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일구, 채권시장 존립기반 자체 흔들려

* 무위험채권, 인구ㆍ경제 성장 없는 저금리에선 존립 어려워
* 브라질 등 신흥국 고수익채권 투자시 종교적 리스크 고려해야

(블룸버그) — ‘1세대 채권 애널리스트’인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채권시장에 대해 큰 흐름에서 보면 “이미 게임은 끝났다”고 말한다.

1998년 외환위기 전 국내 채권금리가 12%대인 시절에 채권 커리어를 시작한 김 센터장은 머지않아 일본에서와 같이 국내에서도 채권 시장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40대가 안된 젊은 업계종사자라면 저금리가 ‘뉴 노말’로 자리잡은 채권시장의 큰 흐름을 보고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또 브라질, 인도 등 성장하는 나라의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라면 종교적 배경에 따른 디폴트 리스크와 함께 환율 리스크를 감안해 투자를 단행하라고 17일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말했다.

특이한 시기의 산물

그는 무위험 채권 시장에 대해 “역사적으로 검증이 덜 된 상품”이라며 인구 및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140여년 전에 생겨나 번창했던 금융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간은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상승한 특이한 시기로, 지금처럼 성장이 없고 인구증가가 없는 저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막연한 위기감이 아니라, 실제로 이미 여러 중앙은행들이 제로 금리 정책을 쓰다는 것이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등의 일부 국가에서는 그러한 상황이 이미 나타났고 있다고 지적한다. 돈을 빌려주기만 하면 별다른 리스크 없이 고정된 금리의 수익이 들어오는 스트레이트-본드는 점차 사라져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예전 일본 채권시장에서 1bp도 너무 크다며 그것을 0.1bp로 쪼개 거래하는 것이나 채권시장 환경 악화로 각각 1조엔을 운용하던 매니저 셋을 한데 모아 매니저 한 명이 운영하게 되는 것을 봤을때 남의 나라 일로만 여겼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금융투자협회가 장외거래를 대상으로 집계한 연간 채권 회전율(발행잔액대비 거래량)을 보면, 5년물 기준 국고채 금리가 3%~5% 수준이었던 2010년~2012년 700%를 넘었지만 2% 선을 중심으로 등락한 2015년에는 530% 수준으로 떨어졌고, 올해 들어 어제까지는 370% 수준에 그쳤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현석 연구위원은 “최근 일본에서 일본국채 전문딜러사들이 면허를 반납하고 있는데, 이는 0% 금리수준에서 트레이딩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내도 저금리로 계속 가면 은행이나 증권사의 채권 트레이딩 파트는 죽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일구 센터장은, 개인적으로 봤을 때 현재 40세가 안되는 채권시장 종사자라면 지금이라도 다른 시장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며 태생적으로 존립이유가 있는 크레딧이나 외환, 메자닌 쪽을 검토해보라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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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그는 현재 채권에서 변형된 형태로 취급되는 대체투자(AI)나 메자닌 등 담보와 지분, 위험부담이 함께하는 채권이 역사적으로는 일반적인 형태의 투자라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화폐불임설로 대변되는 이자에 대한 거부감이 개신교를 제외한 기독교나 이슬람 등 주요 종교에 반영돼 있었고, 또 경제적으로도 인구와 경제 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이자는 돈을 투자하는 측이 졌던 리스크에 대한 보상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1862년 미국의 그린백 디폴트 등 1800년대까지만 해도 국가나 왕이 발행한 채권 역시 상환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금처럼 채무불이행의 위험을 배제한 국채 시장은 인구와 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영국과 미국의 정부 채권 이자와 원금이 정확하게 지급되기 시작한 1870년대부터로 봐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반면 외환시장은 국경간 거래와 함께 언제나 존재했고 보험 역시 해상무역의 위험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한 상품인 만큼, 김 센터장은 ‘끝난 게임’인 채권에 종사하는 40세 이하 금융인이라면 다른 분야로 커리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종교적 배경

그는 아직 인구 및 경제가 성장하는 브라질 등의 신흥국에 대한 채권투자에 대해서는 투자결정시 투자대상국의 종교적 성향에 따른 리스크를 감안하라고 조언했다.
미국과 같은 신교 국가에서는 채권을 투자자의 시각에서 기회비용에 대한 보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우세해 꼭 갚아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지만, 카톨릭이나 그리스정교 등을 배경으로 하는 국가에서는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고 여러번의 국가부도를 겪은 그리스 등 이른바 PIIG 국가들 모두 신교 이외의 종교적 배경을 가진 국가로, 최근 각광받는 브라질 역시 카톨릭 국가로 국가부도 경험이 있는 만큼 이들 국가에 투자할 때 있을 수 있는 리스크를 지적했다.
또 신흥국의 경우 금리가 높은데도 성장이 가능한 것은 해당 통화의 절하를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신흥국 투자는 금리보다는 환율을 더 중요한 변수로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브라질에 대해서는 생각이 복잡하다”며 아직 10%대의 금리를 주기는 하지만 통화가 일년에 20~30% 절하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만큼 환율 리스크를 좀더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1995년 장은경제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 김 센터장은 1996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채권시장에 뛰어들었다.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대우증권 채권분석부장, 씨티은행 웰스매니지먼트(WM)상품부 리서치담당부장 등을 거쳐 2015년 6월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에 투자전략팀장으로 합류했고 올해 4월부터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다.

최환웅 기자 (송고: 11/18/2016)
참고: 블룸버그 기사 링크 {NSN OGTAMP6K50Z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