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주말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이후 탄핵정국이 지속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뛰고 한국 증시가 급락했다. 다만 최근 여러 시장 지표들을 살펴보면 이번 정치 혼란이 금융위기로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많지 않다. 이는 현물환 시장과 주식시장이 현재 정치적 혼란을 온전히 흡수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나, 향후 상황전개에 따라 금융시장 전반이 급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포/탐욕 지표(FG)가 오르면서 달러-원 환율 상승장을 시사하고 있는데다, 12월 3일부터 9일 런던 오후까지 달러-원 콜 옵션 거래가 풋 옵션 거래를 웃돌면서 상승을 헤지하는 수요가 우위에 있음을 시사했다. 달러-원 환율(REGN)은 간밤 1430.95원으로 2022년 10월래 최고 수준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과감한 부양책 시사…통화정책 ‘완화’로 전환 예고
무역전쟁을 위협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중국 지도부가 보다 과감한 부양책을 시사했다. 이에 달러-역외위안화 환율은 반락해 한때 0.3% 가까이 하락했고, 항셍 중국기업지수는 3% 넘게 급등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의사 결정 기구인 정치국은 2025년에 “적당히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하며, 14년 동안 유지해 온 “신중한” 전략에서 벗어나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24명으로 구성된 정치국은 월례회의에서 “보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다짐하면서 내년 3월 전인대에서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을 기존 3%보다 높게 책정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추겼다. 이는 중앙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차입을 늘릴 수 있는 길을 터준다. 리창 중국 총리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내수를 진작하겠다고 약속했다.
모간스탠리 이코노미스트들은 12월 정치국 회의가 “10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부양 기조”를 시사했다며, “어조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실행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ANZ Banking Group의 Zhaopeng Xing는 이번 정치국 회의 성명문에 대해 “전례없는” 문구가 담겼다며, “트럼프의 위협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중앙경제공작회의의 예비 회의 격인 정치국 회의에서 최고 지도부는 내년 경제 기조를 올해와 같이 ‘안정 속의 진보 추구(穩中求進)’를 견지하겠다며, 내수 촉진과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강조했다. 또한 기술 혁신과 공급망 현대화, 경제 개방, 외국인 투자와 교역 안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엔비디아 조사
중국 당국이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엔비디아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 국가시장규제국은 2020년 멜라녹스 테크놀로지스 인수를 둘러싼 정황과 엔비디아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조사를 개시했다고 중국 CCTV가 월요일 보도했다. 중국은 4년 전 당시 엔비디아가 중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 거래를 승인했었다. 인공지능(AI) 칩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는 이미 미-중간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에 서 있다. 미국은 중국 기업의 AI 서비스 개발 능력을 방해할 목적으로 엔비디아의 최첨단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켰고, 중국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미국 법무부 역시 엔비디아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지난 9월 보도했다. 반독점 당국은 엔비디아가 고객사들이 다른 공급업체로 전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타사 제품도 함께 구매하는 고객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프랑스도 AI칩에 대한 자체 조사 대상으로 엔비디아를 공개적으로 지목했다. 프랑스 반독점 기관의 수장인 브누아 쿠레(Benoit Coeure)는 7월 기자회견에서 엔비디아가 “언젠가” 반독점 혐의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모간스탠리 지원 사격 속 12월·1월 연준 인하 베팅 급증
엇갈린 방향을 보였던 11월 미국의 고용 보고서 발표 이후 올 12월과 내년 1월 연준 금리 인하에 대한 베팅이 증가함에 따라 지난주 금요일 연방기금 선물 1월물과 2월물의 거래량이 사상 최대치로 급증했다. Matthew Hornbach 등 모간스탠리 스트래티지스트들은 1월 29일 FOMC 회의에서의 25bp 인하 프라이싱을 지금보다 높게 가져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2월물 연방기금선물을 95.71에 매수하고 1월에 해당하는 오버나잇 인덱스스왑(OIS)을 4.300%에 리시브하라고 투자자 노트에서 권고했다. 모간스탠리 이코노미스트들은 12월과 1월 각각 25bp 인하를 내다봤다. OIS 시장에 반영된 12월 인하 확률은 80%로 금요일 고용지표 발표전 약 64%에서 증가했다.
1월과 2월 연방기금 선물은 금요일에 매수자들이 몰리면서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다. 1월물은 41만842계약으로 11월 14일의 25만여 계약을 웃돌았다. 11월 당시 파월 연준의장은 미 경제가 “놀라울 정도로 좋다”고 말하면서 신중한 인하 속도 여지를 시사했다. 1월물의 미결제약정은 약 7% 증가한 50만 계약 이상으로 늘었고, 2월물 미결제약정은 3% 넘게 늘어난 31만8000계약으로, 이 역시 기록을 경신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 금리 인하 경로를 살피기 위해 수요일과 목요일에 나오는 11월 소비자 및 생산자 물가 지수를 대기하고 있다.
핌코 미국채 장기물 배분 줄여…바클레이즈 스티프닝 전망
세계적 채권 운용사 핌코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급증함에 따라 미국채 장기물에 대한 배분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Marc Seidner 등은 대신 단기와 중기물을 선호한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큰 규모로 이같은 투자자 행동은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해 정부의 재정 규율을 감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현지시간 월요일 보고서에서 주장했다. 다만 장기적 추세에 대한 갑작스런 시장 반응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으며, 투자자들의 행동은 대개 시간에 걸쳐 조금씩 변화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부채의 지속 가능성 문제와 더불어 관세 및 이민 제한과 같은 잠재적 인플레이션 재료들을 고려할 때” 장기물에 대해 보다 주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바클레이즈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미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의 내년말 전망치를 각각 3.75%와 4.25%로 제시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로 단기물 금리는 내려가겠지만, 장기물의 경우 높아진 중립금리와 금리 변동성, 인플레이션 리스크 프리미엄, 미국채 대규모 순발행과 가격에 예민한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상방 압력에 직면해 일드커브가 스티프닝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테일리스크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당해, 기저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나 연준의 금리 인하를 막고 무분별한 감세가 기간 프리미엄을 높일 경우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노동시장이 급냉하고 재정적자가 줄어들 경우 연준이 적극 대응하면서 10년물 금리는 3.25%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 ‘ECB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베팅할 때’
씨티그룹은 내년에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이에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씨티리서치의 Jamie Searle은 시장의 신속하고 가파른 ECB 인하 기대가 지나치다며,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후 유로존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그에 따른 경제 충격이 내년 중반쯤 최고조에 이르면서 ECB가 내년 하반기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투자자들이 이번주 ECB 회의에서 50bp 빅컷을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머니마켓은 내년 중반까지 25bp씩 5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엔 1차례 추가 인하만을 가격에 반영 중이다. 이에 따라 Searle은 6월 만기가 돌아오는 3개월 유리보 금리에 연동된 선물을 매도하고, 2025년 12월 만기물을 매수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트레이더들이 ECB 정책 완화 예상 시기를 하반기로 미룰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략이다. 시장은 현재 ECB 단기 수신금리가 내년 말이면 1.75%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1.5%를 제시했다.
김대도(런던), dkim640@bloomberg.net;
서은경(뉴욕), eseo3@bloomberg.net