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간 무역전쟁 암운에 희망의 빛이 감돌고 있다. 미국이 추가 관세를 발동하는 대신 중국에 대화를 제안하면서 역외위안화가 최대 0.7% 가량 반등했다. NAFTA 역시 캐나다 합류 기대가 높아져 캐나다달러가 랠리를 이어간 반면, 달러는 미국 PPI의 깜짝 하락에 미국채 장기물 금리와 더불어 하락했다. 미증시는 반도체 업황 우려에 기술주가 밀리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애플은 신제품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다시 밀렸다. 국제유가는 미국 원유재고가 3년반래 최저치로 줄고 허리케인이 미동부를 위협하면서 브렌트유가 5월래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선을 시도했다. HSBC는 브렌트유가 100달러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의회가 난민 문제와 관련해 헝가리 제재안을 통과하면서 헝가리 포린트는 유로 대비 하락했다. 한국시간으로 오늘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이 정책회의를 열고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주목되는 곳은 터키로, 시장이 기존 17.75%에서 21%로 금리 인상을 전망하면서 리라화는 12일 1% 넘게 올랐다. 국내에선 오늘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군드라흐에 이어 달리오까지 달러 약세론 불붙여
금융계 두 거물이 연달아 달러 약세를 전망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더블라인 캐피털의 군드라흐가 먼저 “달러의 다음 빅 무브는 하락”이라며 연말 약세를 전망하면서 달러 약세론에 기름을 부었다. 그 뒤를 이어 헤지펀드계 거부인 레이 달리오는 미국 경제가 아마도 2년 후쯤 침체기에 접어들어 달러가 상당폭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경기 부양 효과가 약 18개월 후 퇴색하기 시작하는 반면 정부 재정부담은 늘어나 결국 연준이 금리 인상은 커녕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돈을 찍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럴 경우 달러는 가파르게 평가절하될 수 있으며, 최대 30% 하락할 수 있다고 보았다. “내 걱정은 2년 후”라며 “그때는 부채 위기가 아닌 달러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할 경우 약세장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JP모간은 미중 양국간 관세가 25%씩 부과될 경우 S&P500 기업들의 EPS가 최대 10달러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CB 유로존 성장전망 하향할 듯…정책 경로는 유지
ECB가 세계 무역 긴장에 대외 수요가 타격을 입으면서 유로존 경제성장 전망을 올해를 시작으로 약간 낮출 수 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성장 전망치 하향조정은 ECB의 양적완화 종료 계획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지만 당연히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통화정책의 핵심 고려사항인 인플레이션 경로는 대체로 변함이 없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경제 전망 집계 담당 위원회는 성장 전망에 하방위험이 더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이전에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던 정책위원회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목요일 통화정책 결정 회의에서 기존 표현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ABN Amro는 “ECB가 지금까지 리스크가 하방쪽으로 기울었다고 인정한 적이 없기 때문에, 만약 그들의 전망을 바꾼다면 당연한 변화라 하더라도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Richard K Breslow는 성장 전망 하향조정이 이번 정책 결정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겠지만, 매파적 서프라이즈 가능성에 단단히 대비하라고 경고한 사람들의 흥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PPI 18개월래 처음 하락…연준 금리 이미 중립 vs 3% 넘어설수도
미국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비 0.1% 하락해 18개월만에 첫 후퇴를 기록하자,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인플레 압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탄이라며 달러 강세와 경제활동 속도조절을 감안할 때 이같은 현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교역가중 달러 가치 상승폭이 관세 부과가 생산자물가에 미치는 일시적 영향을 초과하면서 PPI가 향후 몇달간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 베이지북은 미국 경제가 타이트한 노동 시장 여건 속에 완만한(moderate) 속도로 팽창하고 있지만, 여러 지역에서 무역 긴장에 따른 우려와 불확실성에 일부 기업이 설비투자를 축소하거나 연기했다고 전했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는 미국 금리가 이미 경제 성장 속도를 제한할 정도로 높은 수준일 수도 있다며, 독일이나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의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 미국 혼자만의 정상화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반면, 브레이너드 연준이사는 정부 부양책이 수요에 순풍을 제공함에 따라 향후 1-2년에 걸쳐 연준이 점진적으로 긴축을 단행해 기준금리가 아마도 3%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인도 루피, 정부 대책 기대에 급등
모디 인도 총리가 이번 주말 경제 상황을 점검한 후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한 대책을 발표할 수도 있으며,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한 관료가 밝혔다. 이에 달러-루피 환율이 12일 장중 1.1%나 내려 2017년 3월래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루피는 최근 신흥시장 매도세에 인도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까지 겹치며 연일 사상최저치를 경신해왔다. S&P BSE 센섹스 지수는 장중 0.9%까지 올랐고,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4bp 가량 하락했다. Edelweiss Securities는 “시장이 일시적으로 숨을 돌리며 기대에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대책이 신뢰할 만하다면 랠리는 지속될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고통이 빠르게 되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렉시트 타협안…이탈리아 재무장관 경질설
브렉시트 타협이 한발더 가까워졌다. EU집행위원회가 영국이 정치적으로 보다 수용가능하도록 브렉시트 관련 아일랜드 국경처리 조항을 다듬기 시작할 것이라고 2명의 소식통이 전했다. EU는 가버넌스와 지리적 표시 등 모든 남은 이슈에 대해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에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브렉시트는 9월 20일 잘츠부르크 EU 정상회의에서 논의된후 진행상황에 따라 11월 브렉시트에 관한 EU 특별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탈리아는 예산안과 관련 정치권의 불협화음이 다시 불거졌다. 디마이오 부총리는 기본소득 선거공약 추진의사를 다시 강조하며, 이를 포기하는 것은 정부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오성운동이 주도하는 기본소득 정책은 정부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는 수많은 선거공약 중 하나로 그동안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한편, 오성운동은 기본소득 정책을 위해 내년 예산에서 최소 100억 유로를 배정받지 못한다면 트리아 재무장관의 경질을 추진할 생각이라는 Ansa의 보도를 부인했다.
서은경 기자 (송고 2018/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