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관세가 최고’라며 EU와의 무역 협상과 추가 대중 관세 공청회를 앞두고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강경 발언을 재차 내놓으면서 무역 긴장은 여전한 모습이다. 미 증시는 기업 실적 호재가 이어지며 기술주와 헬스케어 업종을 중심으로 대체로 상승했다. 중국의 경기 부양 노력 소식도 힘을 보탰다. 장 마감후 애널리스트 전망치를 하회하는 분기 매출을 발표한 AT&T가 마감 후 거래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한편, 터키 중앙은행이 에르도안 대통령에 굴복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투자자들은 중앙은행 독립성이 흔들리면서 결국 자본이 이탈하고 리라 가치가 떨어져 인플레가 더 악화되는 등 악순환이 재현될 위험이 있다며 주식은 물론 채권까지 대거 팔아치웠다. 한편, 영국에선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전략을 직접 진두지휘하겠다고 선언하며 그동안 진퇴양난에 빠졌던 EU와의 협상에 돌파구가 열리고 ‘소프트 브렉시트’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며 파운드가 강세로 돌아섰다. 어제 중국 외환관리국은 불법적인 외환거래를 엄중단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칠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2.50%로 동결했다.
한국의 경우 7월 소비자 심리지수(CCSI)가 전월대비 4.5포인트 하락한 101.0으로 2016년 11월 이후 최대 하락을 보였다고 한국은행이 밝혔다. 미·중 무역갈등 심화 및 보호무역주의 확산, 고용 등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유가 상승, 주가 하락 등이 소비 심리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오늘 오전엔 호주의 2분기 CPI가 발표된다. 블룸버그 설문에서는 호주의 2분기 CPI가 전년동기대비 2.2%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1분기의 1.9% 상승에 비해 빨라진 것. 장 마감후엔 유로권 6월 통화공급과 미국 6월 신규주택매매가 공개된다. 미국에선 추가 대중관세 부과와 관련해 공청회가 시작된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터키 중앙은행 독립성 위기에 시장 충격…악순환 재현 우려
터키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기대했던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후 중앙은행 독립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면서 터리 리라는 한때 4.2%나 급락했고 터키 대표 증시인 BIST100지수도 3.8% 가까이 빠졌다. 10년만기 터키 국채 금리는 18%로 사상최대폭 급등했다. 블룸버그 설문에서 전문가들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100bp 인상을 예상했지만, 터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7.75%에 동결했다. 에르도안은 당선되기 전부터 통화정책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해 리라화 가치를 신저점으로 끌어내리기도 했다.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이코노미스트인 Inan Demir는 “이번 결정은 중앙은행 독립성과 더불어 향후 터키의 경제정책 경로에 대한 시장의 가장 큰 두려움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진단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Jason Tuvey는 이번 동결 결정을 에르도안 대통령의 중앙은행 길들이기를 보여주는 첫번째 증거라며, “완화적 정책을 추구할 경우 터키 경제의 취약성이 악화되어 터키 중앙은행이 오히려 긴급 조치에 나서야할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터키 중앙은행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서 자본이탈과 통화절하,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이라는 악순환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英총리 ‘브렉시트 협상 진두지휘하겠다’…파운드에 호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을 직접 이끌고 총리실이 협상 전략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소프트 브렉시트’ 기대가 높아지며 파운드가 한때 0.4% 가량 올라 1주래 고점으로 반등했다.
메이 총리는 현지시간 화요일 의회에 보낸 성명문에서 “내가 직접 유럽연합(EU)과의 협상을 이끌고 브렉시트 장관은 나를 대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총리실이 모든 협상 준비와 실행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메이 총리와 불협화음을 냈던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이 이달 결국 사임하면서 총리실 소속인 올리버 로빈스 브렉시트 수석 고문의 막후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듯 보인다. 메이 총리의 내각 정비는 브렉시트 협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점에 이루어졌다. 영국이 EU 탈퇴 조건을 마무리하고 향후 무역 협정의 골자를 정해야 할 시한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양측간 협상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다. EU측은 영국의 구체적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메이 총리의 강력한 의지가 ‘소프트 브렉시트’의 가능성을 높여주어 단기적으로 파운드에 지지력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즈호은행의 Neil Jones는 “보다 원만한(softer) 브렉시트가 될 수 있어 단기적으로 파운드에 긍정적”이라며 “시장은 이를 브렉시트 강경파들이 물러난 것으로 해석할 것이다. 이제 저울의 추는 소프트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레디아그리콜의 Valentin Marinov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이 성공적으로 실현될 확률이 높아질지 좀더 지켜봐야 한다. 결국 EU와 협상을 해야하는데, 적어도 지금은 EU가 영국측 제안을 찬성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CB 출구전략 이상無…드라기, 유로 구할까?
