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철회 입장을 밝힌 후 일주일도 안돼 전격적으로 유턴하며 유연한 협상의 기술을 보여준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역전쟁에 있어서 만큼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진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의 철강제품 수입에 대한 고관세 부과 조치를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미국과 상대 교역국들의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우려 속 유럽 및 뉴욕증시 전반은 재차 약세로 돌아섰다. 국제유가도 미 원유생산 증가 여파 속 하락했다. 한편 도이치은행 주가는 미 규제당국이 감시 대상 문제 은행 그룹에 도이치은행을 추가했다는 보도에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급락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뉴욕에서 가진 고위급 회담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현지시간 1일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의 친서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오전 발표된 한국 1분기 GDP는 전기대비 1% 성장하고, 5월 CPI는 전월비 0.1%(전년비 1.5%) 상승에 그쳐 시장 예상을 하회했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오늘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美 고관세 부과 조치 발동..EU 등 상대국 즉각 반발
트럼프 행정부가 예정대로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며,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5월 한시적인 관세 유예를 경험한 후 주요 교역국들은 영구 관세 면제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만큼 미국의 이같은 공격적인 결정은 더욱 충격이 되는 모습이다. EU를 비롯한 세 국가가 미국의 철강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이들 상대 국가들의 대응은 즉각적이고 강력했다. 캐나다는 7월 1일부터 미국산 철강, 알루미늄 및 기타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의 관세가 유지되는 한 유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도 보복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고, 멕시코는 미국산 평강부터 치즈까지 모든 상품에 대한 수입관세 부과를 약속했다.
달러-캐나다달러 환율이 원빅, 달러-멕시코페소 환율이 1% 가까이 급등했다.
깜짝 美 원유재고 감소에도 유가 반등 넘사벽
주간 미 원유재고가 서프라이즈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국제유가(WTI)는 반등에실패했다. 미 에너지정보국(EIA) 집계 미 원유재고는 362만배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45만 배럴 가량 증가했을 것이라는 블룸버그 사전 설문과 대조적이었다. 결과 확인 후 WTI 최근월물 가격이 일중 낙폭을 모두 되돌리며 보합권까지 급반등하기도 했지만, 주간 미 원유 생산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다시 약세로 돌아서며 반등을 모두 토해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토요일 OPEC의 주요 이슈들을 논의하기 위해 쿠웨이트에서 회동할 예정인 가운데, 이들 주요 산유국의 증산 우려는 여전히 유가 하락 재료가 되고 있다.
이탈리아 정치 불안 완화 분위기 이어져
이탈리아가 결국 포퓰리즘 연정을 구성하고 있다. 오성운동과 동맹은 또 다시 주세페 콘테가 이끌 새로운 정부팀 구성에 합의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내각 구성원 선정을 논의하기 위해 총리 지명자를 불러들였고, 경제학자인 지오바니 트리아가 유력한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연정 구성에서 극우 성향의 이탈리아 형제당은 제외됐다. 해당 소식에 이탈리아 국채 금리 전반이 이틀째 하락세를 지속했으며, 이탈리아 CDS 프리미엄(뉴욕 CMA 집계 5년물 기준)도 이틀 연속 하락했다.
한편 스페인 최대 야당 사회당이 금요일 불신임 투표에서 라호이 총리를 밀어내고 산체스 사회당 대표를 새 총리로 선출하기 위해 필요한 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라호이 총리가 실각하게 될 위험이 높아졌지만, 시장은 일단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스페인 증시 IBEX35 지수가 1% 대 하락했지만 국채금리 상승은 3년물 상승폭이 2bp 수준에 제한되는 등 전반적으로 움직임이 크지 않았다.
물가 상승 확인에 숨돌린 유로화..도이치 사상최저
유로-달러 환율이 미국과 EU의 격해지는 무역대립에도 불구하고 이틀째 반등에 성공했다. 독일에 이어 유로존의 물가지표 또한 시장 예상을 웃도는 견조한 흐름을 확인한 여파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유로존 전체의 소비자 물가지표는 모두 시장예상을 웃도는 호전을 나타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리뷰 노트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5월 인플레이션의 깜짝 상승세에 기뻐할 듯 하다”며, GDP 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드라기 ECB 총재가 6월 기자회견에서 올해 자산매입 종료를 암시하는데 자신감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가의 가장 큰 상승 요인은 에너지 가격이었지만, 기저 물가 압력도 견고해지고 있는 듯 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도이치은행의 주가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도이치은행의 미국 사업 부문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모니터하는 문제 은행 그룹에 추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여파다. 도이치은행은 문제가 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점검하고 있지만 재무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디스는 도이치은행의 신용등급 강등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美 소비·물가 지표도 견조 증가
미국의 4월 개인소비가 0.6% 증가해 시장예상(0.4%)을 상회하고, PCE 근원 지표도 전월비 0.2% 올라 시장예상(0.1%)을 웃돌면서 미국채 금리는 30년물을 제외한 전구간이 상승했다. 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보인 만큼 2분기 미 경제 성장은 회복을 넘어서는 더 강한 성장을 보일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한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연준의 선호 PCE 디플레이터도 전년비 2% 올라 시장예상에 부합했지만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구심을 갖고 있는 듯 하다”고 진단했다. 연료비 덕분에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2% 수준에 유지되고 있지만 장기 추세를 보다 잘 측정하는 근원 인플레이션은 계속해서 목표에 못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금융서비스 등 귀속요인을 제외한 시장 기반 인플레이션 지표도 공식 목표를 훨씬 더 하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연내 혹은 2019년에 일드커브가 역전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김경진, 이경하 기자 (송고: 2018년6월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