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부터 퍼진 글로벌 리스크온 분위기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올해 2분기 즈음에는 달러-원 환율이 1130원대 아래로 밀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18년차 베테랑 FX트레이더가 조언했다.
김근철 SC제일은행 상무는 작년 4월에 외국인의 주식배당금 역송금으로 달러 수요가 증가하던 시기와 맞물려 1분기 마이너스 GDP 발표에 환율이 급등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거꾸로 올해는 1분기 GDP가 잘 나온다면 지난해 4월 환율 아래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란 보복 및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이슈 등이 원화 반등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지나고 보면 희석되는 재료라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불안감 때문에 그런 뉴스에 출렁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리스크온 흐름으로 보건대, 당분간 달러-원 하락에 무게를 둔 레인지 거래가 유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단단한 지지선인 1150원이 깨지면 1130원대로 곧장 밀릴 수 있다고 대다수 시장참가자들이 본다고 해서 이를 강력한 하락 전망의 근거로 볼 수는 없다며, 오히려 레인지 흐름을 설명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한 예상은 시장의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고, 역설적으로는 1130원대에서는 누구나 달러를 매수하려는 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그는 말했다. 이어 “1140원부터는 롱으로 스윙을 견디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리스크 보상은 다운사이드가 10원이고, 업사이드는 이벤트에 따라서 훨씬 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150원이 깨져서 1130원대로 간다는 것은 2% 등락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달러-원 타겟을 더 아래로 보는 뷰가 강해지지 않는 한 레인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1분기에는 달러-원이 1180원대 이상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1분기 주요 레인지를 1150원대 정도로 전망했다.
김 상무는 트레이더 입장에서 한 해 농사를 좌지우지하는 1분기가 중요할 수밖에 없지만, 다소 느긋하게 트레이딩을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1~3월은 움직이지 않는 시장이라서 조금씩 천천히 간다는 마인드로 가다보면 뒤에가서 분명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대선을 전후해 환율 향뱡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및 유럽 경기 회복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 통화도 반등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강력한 낙관론이 형성돼 있고 IT 사이클이 회복된다는 전망도 늘었다. 그러나 그는 “선행지표 등 기대감에 기인한 것으로 아직은 실질적인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김 상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 되는 게 주식시장에는 좋을 수 있다면서, 대선 레이스에서 민주당 후보가 정해지는 2~3월 즈음에는 리스크오프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이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당 시기를 활용할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상반기에는 북한, 하반기에는 미국이 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그는 요약했다.
그는 원화의 위안화 추종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개연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늘어나고 단타성격의 거래도 많아지면서 원화와 위안화의 상관성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다만 김 상무는 과거 상당한 상관성을 보였던 원화와 엔화가 리스크 온·오프 거래가 만연하면서 상관성이 깨진 것처럼, 원화의 위안화 추종 흐름도 위안-원 직거래가 활발해지는 등의 시점에서 “언젠가는 끝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위안-원 직거래에서 실수요에 의한 수급 등에 상관계수가 깨지거나, 방향성 베팅이 늘어나는 경우와 같이 두 통화의 방향이 반대로 가는 사례가 빈번해진다면 시장참가자들이 “위안화를 심하게 따라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김근철 상무(만 45세)는 2003년 산업은행 시절부터 FX 트레이딩 경력을 쌓았고 2013년 바클레이즈로 이직했다. 2014년에는 포렉스클럽에서 스왑부문 ‘올해의 딜러’ 상을 받았으며 2016년 SC제일은행으로 옮겨 FX 트레이딩을 맡고 있다.
— 담당 기자: 김대도, 김후연 (연락처: dkim640@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