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공포로 춘제 연휴를 연장했던 중국 금융시장이 월요일 거래가 재개된다. 지난주 역외시장에서 달러당 7위안선이 흔들린데다 글로벌 증시와 금리가 요동쳐 중국의 따라잡기와 당국 대응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45조 달러 규모의 중국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은 충분한 유동성을 약속했고 규제당국은 자산관리 규정 시행을 일부 유예하고 보험사의 주식 투자 한도를 높이기로 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경제 3분의 2가 춘제 연휴 기간을 1주일 이상 추가 연장하기로 하면서 2003년 사스 발생 당시보다 더 심각한 충격이 예상된다. 씨티그룹은 중국 GDP 성장률을 1분기 4.8%, 올해 연간 5.5%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고 대중 수출이 둔화되면서 미국 1분기 GDP 성장률이 0.4%p 가량 충격이 예상되지만 2분기에 거의 회복하면서 연간 전체로는 0.05%p 정도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금요일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한때 2% 넘게 급락해 올해 상승분을 반납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50%대로 밀려 9월래 저점을 경신했고, 30년물은 2%를 하회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리스크오프로 연준 기대에 상당한 리프라이싱이 촉발됐다며, 바이러스 영향은 일시적이겠지만 추가 디레버리징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1월말을 기점으로 47년만에 EU와 결별했다. 한국 1월 수출은 전년비 6.1% 감소했지만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은 14개월만에 플러스 전환해 반등 기대를 키웠다.
한편, 중국 후베이성에서 어제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사망자가 56명 추가 발생했고 신규 확진자가 2103명 늘었다고 후베이성 건강위원회가 오늘 일일 현황발표에서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 내 원유 수요가 일 300만 배럴, 총 소비량의 20% 가량 감소했다고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들이 전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위안화 향방은?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금요일 달러-역외위안화 환율은 7위안선 상회를 시도했다. 트레이더들은 중국 본토 금융시장이 거래를 다시 시작하는 3일에 발표될 일일고시환율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시장은 달러 약세 전망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안전자산 선호에 달러가 인기를 얻고 있다. 1개월 달러-역외위안화 리스크 리버설이 5개월래 가장 강세 수준으로 가면서 옵션 트레이더들은 달러의 추가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노출된 다른 주요 통화에 대한 수요 역시 둔화되고 있다. 몬트리올은행은 중국 익스포저가 적은 멕시코 페소 대비 유로 매도를 추천했다. 스코샤은행은 엔화 대비 호주달러 매도를 권고했다. TCW Group은 위안화에 대한 기대 변화는 글로벌 자본흐름과 시장에 점점 더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중국이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최대 교역국이기 때문에, 위안화 움직임은 주가와 채권은 물론 다른 나라 경제와 기업의 전망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웰스파고는 “하방리스크가 상당히 부풀려져 있다”며, “이는 실제로 매우 매력적인 매수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美30년물 금리 1.80%?
지난 금요일 미국채 30년물 금리가 10월래 처음으로 2%를 하회했다. 중국서 발생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제에 미칠 충격에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미국채 금리 하락세는 수요일 나온 연준의 발언에 추가 동력을 얻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장기물 금리는 오히려 떨어졌다. 그리고 경기 침체 경고등으로 알려진 미국채 3개월-10년 일드커브 구간 역시 역전됐다. 30년만기 금리는 금요일 한때 6bp 가량 빠진 1.9910%로 9월래 저점을 경신했다. Seaport Global은 “시장은 연준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30년물 금리가 1.95%를 하향 돌파할 경우 1.80%까지 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 경제는 교통, 무역, 여행 등 바이러스 발발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국 역시 상당한 성장 둔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무역 보호주의가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유럽 국채 금리 하락에 미국채 30년물 금리는 2019년 8월 1.904%로 사상최저를 경신한 뒤 반등을 시도하며 11월 2.44%까지 올랐다. 그러나, 1월 들어 미국과 이란간 긴장이 고조되고 일부 인플레이션 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해당 금리는 하락했다.
연준부의장 ‘와일드카드’
클라리다 연준부의장은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미국 경제가 여전히 ‘ “양호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지시간 금요일 신종 코로나를 가리켜 “와일드 카드”라면서, “우리는 이 사태가 중국 성장과 글로벌 성장 전망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또 미국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일시적인 충격을 소화할 수 있다며 1-2분기 성장이 둔화된다 하더라도 전체 그림을 바꿀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주시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파월 연준의장이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연준이 보다 비둘기파적 스탠스로 돌아서고 있음을 시사하면서 미국채 금리는 지난주 하락했다. 클라리다는 현 정책이 적절하고 전망에 “중대한” 변화가 없는 한 기준금리를 움직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일시적 경기 부진만으로 금리를 움직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유로존 4분기 0.1% 성장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깜짝 마이너스 성장에 유로존 경제가 거의 7년래 최악의 분기 성적을 나타냈다. 양국의 경기부진은 해당국 정부에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미 논란의 여지가 있는 연금개혁으로 거센 항의에 직면해 있으며, 이탈리아의 취약한 연정은 내홍을 겪고 있다. 19개국으로 이루어진 유로존의 작년 4분기 GDP 성장률은 0.1%로 이전치 0.3%에서 하락됐다. 블룸버그 설문 예상치는 0.2%였다. 1월 기저 인플레이션은 3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후퇴했다.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0.1%, 이탈리아는 -0.3%를 기록했다. 독일은 앞서 작년말 약간 성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식 수치는 2월에 나온다. 경기 부진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도 있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들은 심리가 개선되고 있음을 시사했으며, 유럽중앙은행(ECB)는 하방 리스크가 줄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미-중 무역긴장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최악의 브렉시트 시나리오를 피하면서 성장 모멘텀이 2020년에 들어서며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고, 올해 분기 성장률이 0.3%에 이를 것으로 진단했다.
OPEC+, 비상대책회의
OPEC+가 유가 급락에 대응방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처음으로 사우디가 추진하는 비상대책회의에 청신호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석유 수요를 위협하면서 유가가 수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밀리자 사우디는 3월로 예정된 OPEC+ 회의를 앞당기기 위해 애썼다. 러시아는 그같은 요청을 거부하고, 금요일에도 상황을 평가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를 소집하고 필요시 행동에 나설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Interfax 보도에 따르면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원칙적으로 우리는 그같은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해야 하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말헀다. WTI는 1월 약 16% 급락해 금요일 뉴욕장에서 배럴당 51달러 부근에서 거래됐다. 이는 OPEC 회원국 대부분이 정부 지출을 충당하는데 필요한 적정 유가 수준에 크게 못미친다. 중국은 석유시장의 수요 증가를 이끄는 주요 소비국으로, 도시를 봉쇄하고 춘제 연휴를 연장하면서 수요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 기사 문의: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