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임진호: IFRS9에 위축된 금리구조화, 회복 어려워

(블룸버그) — 키움증권의 임진호 홀세일총괄본부 OTC 팀장은 보험사의 채권투자 회계처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IFRS9가 원칙적으로 올해 1월부터 시행되면서 국내 금리구조화채권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며 앞으로도 수요가 늘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진단했다.
임 팀장은 IFRS9의 도입과 이에 따른 회계상의 금융상품 분류 변경은 “몇년 전부터 충분히 예고되며 진행된 일”이지만 실제 도입이 임박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구조화 상품의 발행이 “급격하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집계 자료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기관의 구조화채권 발행 규모는 전년동기대비 절반 넘게 줄어든 250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1분기 6350억 원, 2분기 2500억 원, 3분기 1500억 원, 4분기 500억 원으로 꾸준히 그 규모가 줄었다.
2005년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한국공인회계사로 커리어를 시작한 임 팀장은 카이스트에서 금융공학 석사 과정을 밟고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스크관리부를 거쳐 2014년부터 키움증권에서 OTC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다음은 IFRS9의 도입이 구조화채권 발행에 영향을 주게 된 배경에 대한 임 팀장의 설명이다.

적용 시기

금융상품관련 국제회계기준인 IFRS9은 금융 자산과 금융 부채 등을 회계처리할때 어떻게 분류할 지를 규정하고 있다. 한국회계기준원의 자료에 따르면 IFRS9을 반영한 기업회계기준서 제 1109호의 적용시기는 원칙적으로 올해 1월부터다.
다만 특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보험사들은 그 적용을 한시적으로 최대 2020년까지 유예받을 수 있다. 작년 주요 생명보험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그리고 교보생명 등 대부분의 대규모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2020년까지 기업회계기준서 제 1109호의 적용을 면제받는 것으로 언급됐다.

손익변동성 노출

국내 보험사들은 IFRS9 적용을 유예받지 않았다면 올해부터 채권 투자상품을 분류할때 IFRS9 규정에 따라 분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단순 콜러블(callable) 구조가 아닌 어크루얼(Accrual) 구조 등을 가진 금리구조화 상품들은 기존 회계기준에서 처럼 ‘매도가능’ 계정으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당기손익’ 계정으로 분류돼 평가손익이 당기손익에 즉시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당기손익의 변동성에 민감할 수 있어 금리구조화 상품에 대한 투자를 꺼릴 수 있는 요소가 된다.

기존 회계기준

금융상품 인식에 관한 기존 회계기준(기업회계기준서 1039호)에서는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은 ‘보유 의도’에 따라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 매도가능금융자산, 만기보유금융자산, 그리고 대출채권 등 네 가지로 분류된다. 이 중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은 회계상 평가손익을 당기손익에 반영하기 때문에 해당 기업은 손익변동성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반면 매도가능금융자산은 평가손익이 자본계정인 ‘기타포괄손익’ 항목으로 처리돼 당기손익의 변동성을 키우지 않는다. 또 만기보유증권은 시가평가 자체에 노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자산의 손상이 너무 늦게 인식되는 점 등의 기존 회계기준(IAS 39)이 가지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글로벌한 단일 회계기준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됐고, 그 결과물인 IFRS9이 조건부 예외규정과 함께 올해 초부터 시행됐다.
한국회계기준원의 교육자료를 보면, IFRS9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대처 관점에서 금융상품의 분류는 논리적이고 단순하게, 손상은 미래전망적으로 인식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IFRS9

IFRS9를 반영한 기업회계기준서 1109호를 적용할 경우 분류 기준이 단순한 ‘보유 의도’에서 ‘사업모형(운용 형태) ’ 및 ‘현금흐름테스트(SPPI Test)’ 등으로 세분화되고,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채권은 모두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으로 분류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어크루얼구조를 가진 금리구조화 상품은 금융자산의 분류에서 대부분 기존의 ‘매도가능’ 항목이 아닌 ‘당기손익인식’ 항목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고 이를 보유한 기업은 손익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또 IFRS9에 따른 보유 채권 분류 범주는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 기타포괄손익인식금융자산, 상각후원가측정자산 등 3가지로 기존에 비해 항목이 줄었다.
금융감독원은 IFRS9에 대해, 금융자산 분류기준이 4개에서 3개 범주로 단순화되면서 공정가치 변동을 당기손익에 반영하는 자산의 범주가 확대된다고 지난해 보도자료에서 설명한바 있다.
어크루얼 구조는 계약된 요건을 충족하는 일수만큼 약정 금리를 지급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이 올해 1월 발행한 어크루얼 구조의 채권을 보면, 발행후 첫 1.5년 동안은 고정금리가 지급되지만 그 이후에는 유로화 IRS 일드커브와 원화와 유로화 IRS 금리차이에 따라 금리 지급여부 및 액수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