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뉴욕증시는 새해 첫 거래에서 반등을 시도했지만 테슬라의 실망스러운 실적에 S&P 500 지수가 5거래일째 하락했다. 모간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의 Lisa Shalett는 올해 기업들이 실적을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라며, 작년말 부진은 “불길한 징조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진단했다.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1만1000건으로 8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노동시장의 견조함을 시사했다.
유로화 2022년 이후 최저치…파운드도 1% 넘게 약세
유럽 경제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유로화는 2년 여만에 달러 대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파운드화는 8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밀렸다. 유로-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 가까이 내려 2022년 11월 이후 최저인 1.0226을 기록했고, 파운드-달러 환율 역시 1.3% 넘게 하락해 1.2353로 작년 4월말 이후 최저치로 후퇴했다. 유로는 미국의 무역 관세에 유럽의 주요 수출국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준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로 인해 하락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정치 불안도 유로 약세 압력을 더했다. 트레이더들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공급이 중단된 점도 주목했다.
파운드의 경우 작년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영국 경제의 성장 정체가 예상되면서 영란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짐에 따라 약세를 보이고 있다. 라보뱅크 외환 전략 책임자 Jane Foley는 독일과 프랑스 모두 성장이 부진한데다 영국의 경우 경기 침체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로-달러 환율이 올 2분기에 1:1 패리티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즈호의 Jordan Rochester는 시장이 BOE의 2월 추가 금리 인하를 프라이싱하면서 파운드 약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테슬라, 10여년 만에 첫 연간 EV 판매 감소
테슬라가 지난 4분기에 사상 최대의 판매를 기록했지만 연간 실적은 10여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판매량은 총 179만 대로, 이전치와 애널리스트 컨센서스에 못미쳤다. 이같은 결과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대와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과시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의 친분 등에 그동안 테슬라 주가가 급등했음에도 전기자동차(EV) 산업이 직면한 어려운 현실을 방증한다. 소비자의 수요가 미온적인 가운데 트럼프가 EV 구매 인센티브를 축소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작년 63%나 올랐던 테슬라의 주가는 목요일 실적 발표 후 장중 한때 7% 넘게 급락했다.
12월 31일 마감 분기의 판매량은 49만5570대로, 애널리스트 예상 평균치 51만2277대를 하회했다. 근소한 연간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약 51만5000대를 판매했어야 했다. 머스크는 앞서 올 상반기에 출시 예정인 저렴한 모델과 자율주행 기술에 힘입어 2025년엔 20%~30%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한 EV 세액 공제를 철회할 경우 이같은 목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단기적으로 타격은 입겠지만 테슬라의 경쟁사들이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는 자율주행에 대한 연방 규제를 완화해 테슬라와 로보택시 사업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뉴올리언스 테러공격을 불법 이민과 연관 시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새해 첫날 뉴올리언스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을 불법 이민과 연관시키며 자신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내세웠다. 이는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물리적 이동 뿐만 아니라 사상의 움직임도 포함할 생각임을 보여준다. 그는 현지시간 목요일 트루스 소셜에 올린 게시물에서 “나는 바이든의 ‘국경 개방 정책’ 때문에 급진적 이슬람 테러주의와 다른 형태의 폭력 범죄가 미국에서 상상하거나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나빠질 것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이제 그 때가 왔고,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뉴올리언스 테러 공격의 범인이 멕시코에서 국경을 넘어온 외국 태생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미군 복무 경력이 있는 미국 시민권자 Shamsud-Din Jabbar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가 테러 단체 ISIS에 의해 급진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당시 군중 사이를 질주한 포드 픽업트럭에서 ISIS 깃발이 발견됐다. 또한 라스베이거스의 사이버트럭 폭발 사건과는 연관성이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수많은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약속하며 미국 이민 정책의 대대적인 개편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의 1기 행정부 당시 무슬림 국가에 대해 여행 금지 조치를 주도하고, 이번에 백악관 정책 담당 부보좌관으로 임명된 스티븐 밀러는 “이슬람 테러주의는 수입된 것으로, 이민이 이를 들여오기 전에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수요일밤 X에 글을 올렸다.
미국 모기지 금리 7% 근접…주택시장에 불길한 신호
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에 가까워지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더하는 모습이다. 목요일 공개된 프레디맥 자료에 따르면 30년 만기 평균 모기지 금리는 1월 2일 기준 6.91%로 일주일 전 6.85%에서 상승했다. 모기지은행협회(MBA)가 집계한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 역시 12월 27일 마감 주간에 8bp 오른 6.97%로 거의 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높은 대출 비용에 MBA 주택 구매 신청 지수는 7% 가까이 하락해 11월 중순래 최저치로 내려왔다.
First American Financial의 Odeta Kushi 이코노미스트는 “새해를 시작하기에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니다”며, “업계 전문가들은 2025년이 주택 시장에 있어 금리가 오랫동안 높게 유지되는 해가 될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기지 금리는 미국채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채 금리는 연준이 12월 중순 FOMC 회의에서 2025년 예상 금리 인하폭을 기존 100bp에서 50bp로 줄이면서 상승을 지속했다. 프레디맥 수석 이코노미스트 Sam Khater는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금리가 상승했고 시장의 주택 구매 능력의 역풍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모기지 금리가 높은 수준이라 하더라도 안정화되면 주택시장 회복이 시작될 수 있으며, 연준이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모기지 금리가 지금보다 내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증시, 2016년래 최악의 새해 출발
중국 증시가 예상보다 약한 제조업 지표와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 우려 속에 투자자들이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하면서 거의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으로 새해를 출발했다. CSI 300 지수는 목요일 2.9% 급락해 새해 첫 거래일 기준 2016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경험했다. 항셍중국기업 지수는 장중 한때 최대 3.1%나 밀렸다. 작년 중국 증시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연간 성적에서 탈출했지만 투자자들의 심리는 여전히 취약해 보인다.
롬바르드오디에 수석 거시 스트래티지스트인 Homin Lee는 “투자자들이 새해를 신중한 태도로 시작하는 모습은 다소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특히 중국 당국이 12월 정책 회의에서 보다 명확한 경기부양 신호를 보냈음에도 증시가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기저 모멘텀이 여전히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중기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견해를 바꾸려면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axo Markets의 최고 투자 스트래티지스트인 Charu Chanana는 트레이더들이 2025년에 대비하면서 포트폴리오내 중국 익스포저를 제한하고 싶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