 선물 움직임도 이 견해를 지지한다. 지난 목요일 2021년 3월 만기 유로달러 선물이 99.83에서 5만9660 계약 가량 거래됐다. 이는 3개월 달러 리보금리가 2개월 안에 0.17%로 하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지나칠 경우 연준이 초과지급준비금리(IOER) 인상을 단행해 단기금리 하락 압력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