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과 글로벌 성장, 브렉시트, 미정부 셧다운 등 곳곳에서 지뢰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며 투심이 꽁꽁 얼어붙었다. 3월 1일 시한을 앞두고 대타협을 위한 미-중 정상회담은 물 건너간 모습이다. 장관급 회의가 다음주 베이징에서 이어질 예정이지만, 커들로 백악관 경제고문은 무역 협상에서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시인했고, 트럼프는 시진핑을 곧 만날 예정이 없다고 밝혔다.
EU의 우울한 경제전망에 유럽 증시를 따라 약세로 출발한 S&P 500 지수는 무역 악재마저 터지자 낙폭을 1.6%까지 확대하며 이틀째 하락했다. 올해 S&P 500 기업 EPS에 대한 애널리스트 전망치가 지난 한달 사이에 낮아지고 있어 실적 우려마저 불거질 수 있다. 달러(BBDXY)는 6거래일 연속 랠리를 펼쳤고, 미국채 금리는 전구간에 걸쳐 4bp 가량 하락했다. 유가(WTI)는 한때 4% 넘게 급락해 배럴당 52달러를 하회했다.
워싱턴 정계는 대치국면이 계속되며 2차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예산안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렉시트 역시 영국과 EU 지도자들은 협상을 벌였지만 주요 쟁점인 백스톱 조항을 두고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카플란 댈러스 연은총재는 연준이 긴축을 “일시 중지하고 몇 달 동안 인내심을 갖는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비둘기파적 스탠스를 재확인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EU 성장 전망 하향…BOE 금리 인상 카드 고수에 파운드 반등
EU 집행위원회는 독일에서 이탈리아에 이르기까지 역내 주요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브렉시트와 중국 성장 둔화로 전망이 더 어두워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존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11월에 예상했던 1.9%에서 1.3%로 낮춰졌으며, 이탈리아는 1.2%에서 0.2%로 크게 내렸다.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버리지 않으면서 파운드가 5거래일 약세를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 BOE가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경고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2%로 내린 후 파운드는 하락했지만, 카니가 시장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라고 조언하자 파운드는 곧 강세로 돌아섰다. 카니는 “브렉시트의 안개”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영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기업의 의사 결정이 지연되고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브렉시트 교착상태 지속…EU, 메이 요구 거부
영국과 유럽연합(EU)간의 브렉시트 협상은 결렬 위기에 한발 다가섰다. 메이 영국총리가 브뤼셀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양측은 다음달 합의 없이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협상을 계속 하기로 합의했다. 메이가 여러 차례 백스톱에 시한을 정하자고 요청했지만, EU는 이를 거절했다. 브렉시트까지 50일이 남은 가운데 메이는 아일랜드 국경 백스톱 조항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하드보더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만들어졌지만 사실상 영국을 EU의 규정에 묶어 두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이혼’합의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었다. 양측은 이달 말까지 상황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U는 현재로선 3월 21일-22일 예정된 정상회담 전에 현재 긴급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핌코 ‘EM 랠리 지속’ vs BofA ‘EM 랠리 종료에 대비’
핌코는 신흥시장(EM) 자산을 사야할 이유가 여전히 많다며, EM 랠리가 시들 수 있다는 일부 글로벌 대형은행들의 경고에 이의를 제기했다. 연준 긴축 중단과 미-중 무역 긴장 완화, 중국 경기부양책 등이 합쳐져 개도국을 지지한다며,트럼프 행정부의 3월 1일 관세 인상 시한 전에 두 강대국간 마찰이 가라 앉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중국의 절제된 부양책 덕분에 중국 경제가 올 하반기에 가속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BofA는 EM 강세 전망이 컨센서스로 확대되고 있어 이제 경기하강으로부터 보호할 수단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USD-MXN 콜 매수, SAR 금리 페이, 바스켓통화 대비 SGD 매도, 멕시코와 러시아 CDS 매수 등을 추천하면서, ‘약세장 테일’에 걱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이 이달 말까지 미-중 무역합의가 타결될 것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어 협상 결렬시 충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 리보금리 10년래 최대폭 하락…연준과 시장 따라잡기
3개월물 달러 리보금리가 2.697%로 4.063bp나 빠지며 2009년 5월 이후 최대폭 일간 후퇴를 기록했다. 최근 몇 주간 연준의 비둘기파적 기조 선회로 단기물 미국채가 리프라이싱된 이후 이를 따라잡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3개월물 달러 리보금리는 12월 20일에 10년래 고점인 2.82375%에 도달한 이후 연준이 정책 정상화에 있어 인내심을 시사함에 따라 거의 13bp 하락했다. 리보금리 하락에 기여한 또다른 요인은 프라임 머니마켓 펀드로의 자금 유입 급증이다. 12월 20일 이후 자산이 약 360억 달러가 늘었다. 이들 펀드는 주로 CP, CD, 정기예금 등 리보금리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수요 증가에 따라 해당 벤치마크 금리가 하락했다.
골드만등 구리 랠리 전망 이어져
재고가 줄고 증시가 반등하고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골드만삭스 그룹, 씨티 그룹, BofA 모두 구리 가격 상승을 점치고 있다. 뉴욕, 런던, 상하이의 거래소에서 모니터하는 창고의 비축 물량은 지난 1년간 46%나 급감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 전쟁이 글로벌 성장을 옥죄일 것이란 우려가 일면서 재고 감소가 가려져왔다. 한편 중국의 추가 부양책 신호는 금속 수요가 개선될 것이란 낙관론을 부추기고 있다. 구리 가격은 작년 18% 하락한 후 올해 들어 약 5% 상승했다.
BofA는 연말까지 구리 가격이 7000 달러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 역시 향후 12개월 목표치를 7000달러로 제시했고, 씨티는 3-6 개월 기준 최고 6700달러를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