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4일째를 맞아 금리와 유가 등 주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산유국들에게 유가를 내리라며 유가 하락시 바로 금리 인하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금리에 대해 더 잘 안다며 제롬 파월 연준의장과도 “적절한 시기”에 금리 인하에 대해 얘기할 생각이라고 밝혔고, 관세를 통한 미국 제조업 부흥 전략 역시 재확인했다. 트럼프의 유가 압력 발언에 국제유가(WTI)가 한때 1.7% 넘게 급락했고, 뉴욕증시도 탄력을 받아 S&P 500 지수가 6100선을 가뿐히 넘어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주는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가 인공지능(AI) 수요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홀딩에 대한 대중 수출 압박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매도세에 휩쓸렸다.
트럼프, 유가 하락·금리 인하 촉구…관세도 경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산유국들에게 유가를 낮추도록 요청할 생각이라며, 또한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시간 목요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모인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화상 연설을 통해 OPEC이 유가를 내리면 인플레이션이 낮아져 금리 인하가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러시아를 압박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유가가 내려가면 나는 당장 금리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의 두 번째 임기 동안 핵심 추진 정책으로 관세를 이용해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끌어오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면, 이는 여러분의 특권이지만, 간단히 말해 관세를 내야만 할 것이다. 금액은 다르겠지만 수천억 달러, 심지어 수조 달러에 달하는 관세를 우리 국고에 납부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전임자인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실책으로 “경제적 혼란”에 직면했다며, “지난 4년 동안 우리 정부는 8조 달러나 낭비성 적자 지출을 하고 전례 없이 파괴적 에너지 제한과 마비적 규제, 숨겨진 세금으로 국가를 망가뜨렸다”고 비난했다.
BOJ 인상 이미 반영…엔화 변동성 매도
금요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달러-엔 옵션 트레이더들은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베팅하고 있다. 이번 주 이전에는 BOJ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달러-엔 환율이 더 하락할 경우에 대비한 풋 옵션을 매수하는 편향이 있었지만, 시장이 이제 BOJ 인상을 거의 프라이싱 했기 때문에 트레이더들이 전략을 바꾸었다. 달러-엔 환율의 내재변동성은 6거래일 연속 빠져 7월래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노무라의 선임 FX 스팟 트레이더 Graham Smallshaw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위협을 실행할지, 언제 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취임 이후 변동성 매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향후 1개월에 걸쳐 달러-엔 환율의 하락에 헤지하는 프리미엄이 상승 대비 하락하기도 했다. 시장이 BOJ에 대해 연내 추가 25bp 인상마저 기대하고 있어 예상과 달리 이번에 ‘비둘기파적 인상’이 나올 경우 오히려 달러-엔 환율이 오를 위험도 있다.
유로 숏 압박
트럼프가 취임식 이후 무역 정책에 대한 ‘빅뱅 발언’을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어 유로 약세 투자자들이 압박 받고 있으며, 전반적인 달러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고 JP모간이 진단했다. Meera Chandan 등의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임박한 관세가 없어 포지션 스퀴즈가 생겼다”고 목요일 투자자 노트에서 진단했다. 이들은 유로 숏 포지션이 중립으로 완전히 정리되면 달러 대비 유로가 3.5%~4% 상승해 1.06~1.0650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달러에 약 2%~2.5%의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유로는 현재 약 1.04달러 수준이다.
다만 JP모간은 유로 매도 견해를 유지하고 유로-달러 환율의 목표치 0.99도 고수했다. “유로의 큰 그림은 여전히 명확하다. 유로존 성장을 이끌 새로운 동력이 나타나지 않고 미국 경제가 침체되지 않는 한, 유로는 자금조달처 지위가 강화되고 유로의 일본화는 올해 주요 테마가 될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트레이더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중반까지 적어도 한번은 50bp 빅컷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에 관련 옵션 베팅을 크게 늘리는 모습이다. 시장은 6월까지 25bp씩 3차례, 연말까지 4차례의 ECB 금리 인하를 프라이싱하고 있으며,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경우 ECB가 추가 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美 계속 실업수당 청구건수 3년여래 최대
실업수당을 2주 이상 연속적으로 받는 미국인의 수가 3년 여만에 최대치로 늘어나 실직자들이 새 일자리를 찾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목요일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이미 실업 수당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계속청구건수가 1월 11일 마감 주간에 190만 건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신규 실업 신청의 경우 지난주 6000명 늘어난 22만3000명으로 시장 예상치 22만명을 약간 웃돌았지만, 팬데믹 이전 평균 수준에 머물고 있어 노동 시장이 여전히 건강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변동성이 심한 주간 신규신청 수치의 단점을 보완한 4주 이동 평균치의 경우 21만3500건으로 조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산탄데르 US 캐피털 마켓 LL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Stephen Stanley는 “매년 이맘때면 주간 수치 변동성이 대개 높아진다”며, “최근 혹한과 자연재해로 인해 앞으로 몇 주 동안 수치가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특히 1월 18일 끝난 주의 고용시장 관련 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기간에 이달 고용지표 관련 설문 조사가 실시된데다 로스앤젤레스를 휩쓴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1월 실업률이 캘리포니아 산불에도 크게 오르지 않을 전망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친기업 기조가 설비투자와 채용을 부추길 수 있는 반면 행정명령으로 연방정부의 몸집 축소를 지시해 정부 부문에서 실업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지도자들의 ‘트럼프 용비어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지만, 모든 이들의 최대 관심을 받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등 트럼프 팬들은 찬양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희망을 품고 있다. 독일 총리 올라프 숄츠와 같은 트럼프 표적들은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 밀레이는 “트럼프식 플레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의 비전을 알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가 제시하는 가이드는 훨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다”고 현지시간 수요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말했다. 자유주의적 순수주의자인 밀레이는 자신의 자유무역과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모순되지 않는다며, “그는 세계에서의 미국 역할을 알고 있고, 미국의 상업 정책은 지정학적 전략의 일부”라고 옹호했다.
다른 지도자들은 트럼프 규칙에 따라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핀란드 대통령 알렉산데르 스투브는 “트럼프의 말을 듣고 그에 따라 행동하라”며 “핀란드 같은 나라는 확실히 그렇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블룸버그 TV에서 “우리는 새 정부와의 관계에서 건설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슐츠 총리는 독일 극우파에 대한 머스크의 노골적인 지지와 관련해 “유럽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억만장자라 할지라도 누구나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향후 4년 동안 미국에 6000억 달러를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사우디 국영통신사 SPA가 전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투자 규모를 1조 달러까지 늘리도록 압력을 가하겠다고 말했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