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미국과 중국이 관세 폭탄을 주고 받으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양상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에 휩싸이는 듯 했지만, 양국이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 최악은 피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투매를 진정시켰다. S&P500 지수는 간밤 최대 1.6%까지 밀렸다가 반등에 성공해 이틀 연속 1% 넘는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구리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은 수요 감소 우려에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한편, 새로운 북핵해결 로드맵을 구상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5월 중에 첫 대면할 북미 정상이 ‘포괄적 타결’을 짓도록 사전정지 역할을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오늘 남북은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을 개최한다. 한국의 2월 경상수지는 40.3억 달러 흑자로, 2012년 3월 이후 72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하였으나 전년동월대비로는 흑자폭이 축소됐다. 다음은 시장 참여자들이 오늘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요 이슈들이다.
3차 세계대전은 피하자…관세전쟁 해결 실마리는?
미국이 중국의 미래 산업을 겨냥한 고율 관세 정책을 발표하자마자 중국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농축산물과 자동차 산업 공격에 나섰다. 최근 절대 권력 체제를 확립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에 맞서면서 G-2간 관세전쟁이 치킨게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은 협상 의사를 시사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미국이 “3차 세계대전”을 시작하려는 게 아니라면서 협상을 통한 타결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는 “총을 쏘는 전쟁조차 협상으로 끝난다”고 말하면서 중국의 보복조치가 미국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자는 게 아니라며 한 발 물러섰지만, 대중 무역적자는 어찌됐든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아직 관세가 발효된 게 아니므로 시간이 있다면서 시장 진화에 적극 나섰다.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 역시 협상을 우선시하면서도 “탱고를 추려면 두 명이 있어야 한다. 늘 상의와 협상을 지지하지만 다른 쪽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면 우리도 대응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존 설리반 미 국무장관 대행은 주미 중국대사와 만나 미-중 양국 간 경제 관계에서 “공정성과 균형 회복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미 증시 반등…긴장 풀기엔 아직 시기상조
미국 증시가 무역전쟁 우려 완화에 이틀째 상승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의 성장 궤도 이탈 위험을 무릅쓰고 보호무역주의 위협을 행동에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투심을 진정시킨 모습이다. S&P 500 지수는 이틀간 5주래 가장 큰 폭 상승했다. 중국과 미국 행정부 관료들은 일단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해 관세 발효까지 수개월간 유예 기간을 두고 협상 타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반등해 2.8%를 상회해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NAFTA 협상에서 자동차부품 관련 요구를 완화했다고 전해지면서 멕시코 페소는 강세를 보였다.
중국이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무역 긴장이 특정 부문에 언제든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보잉의 주가는 1% 넘게 하락했고 Cboe 변동성 지수는 지난 1년 대비 두 배 수준에 유지됐다. 대두 가격은 급락했고 에너지업종 주가도 하락했다.
찰스슈왑의 주식부문 최고투자책임자 Omar Aguilar는 “시장은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미국은 관세 및 중국산 상품 겨냥, 중국과의 무역관계, 정책 등에 있어서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는 분명 좋지 않다”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무역전쟁 충격 어디까지? 구리 등 원자재 타격
구리가격(COMEX 선물 최근월물 기준)이 장중 3% 가량 빠지며 6거래일만에 하락, 306달러 부근의 200일 이평선 마저 하회했다. 미-중 관세 보복 조치에 제조업이 타격을 받을 경우 세탁기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각종 제품에 사용되는 구리는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고 ING Bank의 Oliver Nugent는 분석했다. 특히 중국이 수입산 자동차를 겨냥한 것은 “두배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운송업은 전세계 구리 수요의 약 13%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도 약세를 보였다.
한편, 미국 경제의 경우 무역갈등은 리스크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경기 흐름에 큰 충격을 가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용 호조세와 소비 및 기업 투자 증가를 고려할 때 미국 경제는 올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Market Securities는 미국과 중국이 위협한 관세가 모두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미국 연간 경제성장에 미치는 충격은 0.1%p~0.2%p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연준 관료들 역시 아직은 실물경제나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이르다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무역전쟁 가능성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음을 인정했다.
서비스 부문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노동시장은 둔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3월 미국 기업들이 24만1000명을 고용한 것으로 ADP 민간부문 취업자 변동 보고서에 나왔다. 이는 예상을 상회한 것으로 현지시간 금요일 예정된 비농업부분 고용건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ISM 비제조업 지수는 58.8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영역에 있다. 2월 제조업 수주는 1.2% 증가해 예상을 하회했다.
블랙록 ‘미국채 금리 올해 3.25% 간다’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해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현재 약 2.78%에서 약 3.2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10년물 금리가 2.95%를 상회했을 때 이미 고점을 찍었다는 견해와 대조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부양책이 미국의 성장과 채권 발행을 촉진하면서 향후 몇 달간 물가 상승세가 속도를 낼 것이기 때문에 채권금리 상승세가 재개될 것이라고 리더 CIO는 내다봤다. 근원 인플레이션이 향후 1년내 2.5% 부근에서 고점을 찍으며 최근 기록한 1.8%에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4%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며 연준이 올해 3-4차례 금리를 인상하기 위한 궤도에 올랐고 2019년에도 꾸준히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20년 또는 2021년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고 보았다.
채권 강세론자들은 트레이더들이 작년과 비슷한 상황을 경험할 것이라며, 금리가 연초에 또 다시 너무 빨리 상승했고 과도한 장밋빛 전망을 가격에 반영했다고 주장한다. 한편 약세론자들이 보기엔 경제 체력이 강화돼 연준이 정책을 긴축하려는 가운데 채권금리 하락에 베팅하는 것은 실수다. 결국 최근 주식시장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채권은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페이스북 개인 정보유출 8700만건…HSBC 해외사업 축소 검토
8700만 사용자의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에 미 전역에서 소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현지시간 4월 11일 미 하원 에너지·상무 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주정부 및 지방정부가 페이스북을 상대로 조사를 시작하거나 제소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역시 움직이고 있다.
한편, HSBC가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공개할 전략의 일환으로 해외 사업을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이 전했다. 플린트 최고경영자(CEO)는 HSBC가 영업하고 있는 67개국 중 최대 4분의 1에 대해 검토중이고 버뮤다, 몰타, 우루과이 등의 소규모 소매 영업 부문에서 철수하거나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