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총재 교체되어도 정책 연속성 유지…일본·대만과 달라: DBS
* 연임 경우에는 상반기 금리인상 기대 강화에 금리 상승압력↑:하나
(블룸버그) — 이주열 한은총재의 4년 임기가 3월말로 종료되지만 유력한 차기총재 후보자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 총재의 연임 가능성을 염두에 둔게 아닌가 하는 기대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아베 일본 총리가 여러 잡음 끝에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의 연임을 결정한 점도 이 총재의 연임 기대를 지지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DBS, 소시에떼제너럴 등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섣부른 기대’다. 정권 교체에 성공한 문 대통령이 통화정책 역시 자신의 사람을 임명해 본인만의 업적을 남기고 싶어할 것이며, 신임총재 임명에 따른 불확실성이 연임을 고려해야 할 만큼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 총재 연임은 ‘특별한 일’..시장 불안 위험 있을 때에만
DBS의 이코노미스트 Tieying Ma는 과거 한은총재 교체 후에도 정책 연속성이 이어졌다며, 이주열 총재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 12년간 지켜본 결과 한은은 총재 교체와 무관하게 일관된 통화정책 수립 및 물가 목표제를 시행해 왔으며, 기준금리 결정은 GDP 등 경제 변수를 기초로 해왔다”고 지난주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그는 “한은이 과거 총재 교체시 정책 연속성을 잘 유지한 경험이 있는 만큼 단지 통화정책 기조 유지를 위해 총재가 연임될 필요는 없을 듯 하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수장 교체시 시장 불안이 고조될 위험이 클 경우 연임이 결정되곤 하는데, 한국은 그같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 총재의 연임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경우 과거 5년간 구로다 총재 지휘 아래 이례적이고 비전형적인 완화정책을 추구해온 만큼 총재 교체에 따른 정책 변경에 대한 시장 우려가 높아지자 이를 잠재우는 차원에서 구로다 총재가 연임되었다며, 이는 “특별한” 경우라고 평가했다. 대만의 경우도 Perng Fai-nan 전 총재가 세계 최장 연임 중앙은행 총재라는 “특이한” 경우였기 때문에 한은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임 가능성 ‘제로’, 총재 변화에 따른 충격 간과해선 안돼
소시에떼제너럴의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풍토에서 중앙은행 총재의 연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본다”며 “자리는 한정돼 있지만, 사람은 많다”고 말했다. 항간에 떠도는 ‘사람은 많아도 청문회를 통과할 사람은 많지 않다’는 말에는 게의치 않는 모습이다. 또한 그는 총재에 따라 기본 방침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며, 현 정부의 기조로 판단하자면 “이전 정권의 저금리 정책을 뒤집어야 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즉, 아주 극단적인 경우 저금리 정책을 반대하는 인물이나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반드시 올려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인사가 후임으로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Natixis의 이머징 아시아 이코노미스트 Nguyen Trinh는 20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옐런 전 연준의장과 다를 바 없는 정책 성향을 가진 파월을 새로 지명했듯이, “문 대통령도 새로운 사람을 지명함으로써 통화정책에 본인의 자취를 남기길 원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이 총재가 가계부채를 제한하면서 경제성장 지원과 금융안정성 유지 사이에 균형을 잘 잡아왔다”며 문 대통령도 비슷한 역량을 갖춘 적임자를 원할 것이고, 이 총재가 연임된다고 해도 놀랍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임된다면 시장 영향은? 인상 전망 앞당겨질 듯
하나금융투자 이미선 연구원은 22일 전화인터뷰에서 이 총재 연임시 “현재 올 하반기로 쏠려있는 한은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시장 기대가 상반기로 당겨질 수도 았다”고 말했다. 하반기 인상 전망의 주된 근거가 새로운 인물이 4월 취임하자마자 바로 금리를 올리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인데, 이 총재가 연임될 경우 이같은 고려가 필요없기 때문이다. FOMC 1월 의사록 공개 이후 미 연준의 6월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이 총재 연임마저 확인된다면 한은이 금리인상을 하반기까지 기다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경우 국고채 3년 금리는 상반기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며 추가적으로 상승 모멘텀을 얻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바클레이즈 신흥 아시아 이코노미스트 Angela Hsieh는 20일 인터뷰에서 “통화정책 정상화가 완료되는 과정에서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이론적으로 이 총재 연임 가능성이 고려될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한다”며, 한은이 원화자산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을 감안할 때 연준의 목표 금리보다는 한은의 정책금리를 더 높게 유지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점진적 인상’ 기조 속 한-미 금리차 추가 확대는 불가피
한은 정책경로와 관련해 블룸버그 설문에 참여한 22명의 이코노미스트 중 절반 가량이 연내 1번의 금리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1명은 동결, 8명은 2차례 인상을 예상했다. 한은의 인상이 1차례에 그치고, 시장 예상대로 미국은 연내 3번을 인상할 경우 한-미 금리차의 역전폭 확대는 불가피하다. 시장의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SC제일은행의 박종훈 이코노미스트는 19일 전화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금리”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다 하더라도, 장기 시장금리 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을 경우 자본 유출 위험이 불거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75bp까지 확대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50bp 정도에 그친다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봤다. 2005년~2007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었을 당시 한국과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 역전폭은 미미했던 경험은 이같은 진단을 뒷받침한다.
하나금융투자 이미선 연구원도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에 대해 한은이 기조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최대폭은 50bp 수준”이라며 딱히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한은 기준금리의 30% 정도까지는 역전을 허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과거 역전폭이 100bp까지 벌어진 때도 있지만, 현재는 국내 기준금리가 1%대인 상황에서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여력이 과거만큼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지연、김경진 기자 (송고: 02/26/2018)
참고: 블룸버그 기사 링크 {NSN P4QHH86JIJ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