마킷 유로존 종합 PMI가 7월 54.3으로 이전치 54.9와 예상치 54.8을 하회하며 무역전쟁이 심리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유로존 제조업 PMI는 55.1로 예상을 상회하며 6월에 비해 개선되었고 독일 7월 제조업 PMI는 예상을 상회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번 지표가 작년과 같은 견조한 흐름세는 아니지만, 적어도 유로존이 연초 둔화에서 회복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은 예정대로 12월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내년 9월이면 긴축 싸이클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지표는 3분기의 처음을 여는 것으로 종합 PMI의 경우 2분기 평균치인 54.7보다 낮으며 소비자심리 등 다른 설문조사가 시사하는 내용과 유사하다. GDP 성장률이 2분기 0.6%에서 3분기 0.5%로 소폭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부합한다. 1분기 성장률은 0.4%였다.
유로는 PMI 지표 발표후 반등했으나 오름세를 지키지 못했다. 이번주 ECB 정책회의에서 드라기 ECB 총재가 약 1년전 수준으로 내려선 유로화에 구명줄을 던져줄지 주목된다. 유로 강세를 전망하는 사람들은 테이퍼링과 궁극적인 금리 인상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는 반면, 약세론자들은 ECB가 금리를 올리는 데 있어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State Street Bank & Trust의 Timothy Graf는 “현 수준에서 유로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판단하기 어렵다. 정책도 도움이 안된다”며 “경제 성장은 좋은 편이지만 ECB는 매우 신중하며 적어도 향후 6개월 정도 시계에 있어서 금리의 경우 흥분거리를 주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의 올해말 유로-달러 환율 전망은 두달전 1.26달러 수준에서 1.18달러로 낮아졌다.
트럼프 ‘관세가 최고!’…EU 융커 ‘거의 빈손’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현지시간 화요일 오전 트위터에 “관세가 최고!“라며 공정한 딜을 하지 않을 경우 교역 상대국에 추가 제재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의 발언은 수요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의 무역 회담 및 추가 대중 관세 관련 공청회를 앞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좀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협상전략으로 보인다. 그는 “미국을 불공정하게 다룬 국가는 공정한 딜을 협상하던가 관세 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며 “너무나 간단하다. 그리고 모두가 대화를 하고 있다. 우리는 돈을 빼앗기는 ‘돼지저금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모든 게 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융커 위원장은 백악관에 별다른 양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며, 단지 무역 분쟁 해결을 위한 접근방식에 있어서 트럼프의 의사를 타진하는데 그칠 수 있다고 익명의 EU 관료는 전했다. 융커는 미국과 유럽, 일본, 캐나다 등 주요 자동차 수출국들간에 관세를 낮추는 방안을 제안하거나 산업용품을 포괄하는 미-EU간 자유무역협정을 제시할 수도 있다.
한편 기업쪽에서 무역전쟁 여파 소식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할리 데이비슨은 관세 영향으로 올해 영업마진이 약 9.5%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애널리스트 예상치보다는 양호한 수치다. 필립스는 무역전쟁 심화는 고객들에게 비용을 전가해야할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 ‘주식보다 채권이 더 걱정’…미국채 2년물 입찰에 플래트닝
1990년대 증시 강세장을 정확히 예측해 유명세를 떨쳤던 골드만삭스의 선임 투자 스트래티지스트인 Abby Joseph Cohen은 S&P500지수의 밸류에이션이 “훌륭한 것은 아니지만 괜찮은 편”이나, 미국채의 경우 미국 경제가 내년까지 확장세를 지속해 추가로 약세를 보일 여지가 있다고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진단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의 경우 내년말까지 3.6%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보다 채권이 더 걱정”이라며 “이미 장단기 금리가 모두 상당히 올랐다. 앞으로 채권 투자자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무역전쟁 리스크가 해당 전망을 바꿀 수 있다며, 트럼프의 보복 관세 위협에 미증시에 대한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1-3년 사이에 미국 주식 수요의 상당 부분이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는 국가들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들 국가의 투자자들이 미국에 특별히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50억 달러 규모의 2년물 미국채가 2.657%에 발행됐다. 2008년 7월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요가 몰리며 응찰률은 2.92배로 1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각각 수요일과 목요일 360억 달러 상당의 5년물과 300억 달러 규모의 7년물 발행이 예정된 가운데 미국채 5년-30년 금리 스프레드는 5거래일만에 축소되며 플래트닝되는 모습을 보였다.
서은경 기자 (송고: 2018/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