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5가지 이슈: 美증시 멜트다운, 연준 QE4

(블룸버그) — 트럼프 미 대통령의 여행 금지 결정과 미온적인 재정 조치에 위험자산 투매가 다시 촉발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를 확대하고 유동성 보강을 약속했지만 금리를 동결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는데 실패했다. 연준 역시 5조 달러 이상의 긴급 유동성 조치를 발표했으나 뉴욕증시의 멜트다운을 막지 못했다. 투자자와 기업 모두 현금 확보에 나서는 분위기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며 월가가 위치한 뉴욕시도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미 의회는 긴급 구제 법안을 놓고 행정부와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S&P 500 지수는 개장초부터 이번주 들어 두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후 9.5% 하락 마감으로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날을 경험했다. Stoxx 유럽 600 지수는 11% 넘게 빠지며 사상 최대폭 하락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24bp나 밀려 0.63%까지 내려갔다. 국제유가(WTI)는 장중 9% 가까이 빠져 배럴당 30달러선을 위협했고, 금값 역시 4% 넘게 후퇴했다. 유로는 간밤 ECB 금리 동결 소식에 잠시 반등을 시도했지만 경기우려가 재차 부각되며 달러 대비 최대 1.9% 급락했다. 파운드는 한때 2.6% 약세로 2016년래 최대폭 하락했다. 캐나다 증시는 12% 미끄러져 1940년래 최악의 하루를 보냈고, 브라질 증시는 한때 20% 가까이 폭락해 하루동안 2번이나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달러 품귀?

코로나19 충격에 글로벌 시장이 뒤집히면서 달러 수요가 되돌아왔다. 달러지수(BBDXY)는 한때 2% 가까이 급등해 3년래 고점을 기록했고, 달러-엔 내재변동성은 2009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감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크레딧 시장이 주저앉은데다 ECB의 대응마저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 투자자들이 달러와 미국채로 몰렸다. 연준의 긴급 유동성 조치에 달러 상승세가 주춤하기도 했지만, 제프리스의 글로벌 통화 트레이딩 책임자인 Brad Bechtel은 달러가 “시장 규모와 미국 자산의 상대적 안정성 때문에 늘 피난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달러 약세에 베팅했던 트레이더들은 항복을 선언했다. Nordea Investment Funds는 투자자들이 G-10 통화 대비 달러 숏 포지션을 줄이고 있는 듯 보인다며, 변동성이 자산군 전체에 폭발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거의 모든 거래를 떠나려 한다고 진단했다. Scotiabank는 “수요는 많고 공급은 타이트해져” 달러 펀딩 시장에서 품귀 조짐이 나타남에 따라 미국 경제 상황에 상관없이 달러 강세가 지속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 QE4

연준이 미국채 시장의 “일시적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공격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금융위기당시 취했던 양적완화(QE) 정책을 상기시켰다. 연준은 기존 월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채 매입 프로그램에서 시장 만기 구조에 맞춰 다양한 만기의 쿠폰채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번주에 이미 두번이나 레포 확대를 발표했던 뉴욕 연은은 5000억 달러의 3개월 레포 운영을 현지시간 목요일 실시하고 금요일엔 각각 5000억 달러 규모로 3개월과 1개월물 레포 입찰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이같은 레포운영을 주간단위로 실시하기로 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뉴욕 연은은 성명서에서 “코로나19 발발과 관련해 미국채 파이낸싱 시장의 매우 비정상적인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며, 파월 연준의장이 FOMC와 상의한 후 지시했다고 밝혔다. Pantheon Macroeconomics는 “전면적인 위기대응 오퍼레이션으로, 연준은 절대로 유동성을 마르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이제 QE4의 시대”라고 진단했다.

ECB 액션

ECB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채권 매입을 확대하고 시중은행에 대한 장기대출을 늘리는 등 유동성 투입을 약속했다. 다만 -0.5%인 단기수신금리는 동결했다. ECB 정책위는 민간 부문 중심으로 추가 1200억 유로 규모의 자산을 매입하고,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을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신용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은행의 자본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일부 완충자본의 활용을 허용했다. ECB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8%로 낮췄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코로나19가 글로벌 성장 전망에 이미 “중대한 충격”을 주고 있다며 각 정부에 “야심찬 재정정책 공조”를 통한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또한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모든 유연성”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Berenberg는 ECB 조치나 그 어떤 통화, 재정, 규제 정책에도 유로존 경기침체를 막기 어려워 보인다며, 다만 2차 충격을 줄일 수는 있다고 진단했다. 메르켈 총리가 “필요한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공언한 후 독일 정부는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오랫동안 고수해온 균형 예산 원칙을 버리고 재정 적자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현금 확보 비상…크레딧시장 경색

코로나19와 유가 급락으로 글로벌 크레딧 시장이 멜트다운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기업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테스트에 직면해 있다. 일부 기업들은 크레딧라인서 최대한 돈을 빼내며 자금이 마르기 전에 서둘러 현금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먼저 737 맥스 운항 중단 사태로 인해 경영난에 빠진 보잉이 138억 달러의 대출액 전액을 빠르면 금요일 인출하기로 했고, 여행레저업계에선 힐튼과 윈 리조트가 자금 마련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블랙스톤과 칼라일그룹 역시 일부 자회사에 자금 부족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를 고려하도록 조언했다. 아직 은행권을 압박할 정도는 아니지만, 단 몇주전만 하더라도 견조해 보였던 미국 경제에서 얼마나 빨리 심리가 악화될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글로벌 크레딧 시장의 몇몇 공포 지표는 이미 위기 수준이다. 미국 시장은 최소 2012년래 가장 고조된 리스크 분위기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유럽내 가장 위험한 기업들의 디폴트 리스크 헤지 비용은 2012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유로존 투자등급 채권의 스프레드 역시 이번주 40bp 가까이 급등했다. Whalen Global Advisors의 Chris Whalen은 “다른 업종의 기업들마저 크레딧라인 확보에 나선다면 훨씬 무서운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은행 임원은 일반 기업 CEO들로부터 그처럼 많은 전화를 받아 본 적이 없다며, 업종 역시 각양각생이라고 말했다.

세계경제 불황 가시화

코로나19 확산에 사람들이 이동을 제한하고 상품과 서비스 흐름마저 막히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경기불황이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몇주전만해도 세계 경제의 V자 회복을 기대했지만 이제는 2008년 금융위기래 최악의 경기불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관심은 얼마나 악화되고 지속될지에 쏠리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코로나19 사태로 본격적인 글로벌 불황이 나타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당장 공중보건과 통화 및 재정 당국이 신속하고 대대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BofA는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2%로 낮추며 장기추세치인 3.5%를 크게 하회해 “사실상 경기침체”라고 진단했다. JP모간은 글로벌 불황 리스크가 크게 높아졌다며, 바이러스가 약해지거나 보다 강력하고 창의적인 경제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용과 대출 역시 위축되어서는 안된다며, 과거처럼 유가 급락이 성장에 반드시 도움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DBS Bank는 바이러스 충격이 금융위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훨씬 심각할 수 있다며, 소비자와 기업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고 서비스 분야는 아예 멈춰선 상태라고 지적했다.

기사 관련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