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지난 금요일 종전협상의 첫단추로 광물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던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험악한 논쟁을 벌이면서 파국으로 치달았다. 충격에 빠진 유럽 지도자들은 주말 런던에 모여 유럽 안보 강화와 우크라니아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재확인하며 ‘의지의 동맹(Coalition of the willing)’을 모색했고, 1개월 휴전안도 제기됐다. 트럼프는 젤렌스키를 계속 비난하면서도 광물협정이 죽진 않았다며 일말의 희망을 남겼다.

유럽 국방비 지출 전망에 채권금리↑…유로도 급등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유럽 각국의 차입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속에 월요일 독일 길트 30년물 금리가 약 1년래 최대폭인 12bp 오르며 2.82%를 보였다. 방산주 랠리에 유럽 증시는 상승했고, 유로화는 달러 대비 한때 1.2% 넘게 급등했다. 단스케 뱅크는 “국방비 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장기 채권 발행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위험 프리미엄을 원할 것이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차기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는 두 정당이 국방 및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 옵션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 채권 공급 변화에 민감한 분트 스왑 스프레드는 데이터가 집계된 2007년 이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공급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뱅가드 자산운용은 “독일과 유럽의 방위비 지출 증가는 유럽 전체에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유럽 전역의 금리가 약간 상승하고, 유로화의 강세와 안정성은 상당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미국 ISM 제조업 정체에 근접..가격 지수는 급등
지난달 미국의 공장 활동이 고용과 수주가 위축되면서 정체에 가까워지고, 가격 지수는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표 발표 이후 미국채 시장은 장기물을 중심으로 강세로 전환했다. 2월 ISM 제조업 지수는 전월 보다 0.6p 내리며, 기준선을 조금 웃돈 50.3을 보였다. 구매물가 지수는 7.5p 급등한 62.4였다. 트럼프 관세의 파장이 우려되는 가운데 투입 비용 상승은 수요 위축 가능성에 놓인 기업체들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구매 물가 상승은 생산 라인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가열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반면, 제조업체가 높아진 비용을 어느 정도까지 소비자에 전가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ISM의 Timothy Fiore는 “관세로 인해 물가 상승이 가속화되어, 신규 주문과 공급업체 배송, 재고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총재는 연준의 정책 목표가 충돌할 경우 기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레이 달리오, 약 3년뒤 美 부채 위기 ‘심장마비’ 경고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설립자 레이 달리오는 미국 정부가 지금 당장 적자 감축에 착수하지 않으면 3년 안에 심각한 부채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제 올지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심장마비처럼 갑자기 올 것이다”며 “가까워지고 있다. 1년 정도 오차가 있을 수 있으나 3년 정도 일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세금 감면을 유지하는 동시에 1조8000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줄이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달리오는 미국이 기존 채권을 상환하기 위해 신규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수요가 뒤따르지 못할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이는 달리오 뿐만이 아니다. 2022년 말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채를 주로 사들이는 해외 중앙은행과 미국 국내 은행, 연준이 동시에 시장에서 물러난 것은 거의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달리오는 미국채의 수요 및 공급을 분석해 볼때 “큰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시진핑 부양책 기대…트럼프 관세 보복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이번주 양회에서 트럼프 위협에 맞서 과감한 경제 부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블룸버그 설문에서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수요일 전인대에서 약 5%의 경제성장률 목표가 제시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은 재정적자 목표를 30여년 만에 최고치로 높여 디플레이션과 부동산 시장 침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응해 수 조 위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요일 발효 예정인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부과에 대응해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보복 조치를 고려하고 있으며, 관세와 비관세가 포함될 예정이라고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보도했다. 무역전쟁 확산 우려에 식품 및 동물 사료에 사용되는 중국 대두박 가격은 3주 여래 가장 큰 폭인 2.6% 상승으로 마감했다. 미국산 대두 유입에 차질이 생길 경우 시장은 더욱 타이트해질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이다.
ECB 막바지 금리인하 단계 진입 속 물가지표 둔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조치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2% 물가 목표에 근접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왔다. Eurostat에 따르면 2월 유로존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해 1월 2.5%에서 둔화됐다. 다만 블룸버그 설문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 전망 중앙값인 2.3%를 다소 상회했다. 정책 입안자들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서비스 인플레이션 증가율은 3.7%로, 2024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지난해 6월 이후 ECB는 다섯 차례 금리를 인하했고, 이번 주 회의에서도 25bp 인하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애널리스들은 현재 2.75%인 단기 수신금리가 2%에 도달할 때까지 연속적으로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4월 동결을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인플레이션 하락과 성장 부진에 ECB가 3월 25bp 인하를 단행하고 4월은 쉬어간 뒤 6월부터 연내 추가 50bp 인하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