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관세를 협상카드 삼아 오락가락 하면서 오히려 시장 불안과 변동성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25% 관세를 한달 유예하기로 했지만 뉴욕증시는 냉담했고, 나스닥 100 지수는 급락해 약 2주만에 10% 조정에 임박했다. 트럼프는 시장 혼란을 일축하며 주식매도세 배후로 “세계주의자들”을 지목했다. FHN은 정책 혼선에 “변동성이 유일한 확실성”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관세 유예…우크라이나 압박
트럼프는 북미대륙 무역협정인 USMCA에 적용되는 멕시코와 캐나다산 상품에 대해 최근 발동한 25% 관세를 한달간 유예하기로 했다. 해당 관세는 불법 이민 및 펜타닐 밀수와 관련된 것으로, 유예 기간은 4월 2일에 종료된다고 루트닉 미 상무장관이 밝혔다. 4월 2일이 되면 트럼프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부과하고 자동차와 의약품, 반도체 등 특정 분야를 추가로 겨냥할 것으로 예상된다. 루트닉은 성명서에서 “멕시코와 캐나다가 펜타닐을 충분히 잘 처리해 이 대화 주제가 더 이상 거론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을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의 신속한 휴전에 전념할 것을 요구하는 조건과 연계시킬 생각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미국측은 지난주 백악관 충돌 이후 중단된 천연자원 협정을 마무리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하면서, 다만 젤렌스키가 휴전 및 러시아와의 대화를 향한 실제적인 경로에 동의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며칠 안에 협상에 진전이 있을 수 있다고 일부 소식통은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가 결심을 바꾸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입장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스마일 이론’상 달러 불황 시작
오랜 기간 달러 약세론자인 Stephen Jen은 미 달러의 불황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확신하고 있다. 런던 소재 자산운용사 유리존 SLJ 캐피탈의 CEO인 Jen은 최근 달러 움직임이 20여년전 자신이 고안한 ‘달러 스마일(dollar smile)’ 이론에 부합한다고 진단했다. 해당 이론에 따르면 미국의 성장세가 완만해지는 기간에 달러는 큰 도전에 직면하며, 반대로 미국 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지거나 강한 팽창을 보일 때 달러는 강세를 보인다.
실제로 미국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 반면, 다른 주요국의 경제 성장에 낙관론이 강해지면서 이번주 블룸버그 달러지수(BBDXY)는 작년 11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Jen은 달러가 현재 적정 가치보다 약 20% 높다며, 달러의 구매력이 과도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가 폭락할 것 같지는 않지만, 몇 년에 걸쳐 조정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총재는 기업 및 소비자의 신중한 태도와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로 경제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ECB, 여섯번째 금리 인하 단행…완화 종료 임박 신호
유럽중앙은행(ECB)은 작년 6월래 6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완화주기의 종료에 다가서고 있음을 시사했다. 단기수신금리를 2.5%로 25bp 내린 ECB는 정책 스탠스가 “유의미하게 덜 제약적”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불확실성이 증가했고, 투자와 수출에 대한 부담이 이전 예상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며 성장 하방 리스크를 지적했다. 또한 ECB가 “보다 진화적인 접근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상황이 매일 “급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NG는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대규모 재정 부양책이 예상됨에 따라 “새로운 거시 경제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다음 회의에서 잠시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ECB내 비둘기파 위원들은 현재로선 금리 인하를 일시 정지할 이유가 거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매파들은 지정학적 위험과 유럽 방위비 지출의 급증에 따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머니마켓은 4월에 12bp 인하를 가격에 반영했다.
글로벌 채권시장 출렁…분트 10년물 3% 전망
독일의 재정확대 가능성에 글로벌 채권시장이 출렁였다. 분트 10년물 금리는 현지시간 목요일 한때 14bp 오른 2.93%로,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전일 거래에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인 1990년 3월 이후 가장 큰 30bp 오름폭을 기록했다. 일본의 경우 10여년래 고점에 도달하고, 이탈리아는 7월래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이 국방비를 더 지출할 수 있도록 재정준칙의 장기적 개편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Robeco는 “오늘 채권 금리 레벨이 전 세계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투자자들이 시장 간 금리 스프레드를 보고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즈호는 독일 10년물 금리가 3%에서 저항이 예상된다고 진단했고, Natixis와 Union Bancaire Privée 등도 올해 3%에 이를 가능성을 제시했다. Natixis는 “독일의 재정 우선순위에 전례 없는 변화를 가져왔다”며 “예상되는 채권 공급 증가로 인해 장기물 프리미엄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미분양주택 지원책…AI 출시 홍수
중국 당국이 지방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때 적용하는 가격 상한선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이를 통해 지방 정부가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자율성을 높이고,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보도가 전해진 뒤 블룸버그 중국 부동산 지수는 4.6%까지 상승했다. CGS 인터내셔널 증권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올해 추가적인 부동산 시장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중국에서 인공지능(AI) 툴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기술주 랠리가 이어졌다. 홍콩서 알리바바의 주가는 목요일 8.4% 급등했고, 항셍테크지수는 5.4% 뛰면서 2021년 이후 고점에 마감했다. 알리바바의 최신 오픈 소스 AI 모델은 중국 AI 열풍의 불을 지핀 딥시크의 R1이 활용하는 데이터의 일부만을 사용했다. AI 모델 홍수에는 텐센트의 새로운 오픈 소스 비디오 모델과 콰이쇼우의 유사 모델도 포함된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