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정계 코로나 비상
트럼프의 코로나19 확진에 백악관은 물론 워싱턴 정계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트럼프와 TV대선토론에서 고성을 주고받았던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음성으로 나왔고, 펜스 부통령과 므누신 재무장관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 지명 행사가 ‘슈퍼 전파 행사’로 지목되고 있다. 당시 약 150명의 정계 인사들이 거의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채 다닥다닥 붙어 앉아 악수와 포옹을 나누었다. 행사 참석자 중 트럼프 부부와 2명의 공화당 상원의원,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등 최소 8명이 확진자로 밝혀졌다. 트럼프의 주치의는 트럼프가 매우 괜찮다며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금요일 백악관에서 산소 보충 공급을 받았음을 뒤늦게 시인해 아직 우려는 남아있다. 다우존스는 트럼프가 이미 현지시간 목요일 저녁 신속 검사에서 양성반응 결과를 받았지만 이를 밝히지 않았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코로나 비상 사태에 양측 대선 캠페인 진영 역시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NBC가 지난주 대선토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53%대 39%로 앞서며 격차를 더 벌렸다.
美부양책
트럼프는 자신의 코로나19 감염에 쏠린 유권자들의 관심을 다른 현안으로 돌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그는 현지시간 토요일 트위터에서 “우리 위대한 미국은 부양책을 원하고 필요로 한다. 함께 힘을 합쳐 이를 마무리짓자”고 촉구했다. 추가 재정부양책을 놓고 민주당과 백악관은 지난주 내내 신경전을 벌였다. 양측은 총액은 물론 지원 대상에 대해서도 좀처럼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2.2조 달러를, 므누신 재무장관은 약 1.6조 달러를 제안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금요일 백악관의 협상을 이어가겠다면서 트럼프의 코로나19 확진이 팬데믹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며 협상의 기조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맥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최근 며칠간 협상이 속도를 냈다고 했지만 최종 결과에 대해선 예측을 내놓지 않았다.
시장 불확실성
트럼프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에 투자자들은 변동성 증가와 위험자산 매도세 확대를 경고했다. 오안다는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는데 이 소식은 이에 불을 질렀다”며, “대통령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칫하면 미국 정부내 고위급 인사들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Global CIO Office는 트럼프가 2주간 격리될 경우 선거 무효를 선언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시장에 혼란이 초래되어 미국 증시가 10% 조정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은 정치적 안정과 강한 테크기업들을 보유한 아시아 증시에 더욱 매력을 느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Tellimer는 또다른 매도세가 나타나 며칠간 지속될 수 있다며,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금을 비롯한 안전 자산으로 달려갈 것이다. 테크주는 밸류에이션이 과도해 가장 취약하다”고 말했다. United First Partners는 “투자자들이 S&P 헤지에 나설 것”이라며, 앞으로 7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만일 집중치료실에 들어간다면 큰 문제지만, 증상이 없다면 변동성은 억제될 것으로 내다봤다. Mizuho는 트럼프의 확진으로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점쳐지며 엔과 달러에서 리스크오프 랠리가 펼쳐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CFRA Research는 과거 대통령 건강위기시 증시하락폭이 대부분 3% 이하로 단기 이벤트에 불과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번엔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이라 시장변동성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BTIG는 부양책 합의 여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갈등
중국 SMIC는 자사의 미국 공급업체들도 수출 규제 대상에 해당된다는 서한을 받았다고 밝혔다. SMIC는 미국의 수출 규제로 자사의 생산과 경영에 “중대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보도자료에서 우려했다. 지난 월요일 중국 외교부는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리와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하겠다고 브리핑에서 밝힌 바 있다. 한편 Nordea Investment Funds는 트럼프의 확진으로 미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미 증시의 추가 약세와 언론 보도가 예상되며, 바이든의 대선 승리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위안화는 12년래 최고의 분기 성적을 기록하면서 변동성으로부터의 피난처로 관심을 끌고 있다.
美고용 실망
미국 9월 비농업부문 고용 증가가 66만1000명에 그치며 예상치 86만명을 하회했다. 팬데믹 봉쇄 충격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4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8월 수정치 149만명에 비해 절반에도 못미쳤다. 실업률은 7.9%로 시장 예상치 8.2%보다 개선되었지만, 경제활동 참가율이 61.4%로 0.3%p 후퇴하고 특히 여성을 중심으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주 하루 사이에 월트디즈니 등 블루칩 기업들이 수만명의 정리해고를 발표하는 등 향후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웰스파고는 경제활동 참가율 하락에 주목하며, 전반적인 고용 회복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세가 전월비 0.1%로 둔화되면서 소비 지출에 “또다른 지뢰”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팬데믹 발발 이후 고용이 빠르게 반등하는 듯 했지만 11월 3일 대선을 한달 앞둔 상황에서 나온 이번 월간 성적은 실망스러운 분위기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실업률이 연준의 연말 전망치 7.6%에 빠르게 다가서고는 있지만 많은 미국인들이 놀라운 속도로 노동시장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