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초박빙에 소송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10석이 걸려 있는 위스콘신 주에서 2만517표 차이로 역전에 성공하며 당선에 가까이 다가섰다. 위스콘신은 2016년 당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3만표 미만의 격차로 따돌린 곳으로, 트럼프측 선거진영은 1%p 미만의 차이에 재검표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이 주요 승부처인 미시간 주에서도 근소한 차이로 트럼프를 앞서면서, 바이든측 선거캠프는 현지시간 수요일 오후에 승리 선언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이 장악할 것으로 예상됐던 상원은 개표가 진행되면서 공화당 쪽으로 기우는 양상이며,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앞서 많은 경합주가 초접전으로 섣불리 승패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트럼프는 근거 없이 자신이 승리했다고 외치며 선거일이 지난 후 모든 투표를 중단시키기 위해 연방대법원 개입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편투표가 조작될 수 있다는 주장을 꾸준히 펼쳐왔으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는지 확실치 않아 바로 법정으로 가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트럼프측 진영은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주를 상대로 개표 중단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트럼프의 변호사 줄리아니는 전국 단위 소송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악의 시나리오
미국 선거가 글로벌 투자자들이 피하고 싶었던 시나리오로 향하는 분위기다. 초박빙으로 낙선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공화당이 상원을 수성하는 2가지 시나리오가 유력해 보인다. Mizuho International은 대통령이 누가 되든 간에 의회 상하원 권력이 양당으로 나뉘는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가 시장엔 주요 변곡점이라며, 이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여 증시가 다소 밀리고 미국채 일드커브가 불 플래트닝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분점정부가 탄생할 경우 시장이 기대해왔던 대규모 재정 부양 패키지가 양당의 합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진통을 겪을 수 있다. Pantheon Macroeconomics는 공화당이 상원을 계속 장악한다면 내년초 부양책 규모가 5000억 달러를 크게 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당이 얘기했던 2조 달러는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Nordea Investment Funds 역시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상원의 조합은 재정 지원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더 큰 걱정은 수 주 동안 선거 결과가 확정되지 못하는 시나리오로, 현재 상황으로선 그같은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최근 선거가 끝난 직후 변동성이 후퇴할 것이란 전망에 베팅해왔다.
로테이션 중단?
바클레이즈는 미국 선거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변동성이 높게 유지될 수 있으며, 최근 등장했던 로테이션 현상이 당분간 멈출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취약하고 채권 금리는 ‘블루웨이브’ 베팅 되감기에 리프라이싱으로 하락할 듯 하다며, 2000년과 마찬가지로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고 선거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과거 대부분의 경우처럼 선거가 끝나고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되면 주식시장은 상승 추세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선거 결과가 수요일 오전 박빙으로 가면서 증시 변동성에 대비해 역대 최고의 프리미엄을 지불했던 트레이더들이 승자처럼 보였으나 단 몇시간 만에 변동성(VIX) 매도에 몰려갔던 이들이 더 스마트해 보이는 분위기다. 도이치은행은 대선 결과가 법정 공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해도 우려했던 것만큼 위험선호 심리를 뒤흔들진 않았다고 진단했다.
미국채 사자
Aberdeen Standard Investments의 펀드매니저 James Athey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수월하게 승리하고 민주당이 상원마저 휩쓸 수 있다는 시장 전반의 기대와 반대로 베팅했다. 이제 개표가 진행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인 가운데 Athey는 안전자산에 집중하고 있다. 정치 불확실성이 곧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미국채 비중 확대 유지와 엔화 매수 포지션 확대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시장에 주요 리스크는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공화당이 상원을 지키면서 정치적 교착상태가 악화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승리보다 바이든의 승리가 위험자산에는 더 나쁜 소식”이라며, “당분간 누가 대통령이 될지 확실치 않을 수도 있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불안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겨우 10%를 약간 넘어선다고 본 시장의 최근 판단을 따르지 않았다. 다른 투자자들이 바이든 승리와 추가 재정 부양책 전망을 토대로 미국채 매도에 대비하는 동안 그는 반대로 미국채 7년~10년물 구간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다음주 사상 최대인 1220억 달러 규모의 리펀딩에 나선다고 밝혔다. 3년물 540억 달러, 10년물 410억 달러, 30년물 270억 달러로 구성되며, 8월에 발표했던 분기 리펀딩과 비교해 10년물과 30년물의 증액 속도를 늦췄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후 미국채 5년-30년물 금리 스프레드가 1bp 가량 축소돼 118bp를 하회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14bp 넘게 빠져 0.76%선마저 하회하기도 했다.
ECB와 BOE 추가 부양
유로존 경제가 10월 서비스 분야 침체로 멈춰선 모습이다. 각국 정부가 팬데믹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 조치를 재도입하면서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 마킷 이코노미스트 Chris Williamson은 “봉쇄조치가 강화되면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일부 국가는 이미 위축되고 있어 유로존 경제가 또다른 침체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독일의 경우 견조한 제조업 덕분에 아직까진 유럽내 다른 국가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으나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탈리아는 밀라노 등 고위험 지역에서 이동 제한을 준비 중에 있으며, 독일인들은 대규모 통화부양책과 재정지원 소식을 접하며 미래에 대해 더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데스방크 연구 결과 나타났다. Schnabel 유럽중앙은행(ECB)집행이사는 코로나19 재유행에 ECB의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존슨 영국 총리는 의회가 코로나19 봉쇄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극심한 규모의 사망자”가 나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영란은행(BOE)은 통화정책 회의 결과를 현지시간 목요일 오전 7시에 발표한다. 블룸버그 설문에서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BOE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이 8450억 파운드로 1000억 파운드 증액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